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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어진 Mar 30. 2024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감!

플랩을 했다. 플랩은 '축구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하는 커뮤니티다. 특이한 점은 심판이 내 플레이를 보고 등급을 매긴다는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다. 나는 내 등급을 알고 싶지 않았다. 살이 찐 것을 체감하고 있을 때 굳이 체중계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난 그저 열심히만 하는 아이니까. 나도 내가 못하는 거 아니까. 굳이 나서서 위축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내 플레이는 이미 충분히 쪼그라들어 있었다. 축구를 오래 한 서현이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했고, 샛별 언니보다 위치 선정이나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나도 다 알고 있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등급이 나왔다. 두구 두구. 과연 결과는? 놀랍게도 아마추어 2가 나왔다. 아마추어 2는 축구의 신인 우리 팀 선출보다 겨우 3단계 아래이다. 어디서든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케이보다는 겨우 1단계 아래이다. 축구를 오래 한 서현이와는 같은 단계이고, 샛별 언니보다는 1단계 위이다. 결과를 듣고 아빠는 "심판한테 돈 준 거 아니가?" 했다. 케이는 "뭔가 이상한데? 진짜야?" 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솔직히 나도 믿기 어려웠지만, 뭐가 됐든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나는 아마추어 2이다! 음하하하.

 아마2를 받으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오버 조금 보태서 축구장의 잔디가 유달리 매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버를 조금 많이 보태서 허벅지 근육의 탄력이 용수철의 탄성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오버를 다 빼고는 공이 평소보다 무섭지 않았다. '내가 영 아닌 건 아니었구나.' 하는 마음에 자신감이 절로 샘솟았다. 축구가 훨씬 재미있어졌고, 플레이도 저돌적으로 변했다. 실력의 상승곡선 위에 올라타고 나자 쉽게 내릴 수 없었다. 덕분에 슬럼프 없이 올라가기만 하고 있는 요즘이다. 음하하하.


 그러고 보니 유년 시절에도 그랬다. 수학 시험만 보면 38점을 맞던 초등학생 유진이가 '나 좀 하네?'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성적이 상승곡선을 탔다. 하면 할수록 재미가 붙고 급기야는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고3이 되었다. 나의 모든 역사를 아는 엄마는 당시 기절초풍을 하셨다. "네가 얼마나 수학을 싫어했는데...! 내가 왜 사칙연산을 해야 돼? 하며 매일 울고불고했던 네가 수학을?" 하셨다.


 어렵고 힘들기만 했던 것이 자신감이라는 마법을 통해 쉽고 재밌어지는 경험은 비단 나만 겪은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결국 뭐든 자신감이 중요하다. 지나친 자만도 위험하지만, 그것보다 위험한 것은 습관이 된 과소평가가 아닐까?


 끝으로 우리 반 13살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올해 13살들은 유달리 공부 자신감이 부족하다. 학습된 무기력으로도 보인다. 어떤 방법을 써볼까? 성공 경험을 위해 시험을 엄청 쉽게 내볼까? 매일 돌아가며 마음속으로 한 명을 찍고, 칭찬을 해볼까? 얼마 전 실시한 진로 표준화 검사 반 평균 점수가 6학년 중 1등이라고 뻥 쳐볼까?(실은 꼴등에서 하나 위이다. 우리 멍청이들ㅠㅠ) 중요한 건 자신감! 교육도 자신감! 자신감으로 밀어붙인다! 월요일에 예정된 분수의 나눗셈 시험을 보기 전에 힌트를 최대한 많이 줘야겠다. 자습 시간도 될 수 있는 한 길게 줘야겠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중요한 건 자신감! 글쓰기도 자시..ㄴ...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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