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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Jan 23. 2022

다산의 공감 연습(22장)

22장 공감의 시학/인심단적기심여人心端的己心如

정약용의 문집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는 <자의시字義詩>가 수록되어 있는데, 정약용은 성리학의 주요 용어라 할 수 있는 인仁, 경敬, 성性에 대한 7언 절구를 두 수씩 지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서恕를 중시한 만큼 서에 대한 시도 두 수가 실려 있다. 첫 수는 다음과 같다.     


남의 마음도 단적으로 내 마음과 같나니

人心端的己心如。

사욕 이겨 남을 따르면 서恕가 유여有餘하지만

克己徇人恕有餘。

만일 내버려 두는 걸 서恕로 간주한다면

若把縱容看作恕。

남과 내가 똑같이 구렁텅이에 빠지리라

和人和己納溝渠。<서자이수恕字二首> a     


“인심단적기심여人心端的己心如”이라는 첫 구절에는 인심人心과 기심己心이 등장하는데,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에서 기己와 인人을 가져와 뒤에 ‘심心’자를 붙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서’를 구성하고 있는 글자인 ‘여如’ 자를 넣어 마무리했다. 두 번째 구절 “극기순인서유여克己徇人恕有餘”에서는 공자가 안연에게 전수한 극기克己를 인용했고, 세 번째 구절 “약파종용간작서若把縱容看作恕”에서는 ‘내버려 두다’라는 의미의 종용縱容이 쓰였는데, 정약용이 “서는 용서가 아니라 추서다”라고 한 것을 감안할 때 부정적 의도로 사용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수는 다음과 같다.     


곡례曲禮 삼천三千 조목이 하나로써 관통되나니

曲禮三千一貫之。

인을 구하기 가장 가까워 의심할 여지 없네

求仁莫近更無疑。

한 이치를 가지고 고묘高妙함을 담론치 말라

休將一理談高妙。

우리의 도는 원래부터 비근한 데에 있다오

吾道由來在邇卑。<서자이수> b     


첫 구절 “곡례삼천일관지曲禮三千一貫之”는 경을 내포하는 ‘곡례삼천曲禮三千’이라는 예禮의 조목條目이 하나로써 관통된다[一貫之]는 뜻이다. 그 “일관지一貫之”는 공자가 증자와 자공에게 언급한 ‘일이관지’를 말하는 것인데, 이것이 서에 대한 시라는 것을 감안할 때 증자에게 말한 ‘일이관지’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구절 “구인막근경무의求仁莫近更無疑”는 《맹자》 <진심>편 4장의 “강서이행 구인막근언强恕而行 求仁莫近焉”에서 인용한 것이고, 마지막 구절 “오도유래재이비吾道由來在邇卑”에서 ‘오도’는 공자가 증자에게 전수한 ‘오도일이관지吾道一以貫之’와 관련이 있다. 


이 두 수의 짧은 한시 안에 앞서 본서에서 다룬 내용들이 집성되어 있다. 정약용의 ‘서에 대한 철학’을 이해했다면 얼마나 압축적으로 잘 표현한 시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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