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5 토요일 일기
글쓰기, 문구류 수집, 뜨개질, 비즈공예, 보석십자수, 노래, 그림, 방송댄스, 사진 찍기, 피아노, 독서,...
누구는 취미가 하나도 없어서 고민이 되기도 한다는데, 이 많은 걸 다 취미랍시고 짊어지는 나 같은 인간도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걸 깊게 팔 만큼 여유롭지는 않아서, 이거 찔끔, 저거 찔끔하다 금방 질리고 쿨타임(?) 차면 다시 다른 것을 하는 식으로 반복되었다. 그러니 실력이 좀 늘 즈음 그만두길 반복해서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사실 이 모든 취미는 '글쓰기 외 n건'으로 줄여지기도 한다. 그만큼 나에게 글쓰기는 제일 중요한 취미다. 그런데 이상하게 좋아하는 만큼 미움도 커졌다. 왜 즐거워야 하는데 미울까?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닐까? 혹은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돌이켜보니 항상 이런 식이었다. 글 쓰는 자체는 정말 좋아하는 게 맞다. 그래서 글을 먼저 쓴다. 그리고 반응을 살피고, 좋아요 수가 더 증가하지 않을 즈음엔 내 글을 다시 본다. 문득 다시 보니 살짝 마음에 안 든다. 며칠이 지나고, 습관처럼 연재하겠다고 한 결심이 무색하게 미뤄버린다. 안 쓴다. 그래놓고 재능 탓을 한다. 그러니 시간은 많이 들여 썼는데 결과가 안 좋다고 괜히 글쓰기를 미워한다.
재능 탓이 맞긴 하다. 재능이 일정 부분 타고나는 것도 맞지만 대부분은 노력과 지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이 모든 영역에 재능이 없다. 조금 한 것 치고 꽤나 마음에 드는 잠깐의 결과물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할 일을 미루거나 계획을 어기는 건 달콤하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그 잠깐이 지나가면 나는 결국 정체성처럼 '끈기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무엇이 더 손해일까?
음, 할 일이 많고 바쁠 때 어쨌든 취미의 영역이니 미뤄지는 게 당연하긴 하다. 그래도 정말 좋아한다면 불편함쯤은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니, 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냥 무작정 써볼까. 나를 믿을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좀 믿을만하게 바꾸려면, 내 말을 좀 들어볼까.
욕심부리지 말고 하나씩 천천히. 여전히 완벽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깨달으며, 당장 오늘인 토요일을 지나 일, 월, 화요일까지만이라도 해보자고 다짐해 본다. 그러면 화요일엔 작심삼일을 넘어선 게 될 테니.
막히면 막힌 대로, 시간이 아까우면 10분만이라도, 구리면 구린대로 무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