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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발생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

by 서정아

몰랐으면 하는 마음.

알았으면 하는 마음.

너희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응석부리고 싶은 마음.

외로울까봐 무서운 마음.

편지를 찾았으면 좋겠다.

못 찾았으면 좋겠다.


나를 잊었으면.

나를 기억했으면.

나를 보러왔으면.


-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 중에서




Figur auf grauem Grund (1928)Oskar Schlemmer (German, 1888-1943)


<나의 단상>


울컥 눈물이 나고야 말았던 영화 속 독백.


상반된 두 가지 마음 모두 우리 안에 있고

그건 거짓도 이중성도 아니다.

오히려 가장 솔직한 마음.


나를 잊었으면 하는 마음과

기억하고 보러왔으면 하는 마음.

하지만 더 큰 마음은 있겠지.

더 크더라도 숨겨야 하는 것도 있겠지.


어딘가에 숨겨둔 편지들.

사라지거나 잊혀지거나 오독되거나.

그러나 드물게, 제대로 읽힐 가능성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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