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순력 만렙의 고달픔

by 이어진


저는 지독한 짠순이입니다. 짠순함에도 어떤 레벨이란 게 있다면, 제 짠순력은 만렙에 가깝다고 덮어놓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건을 하나 사면 아무리 낡아도 새 것으로 교체를 안 합니다.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사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사실 아무 생각이 없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그냥 쓰다보면 시간이 흘러 있달까요? 그래서 그런지 제 물건의 대부분은 남들이 보기엔 "왜 그러고 살아..." 할 정도로 낡고, 볼품 없는 것이 많습니다.


고가의 물건일 수록 짠순력은 더 심해지는데요. 스마트폰은 3년이 넘었고, 자동차는 9년이 넘었으며, 노트북은 10년이 넘었습니다. 전부 바꿀 때가 된 거죠. 게다가 물건을 아끼는 성격도 못 돼서 생활기스가 잔뜩! 나 있어요. 비짠순이+얼리어답터들이 봤으면 혀를 끌끌 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낡은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요즘은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 탓에 짠순이는 입맛을 슬슬 다시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폰16이 눈에 자꾸 밟히고, 테슬라Y의 가성비가 훌륭하게 느껴지며, 맥북은 오래전부터 염원했던..네.. 물욕이 마구마구 피어오른다는 뻔한 결말입니다.


짠순이가 물욕이 생기니 참 고달픕니다. 새로 사고는 싶은데 또 그럴 깡다구는 없어서요. 그대신 "사고 싶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주변 사람(남자친구)을 지겹게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관세 오르기 전에 아이폰 바꿀까?"

"테슬라Y는 지금이 제일 쌀 것 같지 않아?"

"노트북 바꿔야 되는데..."


듣다 못한 남자친구가 제게 물었습니다.

"이러다 남친까지 바꾸겠다?"


생각지도 못한 남자친구의 발언에 어이가 없었던 탓일까요. 아니면 분개하는 모습을 보고싶은 짓궃은 마음 탓일까요. 저는 말 없이 웃어버렸습니다. 짠순력 만렙 주제에 이미 쓰고 있던 것을 새 것으로 쉽게 쉽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요... 필요하다면 또 용기를 내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


필요한 건 사야한다고, 그러려고 돈 버는 것 아니냐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아무튼 할 수 있는 건 남자친구 놀리는 것 밖에 없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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