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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년째 13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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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어진 Nov 08. 2024

맑눈광 훈

<2년째 13살> (2) 맑눈광 훈


제가 특별히 아끼는 남자아이가 있어요. 이름은 경훈이지만 왠지 모르게 '훈'이라고 부르다가, 어느 새 '후니'라고 부르고 있는 13살입니다.

후니는 1학년부터 유명했어요. 시끄럽고, 장난기가 많아서 선생님들에게 항상 혼나는 말썽꾸라기라고 소문이 자자했죠.

악명 높은 후니였지만 저는 이상하게 그런 후니가 너무 귀여웠어요.


눈이 어찌나 맑고 번쩍번쩍 빛이 나는지. 아무리 혼이 나도 그 눈은 절대로 시무룩해지는 법이 없었어요.

잠깐 풀이 죽더라도 뒤돌아서면 언제 혼났냐는 듯 까먹고 축구하러 가버리는..그런 아이였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다못해 터져흐르는, 자기도 이 에너지를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것 같은... 13살 남자아이.


말은 또 어찌나 많은지 입에 모터라도 달아놓은 것 같았어요. 당연히 몸은 삐쩍 말랐구요.

그런 후니의 입에 지퍼를 달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물건 달라고 조르기"입니다.


"후나~! 선생님 그거 주면 안돼?"

라고 물으면 후니는 못들은 척, 안들리는 척,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주기 싫은 거죠.ㅋㅋ

저는 그게 너무 웃기고, 귀엽기도 해서 일부러 후니가 좋아하는 물건을 더 달라고 졸랐습니다.

"후나 그거 맛있겠다. 선생님 주면 안돼?"

"우와. 체험학습에서 만든 책꽂이 멋있다. 그거 나줘!!"

후니는 늘, 언제나, 무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시간에 키링만들기 수업을 했습니다. 알록달록 예쁜 키링은 제가 봐도 탐이 나더라구요.

그러니 아이들은 어땠을까요. 다들 초집중해서 제일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후니도 예외는 아니었죠.


저는 집중하는 후니를 보며 다짐했습니다.

'또 놀려야지!'

하고 말입니다.


방과 후 아이들 청소검사를 하다말고 집을 가려는 후니를 붙잡았습니다.

"후나~ 선생님 키링 주면 안돼? 제발!!"

오늘은 어떻게 무시하려나 후니의 반응을 기대하는 순간, 후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습니다.


"쌤 책상 위에 올려뒀어요."


"헉! 진짜?"


그러고 교탁으로 가니 정말 키링이 올려져있었습니다.

울컥. 찡. 그리고 조금 미안. 그날만큼은 후니가 저보다 더 어른이었던 것 같아요.


"후나~ 선생님이 장난친 거야. 선생님은 이거 필요없어. 너 가져가."

그렇게 돌려주고 난 이후로 저는 다시는 후니에게 뭔가를 달라고 조르지 않았습니다.


가끔 지나친 장난으로 저를 힘들게 하는 말썽꾸러기이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짱구 같은 아이.

후나. 내일 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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