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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어진 Mar 23. 2024

책방 <쾌락독서>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나의 꿈과 목표는 책방 사장님이다.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꿈과 목표를 종이에 적어보라. 그러면 알게 된다. 그 가운데 몹시 끌리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위너들은 말한다. 

 “‘시각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걸 직접 눈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면 인생은 정말 달라진다. 머릿속에서는 안 될 것 같은 일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느낌이 든다.” 

 우리는 모두 ‘위시리스트’를 갖고 있다. 다만 그 리스트가 머릿속에 있을 때와 눈앞에 놓여 있을 때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가 난다. 믿기 어렵다면 반드시 경험해 보라. 이 책의 ‘실천 연습’에서 내가 계속 일기를 쓰고 리스트를 작성해 보고 종이 위에 뭔가를 기록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그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중략

 

 하지만 이를 종이 위에 써놓으면 머잖아 도전이 가능할 것 같은 용기가 난다. 진실로 원하는 것,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인생을 걸어볼 만한 꿈이 있다면 절대 그것을 머릿속에 보관하지 마라.

-보도 섀퍼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나의 꿈과 목표는 책방 사장님이다. 오늘은 책방 사장님에 대해 시각화를 해보고자 한다. 책방의 이름은 <쾌락 독서>이다. 내가 좋아하는 문유석 판사님의 도서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괜찮겠지?) 경주 아니면 부산에 차릴 생각이다. 두 도시 모두 특유의 향기와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쾌락 독서>와 결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둘 중 어느 도시여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되도록 바다나 밭 근처가 좋을 것 같다. 그리하여 책방 안에 있는 커다란 통창으로 그 풍경이 보였으면 좋겠다. 파랑과 흰색이 묻어있는 파도라든지, 초록과 초록이 묻어있는 밭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아, 연두와 검정이 묻어있는 제주도 좋을 것 같다.

 

 <쾌락 독서>에서는 책을 판다. 그런데 그냥 책이 아니라 나의 취향이 잔뜩 붙어있는 책을 판다. 겉표지에는 나의 감상과 함께 추천 글을 적어놓아도 좋을 것이다. (엄청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적는 법을 연습해야겠다.) 책만 팔면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커피도 판다. 원두는 주로 초콜릿 맛과 탄 맛, 그 중간쯤에 있는 것으로 가져다 놓을 것이다. 손님이 많지 않다면 핸드드립 커피도 괜찮을 것 같다. 덕분에 은은한 커피 향이 허전한 공간을 채울 것이다. 

 

 인테리어는 중고로 산 원목 가구를 적극 활용하여 배치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중고라는 것이다. 낡고 색 바랜 듯한 느낌이 좋다. 책방 한가운데에는 스타벅스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사이즈의 커다랗고 네모난 나무 탁자를 둘 것이다.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눈다. 또는 노트북을 할 수도 있다. 낮에는 커다란 통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에 의지하여 조명을 따로 켜지는 않을 생각이다. 밤에는 책상 바로 위에 조명을 달아 그림자로 인해 독서에 방해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하는 수없이 조명을 켜야겠지만 그와 함께 히노끼탕 냄새가 나는 향초도 켜 놓고 싶다. 아. 커피 냄새랑 안 어울리려나? 그리고 책방 군데 군데에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소품들을 가득 놓을 것이다. 판매용으로 두겠지만, 가게에 찾아온 귀여운 꼬마 아이에게는 선물로 줄 수도 있겠지? 음악도 인테리어의 일부이기에 어떤 음악을 틀어놓으면 좋을지도 고민해 보았다. 내 취향대로라면 역시 감성 힙합이지만 <쾌락 독서>와는 어울리지 않기에 스타벅스에서 흘러나올 법한 재즈 음악을 틀어야지.

 

 <쾌락 독서>안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할까? 우선 낮에는 책을 팔고 커피를 판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아동문학을 쓴다. 책방이 장사가 잘 될 확률은 극히 낮으므로 어쩌면 남는 시간에 교과서에 실릴 멋진 단편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밤에는 사람들을 모아 독서 모임을 운영할 것이다. 이는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힌트를 얻었다. 지금 하고 있는 독서 모임이 <쾌락 독서> 독서 모임의 전신이 될 것이다. 또 한 달에 2번 정도는 지역 인재를 초빙하여 강의를 할 것이다. 강의 주제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좌나 그림 그리기 강좌가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시 낭독회도 열어보고 싶다. (어디서 본 건 많다.) 

 

 열심히 적었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요즘 누가 책을 읽나. 아니 책을 읽더라도 빌려 읽거나 전자책을 읽지, 누가 사서 읽나. 책방이 잘 될 리가 없다. 커피나 소품은 판다고 해도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동문학 작가가 되면 다행이지만 책을 써서 큰돈을 벌기는 힘들다고 (내가 좋아하는) 문유석 작가님이 말했다. 그리하여 <쾌락 독서>는 아마 높은 확률로 실패할 것이다. 어쩌면 기간제 교사나 시간강사 일을 구해서 구멍 난 돈을 메꿔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시 또 모른다. <쾌락 독서>에서 쓴 글로 해리 포터에 버금가는 판타지 소설을 출간하고, 그 유명세를 치른 <쾌락 독서>가 2호점 3호점을 열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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