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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l 28. 2024

한 사람의 힘

때론 아기자기한  -  노란쌤의 학부모 소통법  

“시간 되실 때, 우리 차 한잔 할래요? 제가 맛있는 차 사드릴게요.”


난 조금 전에 특별한 분을 만나고 왔다.

이 분과 모닝커피로 방학 시작 미니 파티를 한 것이다.  

그분은 바로바로 우리 반 깜찍이 강수맘이다. 


오래전, 학부모들이 학교 출입이 자유로웠던 시기, 

난 한 학기 또는 한 학년 마무리 시점에 반 대표를 통해 공지해서

 희망하신 모든 학부모님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곤 했다. 

학급살이 이야기를 반찬 삼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픈 나의 표현법 중 하나로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자녀도 없는 새내기 교사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텐데, 

난 그때도 참 당돌했던 것 같다. 


그러나 김영란법 이후 이런 제안은 나조차도 부담스러워서 하지 않는다. 

커피숍 하시는 학부모 상담을 가서도 극구 내미신 커피에 손을 대지 않아야 마음이 편할 정도로 말이다. 


  3월 초, 초등학교 갓 입학한 8살 친구만큼이나 

세월의 흔적 없이  맑고 순수한 학부모님 한 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경상도가 고향인 그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이곳에서 터를 잡았다. 

그는 매일 올라오는 우리 반 알림장 밴드에 하루도 빠짐없이 댓글을 달면서 

학급 친구들과 나를 위한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남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강수맘 한 사람에 의해 조금씩 우리 반 밴드에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 쭈뼛쭈뼛 눈치를 살피며 관망하던 분들이 살짝살짝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말 벗이 필요한 맘들끼리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되는 효과까지 만들어냈다. 


방학을 앞둔 며칠 전, 영수맘께서 유익한 방학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조심스레 문자로 물으셨다. 

문자를 본 순간, 이를 문자로 답하는 주제인가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얼굴 보고 차 한잔 하면서 팁을 드리는 것이 마땅한 듯 보였다. 

어쩜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차올라서 그리 해석한지도 모른다.


나의 제안에 그는 바람처럼 빠르게 약속 시간을 정하고, 

활짝 핀 꽃처럼 예쁜 미소로 내 앞에 짠하고 나타나서 말한다.


“선생님의 정성 가득 알림장을 볼 때면 댓글을 달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서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다른 맘들 눈치 보면서 내 마음을 감추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


우리는 영수가 방과 후 활동하는 오전 시간 동안 ‘분별력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관찰, 시선, 자비, 연민, 사랑, 지식, 독서, 지혜, 통찰이라는 키워드의 도움을 받으면서 

넓고 깊게 이야기 나눴다. 


‘선생님 만나면서 생각했어요. 강수의 행운이 저에게까지 왔다는 것을요!’


난 강수맘의 메시지에 바로 답장을 보낸다.


‘울 영수가 복둥이지요’ 


일상을 함께 보내고픈 예쁜 동생을 만나고 온 듯하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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