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이다. 가히 그렇게 불러도 될만큼 많은 여행객들이 가우디 건축물을 보러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나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가우디 투어를 예약했을 정도로 '바르셀로나=가우디' 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에 많은 건축물을 남겼고, 심지어는 바르셀로나에서 눈을 감았다.
총 5개의 건축물을 보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까사바트요, 까사밀라, 구엘공원, 까사비센스.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당이고 나머지는 집이다. 까사가 스페인어로 집이라는 뜻이니 위에 언급된 것 중 까사가 붙은 것은 다 그사람의 집이라는 뜻이다. 예를들어 까사바트요는 바트요의 집이라는 뜻이고 까사밀라는 밀라의 집이라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까사~'친구들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보다는 아무래도 규모가 작다. 화려함이나 압도되는 감각도 훨씬 덜 하다.
하지만 그런 것과 관계 없이 가우디의 건축물이라면 확연히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이는 마치 화가의 화풍이나 소설가의 문체와도 같다. "어? 이거 혹시..?"하는 느낌이 들어 작가를 들춰보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하게 되는 것처럼 가우디 건축물도 처음 보면 "혹시 가우디?"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굳이 건축가를 찾아보지 않아도 "맞네. 가우디."하고 섣부르지만 확고한 확신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가우디를 가우디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디테일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 가우디는 디테일에 자신의 영혼을 쏟아부었다. 물론 나같은 일반인이 보면, "저어기~ 저 조그만 부분에까지 문양을 새겨넣었다고?"정도만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일반인들은 틀림없이 놓쳤을 부분에까지 가우디의 생각과 손길이 닿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수십 개의 디테일들을 보고 나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저정도 디테일이면 가우디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가우디의 이런 점이 좋았다. 디테일에 목숨거는 세심함과 꼼꼼함, 그리고 성실함. 사실 디테일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고 넘기기 쉽지만, 막상 알고 나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것. 알아주면 땡큐고, 못 알아주더라도 혼자서 만족하면 그뿐인 것. 대충 보면 티도 잘 안 나고, 어떤 이들에게는 "뭐 저렇게까지..."하며 눈초리를 받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디테일이고 그래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까지 나온게 아닐까? 나역시도 디테일에 목숨 거는 악마형 인간이라 괜히 디테일에 목숨 건 가우디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또 그가 진정한 장인 같았다.
지금은 바로셀로나를 먹여살릴 정도로 위대한 건축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생전에는 조롱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바로 앞서서 장인이라 언급한게 민망하긴 하지만 사실 영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엄청나게 특이한 건축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주류는 어딜 가든 튀기 마련이고, 튀는 인간은 대체로 조롱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가우디의 건축물 중 하나인 까사 밀라를 비하한 그림이 신문에까지 실릴 정도로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놀렸다고 하는데, 그랬던 국민들은 대체 왜 가장 성스럽고 또 가장 영적이어야 할 성당을 짓는 일에 가우디를 고용했을까? (참고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가우디 생전 마지막 작업물이고, 여전히 건축중이다.) 다같이 합심해서 놀려먹을 땐 언제고?
해설사님께서 그 부분까진 설명해주지 않으셨기에, 내 멋대로 추측을 해보자면! 대중들이 가우디의 진득함을 인정하고 만 게 아닐까 생각한다. 비주류도, 튀는 인간도 진득하게 밀어 붙이면 결국 '개성'이 되곤 하니까 말이다. 가우디와 동향인 스페인 화가 피카소도 기괴하지만 창의적인 자신만의 스타일로 인정받았지 않은가! 정리하면 욕을 먹든가 말든가, 조롱을 하든가 말든가, 내가 하고싶은 대로, 내 쪼대로 밀어붙이면 결국 그게 내 개성이 되는 것 같다.
일각에선 대중이 원하는 걸 알아보는 감각을 키워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의 개성보다 타인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처럼 작가계에도 레벨이란게 있다면 쪼렙 중의 쪼렙인 나는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성공의 법칙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 여행 사진 틈에 섞여있는 가우디 건축물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내 멋대로 쓰고 싶어진다. 가우디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더라도, 이딴 것도 글이냐며 비난할지라도, 내 방식대로, 내 마음대로.
그런 의미에서 이글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디테일하게 설계되었으며, 누가 뭐라건 간에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여졌음을 알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