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어진 Sep 05. 2024

두바이 초콜릿 먹어 본 후기

아 이런 맛이야?

 유행엔 관심이 없다. 그것이 음식일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어차피 한 순간이니까.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거나 흔해빠진 음식이 되거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되어 외면받을 테니까. 허니버터칩이 그랬고 먹태깡이 그랬으며 마라탕, 탕후루, 흑당 음료가 그러했다.


 며칠 전부터 두바이 초콜릿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귀로도 들렸다. 어디서 본 건지, 누가 말해준 건진 몰라도 어딘가에서 보이고 들려왔다. 유행이란 건 항상 그런 식이지. 아무튼 그렇게 얻은 정보들 중 기억나는 건 딱 하나다. 가성비가 극히 떨어지는 비싼 음식이라는 것.


 자고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디저트라 함은 누가 사준다면 환영하며 먹겠지만 절대 내돈내산으로는 먹지 않는 것이 아닐까? 평소 친구가 많이 없는 나는 그런 걸 사줄 '누가'도 많이 없으므로 먹어볼 일 없는 음식이라고 단정했다. 그런데 환영할 일이 생겼다. 오늘 옆반 선생님이 한 번 먹어보라며 두바이 초콜릿을 갖다 준 것이다. 그녀는 평소에도 신상 디저트에 관심이 많아서 종종 연구실 책상 위에 과자를 올려놓는 우렁각시.. 아아니 1반 선생님이었다.


 석촌호수에서 샀다며, 한 조각에 2000원은 한다며, 나는 이미 먹어보았으니 선생님들도 먹어보라며 권하는 1반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냉큼 그걸 받았다. 이런 건 정말 환영이다.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냈다. 사진까지 찍으며 관심을 보이는 내 모습을 보니 내심 궁금하긴 했던 것 같아 살짝 부끄러웠다. 아닌 척 하지나 말 걸!


 사진을 대충 찍은 후 이미 충분히 작은 초콜릿 조각을 최대한 작게 베어 물었다. 와사삭. 식감이나 맛을 느끼기 전에 눈부터 떴다. 시각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잘린 단면을 봤다. 이게 뭐길래 그렇게 비싸다고? 하는 마음에서였다. 갈색의 밀크초콜릿 사이에 자리 잡은 초록색 필링. 그리고 오돌토돌 작은 알갱이들이 초록색(아마도 피스타치오?) 사이에 콕콕 박혀있었다. 한눈에 봐도 정성이 들어가 있는 음식이었다. 수제겠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것의 생김새를 눈으로 맛본 뒤에야 맛을 음미했다. 그제야 느껴지는 식감과 부드러운 초코의 맛. 그리고 그사이를 치고 들어오는 피스타치오의 오묘한 맛.(나는 오랜 기간 피스타치오는 오묘한 맛을 내는 음식이라고 생각해 왔다.) 맛도 맛이지만 그것보다 주목하게 되는 것은 식감이었다. 한 입 한 입 저작운동을 할 때마다 내 귀로 들리는 와사삭, 바사삭한 소리. 그것은 카다이프가 만들어 내는 소리였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식인데 바삭함의 효과를 위해 추가된 식재료라고 했다. 라면땅 과자보다는 훨씬 부드럽지만 웬만한 칩 과자보다는 바삭한, 부드럽고도 아자작한 식감. 꼭 튀김 껍질을 초콜릿 사이에 박아 넣은 느낌이었다.


'아 이런 맛이야?'


 두바이 초콜릿의 맛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성이다. 여느 초콜릿에서 흔히 느낄 수 없는 고급스러운 맛. 공산품의 맛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맛. 왜 비싼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맛. 그러면서도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생각이 드는 맛.


 한 번 더 먹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다. 그게 한 조각에 2000원이 아니라 8조각에 1000원이라 하더라도 대답은 같다. 그것보다 다크 초콜릿, 부샤드 초콜릿, 킷캣, 생초콜릿... 등 더 맛있는 초콜릿은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다. 이걸 단순히 내 혀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30대 초반인 다른 선생님들도 "그 정도는 아닌데?"라는 표정이셨기 때문에...


 20대 후반이 되었지만 못 먹어본 음식이 많다. 오랜 기간 버텨온 '지독한 편식러'인 탓도 있지만, 매번 새로이 등장하는 신상 음식들이 너무 많은 탓도 있다. 해삼, 멍게, 개불, 굴 같은 못생긴 해산물은 지독한 편식 때문이지만 먹태깡, 요아정, 아샷추는 언젠가 잊힐 유행식이라는 편견 때문에 먹지 않았다.


 두바이 초콜릿의 운명은 어디까지일까? 잠시 반짝이다 사라질까, 흔해빠진 음식이 될까,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되어 외면받을까? 어찌 될지 알 수 없고,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어쨌든 그 음식을 먹어보아서 좋았다. 단지 유행식을 먹어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랬다. 카메라를 들어 올릴 정도로 궁금했고, 이 글을 쓰게 만들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게 뭐라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까? 고민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으니까.


 가끔은 유행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두바이 초콜릿 먹은 후기 끝!


작가의 이전글 이룬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