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고 쓰다

게으른 기록(2)

- 제대로 쓰지 못한, 그러나 기억하고 싶은 영화들.

by 서정아

1.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여고생 ‘주인’은 밝고 활기찬 성격으로, 공부며 연애며 운동이며 봉사활동이며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캐릭터. 어느 날 동급생 수호가 성폭행 가해자 출소를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는데, ‘주인’은 그 호소문에서 ‘성폭행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과 영혼이 완전히 파괴된다’는 표현에 동의하지 못하고 서명 운동에 참여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수호와 갈등을 빚는다.

자신이 겪은 상처와 트라우마에 대해 외부의 편견이나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내적인 힘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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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만남의 집> 차정윤 감독


차갑고 무뚝뚝한 성격의 여성 교도관 ‘태저’는 수감자 가족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수감자의 중학생 딸 ‘준영’을 만난다. 외로움 속에서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그 아이와 대화하며 자신의 내밀한 아픔을 자기도 모르게 드러내게 되는 준영.

우리는 우연한 순간에 누군가를 온전히 마주하게 되고, 그 만남을 통해 꽁꽁 닫힌 문을 열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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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고니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자신의 어머니가 겪은 합병증 피해에 대해 거대 제약 회사가 자본주의적 태도로 일관하자 복수심과 망상을 갖게 된 주인공이 그 제약회사의 CEO를 외계인이라 믿고 납치, 감금, 고문하는 이야기.

편협한 시각과 왜곡된 정보에서 비롯된 맹목적 신념의 위험성.

가짜 뉴스들을 통한 정치적 맹목성의 알레고리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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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빅 볼드 뷰티풀> 코고나다 감독


갑작스럽게 자동차 렌트를 하게 된 ‘데이빗’은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신비로운 자동차 여행을 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사라’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낯선 장소에서 특별한 문을 열고 들어가 과거의 어떤 순간들을 조우하고, 내면 깊이 묻어두었던 시간들을 함께 나눈다.

펼쳐지는 시간 속의 진실한 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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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보> 이상일 감독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난 키쿠오는 아버지를 잃은 후 가부키 극단에 맡겨진다. 그곳에서 키쿠오는 가부키 세습 혈통을 가진 슌스케와 함께 혹독한 연기 훈련을 받으며 재능과 노력을 인정 받는다. 슌스케는 키쿠오의 재능에 좌절감을 느끼지만, 키쿠오는 자신이 갖지 못한 슌스케의 혈통에 대해 질투를 품는다.

일본의 가부키라는 전통 예술 세계에서 세습 혈통을 가진 배우와 타고난 재능을 가진 배우 사이의 질투와 욕망, 미묘한 애증의 감정과 갈등 관계가 중심이 된다.

예술에 대한 집념에 비례하여 인간의 욕망은 깊어지지만, 그 모든 갈등을 뛰어넘는 예술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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