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게서 배운 단어로 사랑을 발음해 이해할 수 있니

by 이이


제목으로는 정말 좋아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 쓴 가사를 가져왔는데요

전문을 띄워두겠습니다




새로울 것 없는

저 도시 속에서

우릴 닮은 건

아무것도 없지


나는 네게서

배웠던 언어로

사랑을 발음해

이해할 수 있니


오래된 영화처럼

너와 난 절대 닳지 않고

불에 댄 손끝처럼

언제나 느낄 수 있는 걸


그래 너와 나는 별을 닮은 거야

끌어안으면 빛이 되고

결국 녹아내리거나 터지겠지

슬픔마저 비출 거야


언젠가 우리의 빛도 사라지고

새벽이 내려앉겠지

우리 그냥 어둠을 바라보면서

손을 잡고 멀어지자


우주 너머로

전파를 보낼게

오랜 시간 뒤에

네게 닿을 거야


너와 내 절반만은

다정한 세계를 믿었지

우리의 손이 닿은 건

그래서일지도 몰라


그래 너와 나는 별을 닮은 거야

끌어안으면 빛이 되고

결국 녹아내리거나 터지겠지

슬픔마저 비출 거야


언젠가 우리의 빛도 사라지고

새벽이 내려앉겠지

우리 그냥 어둠을 바라보면서

손을 잡고 멀어지자


너와 난 절대 닳지 않고

언제나 느낄 수 있는걸




사실 곡이 진행될 때마다 나오는 가사들이 전부 좋아서 꼭꼭 씹어들은지라 어느 구간을 잘라 와야 하나 고민했는데요. 결국 순서 상 제일 앞에 있는 것을 갖고 왔습니다. 멜로디적으로도 가사와 잘 어울려서 완벽한 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우주 너머로 전파를 보낼게 오랜 시간 뒤에 네게 닿을 거야의 파트가 끝난 후 나오는 신스 소리입니다. (신스 소리가 맞겠죠? 악기에 문외한이라 특이한 건반 소리는 전부 신스로 이해하고 있어요... 아시는 분이 있다면 정정해 주세요!) 정말 우주를 떠도는 무언가가 나에게로 오랜 시간에 걸쳐 오고 있는 것만 같아요. 꽤나 멀고 긴데도 그래서 잘 도착할지 그게 언제일지 모르면서도 설레는 감정을 잔뜩 묻힌 채 오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마도 사랑이겠지요. 사실 지금 제 말투... 아실만한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앞서 언급한 그분에 블로그 말투와 꽤나 닮아 있을 텐데요. 다정하고 공손하면서도 어딘가 거리감이 살짝은 있는 그렇지만 그게 서로를 더욱 편안하게 해주는 느낌입니다. 그분의 글을 닳도록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그곳에선 잘 지내고 계신지 ⋯


요즘 제법 많은 공연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대체로 공연마다 꽂히는 악기가 있어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날 라이브 무대를 찢은 소위 말해 작두 탄 멤버가 될 때도 있고, 단순히 제일 좋아하는 멤버일 때도 있으며, 사람 상관없이 그냥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악기일 때도 있습니다. 그걸 의식한 뒤부터는 최대한 모든 악기를 골고루 보면서 곡을 온전히 즐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악기의 디테일을 몰라서 무대 위 연주자의 손을 눈으로 따라가며 곡의 해상도를 높이거든요.

그래서 최근에 든 생각은 신디사이저와 키보드가 노래의 공간을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였습니다. 흔히들 베이스가 악기와 악기를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저는 거기에 덧붙여 노래의 공간감을 부여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이사이를 채워주며 단면적인 멜로디를 입체화 시켜주고 울림을 통해 마치 우리를 하나의 공간으로 데려가는 것이죠. 그렇다면 일반 악기에서 구현할 수 없는 전자적인 사운드를 사용하는 신디와 키보드는 어떨까요? 제가 이번 공연에서 조금 유심히 들여다보았는데요. 이 악기 같은 경우, 공간을 바꾸는 힘이 있었습니다. 노래에 맞춰 우리를 바다 한 가운데 외롭게 치는 파도 위로 올려두었다가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한 우주 속을 붕 떠다니게 하고 단숨에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는 헬멧을 쓴 것처럼 정신없는 기분이 들게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베이스가 공간감을 부여해 준다면 건반 (두 악기를 통칭해서 건반으로 표현하겠습니다)은 그 공간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거기에 기본 뼈대를 만들어주는 드럼과 메인 이야기를 가져가는 기타와 보컬이 들어오면 다채로운 작은 우주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제가 음악, 영화, 책 등등 다양한 예술 매체 중에서 음악을 가장 좋아하고 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까 여기서 답이 나왔습니다. 음악은 가장 짧은 시간에 그 사람의 우주 속을 여행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돼요. 저는 사람마다 각자의 우주를 구성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창작물은 그 사람이 만든 우주를 단시간에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죠. 그중 러닝타임이 제일 짧은 것이 음악이고요. 제가 음악을 창작하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이유 또한 그 때문입니다. 자신의 우주를 직접 표현하고 구현해 내는 것이 정말 멋있어요. 하나의 우주에서 정말 생각해내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곡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럽습니다. 이럴 땐 전혀 연관 없는 전공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음악을 배웠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앉아서 그저 질투만 하는 못난이가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창작물에 대한 작은 마음을 버리진 못했습니다. 언젠가 마음먹으면 엄청난 작품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약간의 자만도 갖고 있기는 해요. 그렇기 때문에 떠나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예술 근처를 맴돌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서 시작해 제가 현재 꿈꾸고 있는 일들까지 짧은 글에 제법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의식에 흐름이 오늘은 유독 잘 나오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하다 보니까 술술 나오네요.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좋아하는 것 앞에서 말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지라 한정된 것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 같아 부족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것들에 이야기할 것을 스스로 다짐하며 이만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모두들 좋아하는 감정을 멈추지 않으며 살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해당 본문에 나온 곡은 밴드 솔루션스의 'star synth'이며 작사가는 밴드 라쿠나의 장경민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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