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보고 쓰다

게으른 기록(1)

- 제대로 쓰지 못한, 그러나 기억하고 싶은 영화들.

by 서정아

1. <속초에서의 겨울> 카무라 코야 감독


속초의 펜션에서 일하고 있는 수하는, 얼굴도 모르는 프랑스인 아버지에 대한 결핍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수하가 일하는 펜션에 묵게 된 프랑스인 미술가 얀과의 만남을 통해 수하는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본다.

인간의 내밀한 결핍과 소통의 문제를 ‘속초’라는 장소성과 이방인과의 만남을 통해 그려낸 영화.



2. <프란체스코, 신의 어릿광대>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


성 프란체스코와 제자들이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겸손과 희생, 기도를 통해 신의 섭리에 다가가는 수도자들의 삶을 그려낸 영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고귀한 가치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진정한 힐링이란 이런 데서 오는 것. 억지 위로가 아니라.



3. <파르테노페>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자신이 가진 젊음과 아름다움을 추앙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관능과 쾌락의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 파르테노페가, 친오빠의 죽음 이후 공허함과 슬픔 속에서 인류학에 대한 지적 갈망을 가지고 학자의 길을 가게 되기까지의 이야기.

스토리보다도, 아름다운 배경과 관능미, 그리고 작가 존 치버의 등장이 인상적이다.



4. <리 밀러 : 카메라를 든 여자> 엘렌 커라스 감독


종군 사진작가였던 ‘리 밀러’의 삶을 그려낸 영화.

여성 모델로서 대상화되었던 삶에서 벗어나 전쟁의 참혹한 실체를 마주하며 주체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 여성의 변화된 시각을 보여준다.



5. <피에르 보나르, 마르타 보나르>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


20세기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피에르 보나르’와 그의 뮤즈로 살아간 아내 ‘마르타’의 관계를 다룬 영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에 대한 예술가의 집착, 그리고 그의 뮤즈로 살아가는 여성의 외로움과 공허함이란.



6. <기계의 나라에서> 김옥영 감독. 2025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고 있는 네팔인들의 외롭고 고된 삶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영화.

처음 한국에 올 때 가졌던 부푼 꿈은 인간을 기계처럼 대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낡아가지만, 그들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시’라는 예술을 통해 채워나간다.

프롤로그에서 한 이주노동자가 눈밭에 쪼그려 앉아 자신이 쓴 시를 읽는데, 그 장면에서 나는 이미 마음을 모두 빼앗겼다.

“이틀 사이에 녹아버리는 눈 같은 것이 아니다, 나의 자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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