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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년째 13살

졸업식

<2년째 13살>

by 이어진


드디어 졸업식을 했어요.

학사모를 쓰고, 졸업 가운을 입은 아이들을 보니 이제 진짜 안녕이라는 게 실감이 났어요.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인데, 막상 떠나보내려고 하니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내년에 찾아올게요 쌤~”이라고 말하지만, 영영 못 볼 것을 알기 때문일까요.


6학년의 가장 큰 장점은 졸업식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같이 평범한 사람이 누군가의 유년시절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축복이니까요.

뿐만 아니라 졸업식은 마음을 표현하기에도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영원한 작별은 쑥쓰러운 마음에 용기를 주기도 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조용히 늘 그자리에 묵묵히 앉아있던 여학생으로부터 받은 작별의 카톡을 받고 깜짝 놀란 것은!

제가 했던 소소한 위로가 그 여학생의 힘들었던 4월들에 큰 위로였다는 것은

졸업식이 아니었다면 영영 모르고 지나쳤을테죠.


1년을 함께 보내면서 속상한 일도, 억울한 일도 많았어요. 어른인 제가 이정도이니 아마 아이들은 더하겠죠.

신경쓰려 노력했지만, 20명의 마음들을 일일이 챙겨주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피구대회에서 지고 온 날,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기보단 수학 진도 나가기에 급급했어요.

급식 당번을 다른 모둠보다 더 많이 해야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4명의 급식당번들에게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주기 귀찮아했고요.

지나고 보니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그랬을까.’ 싶은 마음 뿐이네요.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하물며 눈치채지 못한 마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서운한 일, 기분 나쁜 일은 다 잊고

좋은 기억만 가져가길!

한 시절을 함께했던 ‘우리’를 기억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아듀! 2024년 6학년 3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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