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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n 23. 2024

수업 시간, 영화관 간다?

때론 아기자기한 -  노란쌤의 수업 이야기

12년 전 어느 토요일, 난 6학년 우리 반 25명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 빅 이벤트를 열었다. 

교육청 지원 응모 사업인 ‘민주인권평화동아리’ 운영비로 '늑대소년'을 관람한 것이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텅 빈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 

우리 반 개구쟁이 4명은 신나서 내 차에 타고, 

다른 친구들은 버스로 이동 후, 다 함께 영화관에서 만났다.  


그 시기, 난 왕따 없는 ‘학교 폭력 없는 안전한 학급 만들기’에 무척 관심이 높았고, 

그 무엇도 마음만 먹으면 여러 일을 동시에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역량과 체력,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불타오르던 30대였기에 

      교과 시간인 아닌 주말을 활용해 나의 학급경영 철학을 펼친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시절, '교육과정과 연계해서 영화 관람하러 학교 밖 수업을 해보겠다'라고 

   자신 있게 제안하기에는 조금 더 용기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2024년 다가오는 수요일 오전, 100여 명의 5학년 친구들이 함께 

 ‘인사이드아웃 2’ 영화를 보러 간다.

 5학년 대상, 교육청 문화예술체험비 지원으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와, 대박, 대박. 멋져요~. 선생님,  우리 5학년이 한 개의 관을 통째로 대관해서 영화를 본다고요?"


    12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교육과정 밖이 아닌, 교육과정 테투리 안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후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변화가 잔잔하게 나를 흥분시켰다.


    “엄마, 우리 맛있는 루키초밥 점심 먹고, 인사이드아웃 2 보러 갈래요?”


        “수요일 오전에 학생들과 보러 가는데... 잘 됐네. 너랑 미리 보고 와도 좋겠네.”


   지난주 음악시간에 수업했던 ‘인사이트아웃 OST’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비 내리는 촉촉한 토요일 오후, 

        딸과 차분하게 엔딩 크레디트에서 전한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우린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메시지까지 

온전히 즐기는 여유를 즐겼다. 



내일은 동학년선생님들께 

 '엔딩 크레디트까지 차분하게 즐기자'는 제안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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