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12 토요일 일기
가장 무용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은 다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질 때가 있다.
오늘 오랜만에 뜨개카페에 다녀왔다. 뜨개질은 사실 정말 효율의 측면에서만 보면 영 꽝이다. 그만큼 많은 품이 들고 정성이 드는 일이다. 공장에서 옷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시대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뜨개질을 한다는 건, 꼭 뜨개질이 '유용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는 이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 뜨개질이다. 다시 말해 점을 면이 될 때까지 찍는 일이다. 그 지난한 과정이 이상하게도 재미있어서 그 자체를 즐기게 된다.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손가락에 부드럽게 스치는 털실의 감각이며, 정갈하게 떠졌을 때의 규칙적인 패턴을 보는 일, 가볍게 따각 부딪히는 바늘의 느낌과 실의 장력이 그렇다.
물론 즐겁기만 하진 않다. 대바늘은 틀린 부분만 수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애써 작업한 걸 다 풀게 될 때도 많다. 어제 나는 갑 티슈 케이스를 만들려고 윗판을 뜨는데, 자꾸 비슷한 부분에서 실수해서 세 번쯤 다 풀고 다시 떴다. 한 2시간쯤 그랬던 것 같다.
그럼, 지금껏 뜬 편물을 다 풀어버리고 다시 뜨면 의미 없는 행위를 반복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몇 달 만에 잡은 대바늘이었는데 그렇게 풀다 보니 다시 손의 감각을 되찾았고, 중간중간 코 수가 맞나 체크하게 되었고, 실수했던 부분은 더 침착하게 집중해서 뜨게 되었다. 그러니 다 풀고 새로 시작하더라도 그렇게까지 허무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또한 다 풀 결단을 내리는 것도 용기다. 겨우 한 점의 실수를 용인하고 넘어갈 것이냐, 많은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겉뜨기를 계속 반복해 가며 조금씩 늘어나는 편물을 보는 일이 너무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