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소통법

by hyncollection

감정적으로 바닥을 찍었을 때의 나는 나의 불행에 매몰되어 있었기에 주변에 시선을 두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나만 생각하고 싶었고 오로지 나에게만 시선을 두고 집중하고 싶었다. 이유를 묻는다면 그렇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만 같아서라고 답하고 싶다.

내가 조금이라도 나로부터 시선을 돌리면 내가 삶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 나뿐만이 아닌 주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시선을 본인에게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주변에서 보기엔 어쩌면 이기적이고 예민하게만 비칠지도 모른다. 그런데 꼭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살기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얼마 남지도 않은 힘 끌어다 쓰느라고 주위에 시선을 둘 수가 없는 것이라고. 사실은 누구보다 주변사람들을 아끼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정말 힘들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밖에 안 보이는 그런 순간도 찾아온다. 아니 사실은 그 노력들을 나를 위한것이 아닌 주변인들을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삶은 어찌되든 상관없는 포기의 지경에 이르게되면, 주변사람들 특히 가족을 위해 삶을 끌고가기도 하니 말이다.




나는 남들에게 내 힘듦을 잘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보이기 위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거나, 밝은 척 가면을 쓰며 살아간다. 그런가하면 남들의 고민은 참 잘 들어준다.

나도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다른 이들의 힘듦을 많이 들어주었던 것 같다. 특별한 위로의 말을 건넨적은 없고, 그냥 잘들어주고 내가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지 않는 한에서 조언을 해주었다. 내가 힘들 때 조금씩 조금씩 하나하나 알아냈던,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 그로인한 결과만을 말했다. 그리고 그 아픔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주려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의 아픔과 남의 아픔을 비교하는 행위이다. 특히 내가 너보다 더 힘들었어, 그건 이겨내야지. 와같은 말은 절대로 하지 않길 바란다. 조언자로서의 역할이 있다면 조언을 받는 입장에서 지니고 있어야 할 생각또한 존재한다.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 그냥 그사람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그사람에게는 큰 힘이 된다. 무언가를 자꾸 해주려고, 문제해결을 해주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기 스스로를 그 상황에 대입해서 이렇게 해결하면 돼, 라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방과 자기 자신은 다른 사람이고, 다른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그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 보았자 결국 대입한 값은 올바른 답이 아니다. 그 사람은 그사람의 속도에 맞게 그 시간들을 거치고 스스로 해결해야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도와주려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그건 자신을 위한 일이지 정말 상대방을 위한 일이 아니다. 과도한 이타주의는 자칫잘못하면 이기주의로 비춰지기도, 변질되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남의 행복과 나의 행복을 비교하지 말라는 말은 참 많이 듣는 것 같은데, 남의 불행과 나의 불행을 비교하지 말라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비교하라고 말한다.

'너 보다 저 사람들이 더 힘들어', '저 사람들이 보기엔 너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닐걸?', '너는 저 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가졌으니 주어진 것에 감사해'.

나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은 사람들과 나 스스로를 비교해 보라고 한다. 그래, 어쩌면 정말 객관적으로 보았을 땐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특히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은 마땅 그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나는 그 관점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나의 힘듦과 누군가의 힘듦을 비교하는 것은 득이 아닌 독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모두의 힘듦은 각기 다른 아주 고유한 것이라고. 힘듦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을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즉, 힘듦이라는 것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그 상황에 처하면 그 사람은 자신의 힘듦이 가장 불행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아픔은 그 사람을 제외한 그 누구도 모른다.

물론 전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조언을 해주고 싶고 도움이 되어주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비교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대에겐 그 말이 '네가 나약해서 그래.', '엄살 부리지 마', 혹은 스스로 '내가 이상한 거구나'로 해석되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내'기준에서 '내'가 더 힘든 상황에 놓여있을지라도 결국 그건 '내' 기준에 의한 나의 생각일 뿐이다. 정말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한 사람

이라면 아마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혹시 한 번도 그 정도 크기의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말을 아꼈으면 좋겠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경험해 보기 전까지 결코 공감할 수 없다.


기억해야 할 것은 각자의 힘듦, 즉 고유함을 안고 살아가는 입장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힘듦' 그 자체에 대한 공감이지 크기의 비교에 따른 공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교, 그리고 어설픈 공감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일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더 해주고 싶다면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이 전부이다. 우울에 빠져있을 땐, 세상에 나 혼자 뿐인 것 같은 그 감정이 마음을 참 힘들게 한다. 혼자인 것 같아 절망스러운 그 마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만큼은 우리가 어느 정도 줄여줄 수 있으니. 무언가를 특별하게 해주지 않아도 된다. 그냥 그 사람이 그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곁에만 있어주었으면 한다. 그것만으로도 상대방은 큰 힘을 얻을 것이다.


허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좋은 조언을 들을지라도 자신의 답은 자신이 찾아내는 것이고, 자신만이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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