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공항에서, 이미 선을 넘었다

by DOPDA


VIP 고객의 입국 시간은 오전 7시.

공항 도착 전, 모든 시나리오와 체크리스트를 다시 확인했다. 문제없었다.

도착 게이트에서 인사. 간단한 자기소개. 날씨 이야기. 이동 동선 설명. 여기까지는 늘 하던 대로.



차량에 탑승하자 담당자가 말했다.

"이번 일정 동안 불편하신 점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 주세요."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 출발했다.

"한국은 아침에 좀 막힙니다."

"한국은 지금 날씨가 여행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이 근처가 요즘 많이 바뀌었어요."

"호텔까지는 40분 정도 걸릴 겁니다."

"회의 자료는 이미 보내드렸고요…"

담당자는 계속 말했다. 호텔 위치, 회의 일정, 식사 장소, 서울 교통 상황 등등등.

상대는 대부분 직접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 웃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때는 몰랐다. 이게 문제라고는.

호텔에 도착했고, 첫 접견은 무난했다. 자료도 준비돼 있었고, 논의도 매끄러웠다.

하지만 며칠 뒤,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점점 답장이 늦어지기 시작했고 추가 접견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몇 주 뒤, 그쪽 실무진을 통해 들었다.

"공항에서부터 좀 부담스러우셨다고 해요. 약간 부담스러운 느낌..."

불만은 아니었다. 거리감이었다.




공항 픽업에서 상대가 기대하는 건 뭘까.

친절? 정보? 환대?

아니다. 세심함이다.

"이 조직은 나를 어떻게 대할 줄 아는가."

필요한 말만 하는지. 묻지 않은 건 넘기는지. 침묵을 불안해하지 않는지.




"과잉 친절은 배려가 아니라 부담이 된다."

2025년, 한 글로벌 기업 임원이 서울을 방문했다.

공항 픽업을 맡은 직원은 차 안에서 40분간 서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서울의 역사, 서울의 소비 동향, 서울의 명소, 자신이 좋아라는 맛집 이야기까지...

임원은 듣고 있었다. 때로는 질문도 몇 개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저녁 받은 문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너무 애쓰지 마라."




의전에서 선은 어디인가.

묻지 않은 건 말하지 않는 것.

설명하고 싶은 걸 참는 것.

침묵이 불편해도 채우지 않는 것.

공항에서 그 선은 말 한두 마디로 넘어간다.




공항 픽업은 40분.

첫인상은 그보다 짧다.

선을 넘는 건, 더 짧다.

상대는 이미 판단을 시작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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