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고 쓰다

버려진 아이

- 연극 <바리데기>를 보고 (부산시립예술단 연합 공연 / 25년 5월)

by 서정아

영화나 연극을 볼 때 감정적 거리 유지를 잘 하는 편이긴 한데, 아주 가끔 눈물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척 당혹스럽다. 집이라면 괜찮지만, 극장이나 공연장 같은 데서 울기는 싫은데 말이다.


사실 극의 중간 중간 감동 포인트가 있기는 했는데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바리데기가 사람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는 장면마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자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냈지만 그런 장면은 내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았다.

내가 울어버린 지점은 극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였다. 서천공주가 실은 자신의 친엄마였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바리데기는, 엄마가 자신을 안기 위해 다가올 때 눈을 피하고 몸을 피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엄마를 향해 소리친다.

“엄마가 어떻게 아기를 버려요! 세상에 어떤 부모가 자식을 버려요!”

몸집이 왜소한 주연 배우가 있는 힘을 다해 소리치는데, 나는 그 순간 바리데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서 당혹스러웠다. 감정이 쉽사리 정리가 되지 않아서 연극이 끝날 때까지 계속 울었다.


내 얼굴은 그렇게 눈물로 뒤범벅이 되고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공연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시립예술단 연합 공연은 늘 만족스럽고, 그 스케일이나 완성도를 보면 내가 겨우 이 정도 적은 관람료를 내고 봐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시립이니까 세금으로 운영이 될테고, 나는 성실한 납세자이니 그걸 누릴 자격이 있겠지만, 가끔 어떤 물건이나 경험들은 지불하는 돈에 비해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런 것들과 비교를 해보자면 이런 훌륭한 공연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 그저 감사하게 된다. 시립국악관현악단, 시립합창단, 시립무용단, 시립극단이 총 출동한 어벤저스급 공연이랄까.


어떤 감정은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을 뿐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던 시간.



<바리데기> 공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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