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적어내리며

by hyncollection

삶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만약 그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내가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의하는 삶이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매 순간 내리는 나의 선택에 의해 나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 결정된다. 결국 삶은 평생에 걸쳐 죽기 직전까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기회를 놓쳤다고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 삶을 살아가는 매 순간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남들과 나를 비교하면 우울해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와 나를 비교할 때 또한 우울해진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과거의 치열했던 나, 무너지지 않았던 나, 행복했던 나의 모습과 힘들어하는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현재의 나를 뒤쳐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우리는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 때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무의식 중에 과거의 만족스러운 나의 모습만이 '진짜 나'의 모습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과거의 내가 나였듯, 현재의 나도 나라는 사실이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가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생각보다 스스로에게 꼭 잘나지 않아도 된다고, 부족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어하는 지금의 나 또한 과거의 내가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기에 존재하는 것이니,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결국 별개의 존재가 아닌 똑같은 나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아갔으면 한다.



내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끈을 놓치지 않았던 이유는 언제나 이 생각 덕분이었다.

"이렇게까지 내게 힘든 일이 찾아오는 건 내게 정말 좋은 일이 생기려는 것이 아닐까? 정말 이 뒤에 더 나은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조금만 더 버텨볼래."


소설에서도 위기의 순간이 끝난 후 절정의 순간이 찾아오듯,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사고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늘 해왔던 아주 오래된 나의 신념과 같은 것이었다.


고통 없이 성공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성공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난을 딛고 일어나 이름을 알린다.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을 정의 내리는 기준은 그 고난의 순간에 다시 일어나느냐, 마느냐 이다. 조금 절망적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한번 극심한 우울, 또는 아픔을 겪은 사람은 다시는 그 일을 겪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잘살거나, 더 못 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앞서 내가 과거의 나의 모습과 비교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언급한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럼 당신은 그 두 선택지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아무리 죽고 싶은 사람도 그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그 누구보다 잘 살고 싶은 욕망이 크기에 아마 더 잘살기를 바랄 것이다. 이렇게 극단의 두 선택지를 두고 선택하라 하면 우리는 당연히 더 좋은 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니 무너져도 좋고 오래 걸려도 좋으니 언제가 되었든 다시 일어나기만 하자. 일어나서 뛰지 않아도 된다. 걸음 힘조차 없다면 가만히 서있기라도. 아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힘든 순간을 이겨낸 것 그 자체만으로 당신은 많이 성장해 있을 것이고 그 힘이 부스터가 되어 당신을 더 나은 길로 인도해 줄 것이다. 위기의 순간이 길고 그 밀도가 높을수록, 절정의 순간은 보다 높이 정점을 찍는다.



난 왜 이룬 것도 없는데 이렇게 힘들까. 왜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어도 괜찮다. 그건 오히려 감사한 일일 지도 모른다. 당신이 몇십 년을 노력해 다다른 자리에서 그런 마음이 들면 더더욱 허무하고 허망하지 않겠는가? 차라리 특별히 이룬 것이 없는 지금, 앞으로 많이 나아가지 않은 지금이 되돌아가기 훨씬 수월하다. 되돌아가서 제대로 된 길을 다시 설정하면 된다. 목표과 삶의 의미가 바로 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남은 인생을 설계해 나갈 수 있고, 실패할 확률도 현저히 줄어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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