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얼굴>을 보고 (연상호 감독 / 2025년 9월)
확신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스스로 판단했다고 믿지만, 실은 타인의 말들에 휘둘리고 마는 생각들. 줏대 없는 마음. 그리고 잘못된 판단과 행동.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박정민, 권해효 배우가 주연으로 연기한 미스테리 형식의 극 영화 <얼굴>은 미스테리한 사건 자체보다는 인물의 심리를 강조하며 나약한 인간 내면을 파헤친다.
선천적 시각장애인 임영규는 눈이 전혀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도장에 아름다운 글자를 각인할 수 있는 인물이며, 그 실력을 인정받아 명장이 되었다. 그의 일생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던 중, 아들 임동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40년 전 실종되었던 동환의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연락인데, 이로 인해 동환은 어머니의 과거 삶을 파헤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듣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어머니 정영희의 삶은 재구성되고, 동환은 그 이야기들을 가지고 퍼즐 짜맞추듯 어머니의 존재를 파악해 간다.
그러나 타인의 관점에 의해 재구성된 이야기들을 진실이라 할 수 있나. 이 영화의 구성 자체가 임영규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촬영을 담당한 여기자가 시종일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언론과 대중매체의 편향적 보도, 그리고 그렇게 한쪽 시각으로 편집된 정보들에 비판적 시각을 갖지 못한 채 휘둘리고 마는 우리의 나약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 임영규와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사람. 그러나 볼 수 없다고 해도 느낄 수는 있다. 임영규도 처음에는 그랬다. 손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도장에 아름다운 글자들을 각인했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정영희를 사랑했다. 눈으로 볼 수 없어도 그녀의 의로움, 따뜻함,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에. 하지만 어느 순간 타인의 말에 휘둘리게 되고 진실이 아닌 것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며,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에야 관객들은, 그리고 아들 동환은, 남겨진 사진 한 장을 통해 정영희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게 된다. 그 얼굴 모습이, 그동안 타인의 말들을 통해 짐작하고 확신했던 얼굴과 일치하는지, 그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사진 출처 : 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