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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빛을

최진영 『겨울방학』

by 서정아

삶은 활짝 펼쳐진 종이가 아니라

불규칙하게 구겨진 종이다.

펼쳐진 채로는 도무지 만날 수 없는 것들이

구겨지면 가까워지고 맞닿고 멀어지기도 한다.


나는 여기 가만히 있는데,

이우미는 거기 가만히 있는데,

우리 사이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는데,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의 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 최진영 『겨울방학』 중에서




사람들 스케치.jpg Livre d’étude d’après les desseins originaux de Blomart Pl.05 (1735)François Boucher (French)


<나의 단상>


먼 곳에서 태어나 각자의 삶을 살다가

우리는 어느 순간 맞닿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

가까워지는 몇 안 되는 사람들.

가까워졌다가도 어떤 이들과는 끝내 멀어진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싶은 사람도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서로의 빛을 알아보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은

얼마나 드물고 귀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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