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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Jan 18. 2022

다산의 공감 연습(21장)

21장 공감의 고전학/일자서야一者恕也

‘일一’이란 서恕이니, 서恕를 행하여 인仁을 이루는 것이 진실로 ‘일관一貫’이며, 서를 알아 인에 힘쓰는 것도 또한 ‘일관’이니, 지와 행을 따로 하여 이것이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然一者恕也。行恕以成仁。固一貫也。知恕而強仁。亦一貫也。不可以知行之別。而疑其有異也。<논어대책>


정약용은 ‘일관一貫’의 ‘일一’이 서라고 단언한다. ‘서를 행하여 인을 이루는 것行恕以成仁’도 ‘일관’이고, ‘서를 알아 인에 힘쓰는 것知恕而強仁’ 또한 ‘일관’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일一’이란 곧 서이며 지와 행은 모두 서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니까 서를 알고[知], 서恕를 행해야[行] 한다는 것이다. ‘일관’이라는 것은 서를 대상으로 삼아 아는 것과 행하는 것에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야말로 서를 중심에 둔 ‘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정약용의 《논어고금주》는 유배기인 1813년에 완성되었지만, 서에 대한 이론은 이미 규장각 초계문신 시절부터 형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더욱이 정조와의 문답에서 ‘일관’에 대해 서라고 주장한 것이 정약용만의 독특한 견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유배지에서 《논어》에 대한 해설서를 집필하면서도 계속 이 입장을 견지한 것을 볼 때, 서는 정약용 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논어대책>을 작성할 당시 정약용의 서에 대한 생각은 단지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조 생전에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실제 백성들의 삶을 경험한 정약용은 유배지에 가서 자신의 이론을 확장해 나갔다. 자신이 처한 괴로운 상황에 대한 돌파구의 의미도 있겠지만, 정약용이 주장한 공감의 정치는 진정 백성을 위하는 것이었고, 오늘날 우리에게 적용하면 더욱 성숙하고 진정성 있는 민주주의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혐오의 시대, 아동학대, 젠더갈등, 내로남불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여러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혹독하게 시대의 혐오를 감내했던 정약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정약용이 《논어》를 해설하며 끝까지 견지했던 ‘공감[恕]’의 정신은 지금의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고전古典이 말 그대로 ‘옛날 책’에 그치지 않고 나와 연고緣故가 있는 고전故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시대의 눈으로 고전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정약용의 서를 ‘공감’으로 읽는 것도 고전古典을 고전故典으로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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