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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년째 13살

'뉘신지?' 묻지 않아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어요.

학부모 상담 주간

by 이어진

학부모 상담 주간이 다가왔습니다. 학부모 상담은 중대성과 파급력의 측면에서 기말고사 같은 시험과 결을 같이 하는 데요. 그런 만큼 극강의 내향형인 저에게는 직장 생활 중 가장 긴장되고, 껄끄러우며 기피하고 싶은 업무입니다.

상담은 꼭 소개팅 같아요. 일대일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요, 대화에 온 신경을 몰두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상대가 티를 내진 않지만 매 초마다 저를 평가 내리고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정말이지 자신 없고, 고약한 순간인 거죠. 아마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죠? 아아... 언제쯤 상담이 싫지 않을까요?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재미있는 점도 있어요. 바로 아이들의 학부모님을 영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뉘신지?' 묻지 않아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어요. 물론 완벽히 똑 닮지는 않았어요. 뜯어놓고 보면 다른 점도 속속들이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어쩐지 학부모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아이의 얼굴이 계속 아른아른 거리는 그 묘한 느낌. 닮았지만 닮지 않은, 같지 않지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 아이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런 식의 유사성은 흥미롭습니다.


닮은 건 생김새뿐만이 아닙니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학부모님의 성격은 금세 파악이 가능한데요, 이는 학생을 잘 알고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만일 수도 있고요.) 침착하고 차분한 아이의 학부모님은 곧잘 점잖으시고요. 텐션이 높고 명랑한 아이의 학부모님은 곧잘 유쾌 능글하십니다. 아이가 예민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경우엔 마찬가지로 학부모님께서도... 여기까지만 말하는 게 좋겠습니다.


역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걸까요?


그렇다면 우리 엄마는 어땠을까? 나는 엄마의 어떤 부분들을 얼마만큼의 유사성으로 닮아있을까? 혹은 닮아가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또 미래의 내 아이는 어떨까? 아이의 어떤 모습을 보면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 호기심을 품어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부모의 그늘 아래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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