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겨울방학』
삶은 활짝 펼쳐진 종이가 아니라
불규칙하게 구겨진 종이다.
펼쳐진 채로는 도무지 만날 수 없는 것들이
구겨지면 가까워지고 맞닿고 멀어지기도 한다.
나는 여기 가만히 있는데,
이우미는 거기 가만히 있는데,
우리 사이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는데,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의 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 최진영 『겨울방학』 중에서
<나의 단상>
먼 곳에서 태어나 각자의 삶을 살다가
우리는 어느 순간 맞닿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
가까워지는 몇 안 되는 사람들.
가까워졌다가도 어떤 이들과는 끝내 멀어진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싶은 사람도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서로의 빛을 알아보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은
얼마나 드물고 귀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