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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년째 13살

자랑값 6만9천원

by 이어진


"예쁘다."는 말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입니다. 심지어는 13살들에게 들어도 말이죠! 네... 아마 자주 들어보지 못한 귀한 말이라서 그렇겠죠. (언제쯤 지겨워질까요?)


그날은 복도를 지나가던 다른 반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있는 저를 보고 "오늘 어진쌤 예쁘다."는 말을 들은 날이었습니다. 어우! 후! 좋더라고요! 심지어 저 들으라고 하는 말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속닥이는 걸 엿들어서 더 그랬을까요. 얼마나 좋았는지 그날 밤 산책할 때 번뜩! 생각이 났습니다.


입꼬리를 씰룩이며 자랑을 할 전투태세를 갖추고 남자친구에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오빠 있잖아,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은..."

설레는 목소리로 말꼬리를 늘이던 제 말을 끊고 남자친구는 말했습니다.

"잠깐잠깐."

"어? 왜?"

"이거 딱 보아하니 지 자랑이고만?"

"헉 어떻게 알았어?"

"자랑할 거면 돈내고 해. 6만9천원 내놔."

그러면서 남자친구는 쫙 핀 손바닥을 제 눈앞으로 들이댔습니다.

"쩝."

예상치 못한 남자친구의 당찬 반응에 별 수 있나요. 그저 마른침만 삼킬 뿐.


대체 어떻게 안 거야. 귀신이다 귀신.

그런 생각을 하며 남자친구를 세게 한 번 흘겨 보았습니다. 웬만한 날에는 듣기 힘든 칭찬이었기에, 꼭 자랑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남자친구 대신 브런치에라도 자랑해봅니다. 여러분~ 저 예쁘다는 칭찬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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