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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l 21. 2024

‘매미 군단이’ ‘개미 군단’으로

 때론 아기자기한 -  노란쌤의 봉사 교육 시선 

  “우리 반 봉사 활동 날이네. 천천히 나가볼까?”


오늘 아침은 특별하게 시작된다. 

한 학기에 두 차례 있는 교내 환경 정화 봉사하는 날이다. 

우리는 학교  쓰레기를 줍기 위해 긴 집게를 하나씩 들고 복도로 나간다.


  교실이 아닌 야외에서 1교시를 보낼 수 있어서 신나서일까? 


옆 반 친구들에게 우리가 봉사하러 가는 것을 자랑하듯 

복도 통행 에티켓을 까맣게 잊은 채 

더운 여름날 ‘맴맴맴’ 우는 매미 군단이 되어 복도가 시끌벅적하다. 


지금 이 순간 생각을 모으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1교시 내내 학교 곳곳에 우리 매미 군단이 거칠게 활보할지도 모른다. 


“친구들아, 봉사 전에 잠깐 나눌 이야기가 있네. 

우리 다시 교실로 들어가서 이야기하고 나가자.”


친구들 눈이 똥그래진다.


우리는 다시 교실로 돌아간다. 

여전히 여기저기서 맴맴맴 소리가 난다.


“우리가 오늘 왜 ‘학교 쓰레기 줍기’ 봉사를 하는 걸까?”


질문을 던진 순간, 시끌시끌하던 친구들이 조용해진다.


“학교를 깨끗하게 하려고요.”

“지금부터 봉사를 해봐야 커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학교니깐요.”


“ 맞아. 그러네. 그렇다면, 봉사란, 참 좋은 것이네. 

 그런 좋은 봉사를 주위에 자랑하면서 봉사하는 사람과 언제 한 지 모르게 소리 없이 봉사하는 사람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들어?”


“조용히 한 사람이 더 멋져 보여요.”

"조용히 하면, 잘난 체하지 않은 것 같아요."


“맞네. 봉사 전에 ‘내가 이 일을 왜 하지?’ 한번 생각하고,

 ‘어떤 모습으로 하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고 생각한 대로  행동해 보면 어떨까?”


몇 마디 나누는 동안 매미 군단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 

다시 복도로 나가도 될 눈빛이다. 


우리의 대화 덕분인지 어느새 매미 군단은 사라지고 개미 군단이 나타났다. 


훈계와 꾸중이 아닌, 삶 속의 아름다운 봉사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매미 군단이 개미 군단으로 자연스럽게 자동 변신해 버렸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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