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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Feb 02. 2022

다산의 공감 연습(23장)

23장 공감의 힘/절차탁마切磋琢磨

반면에 자공은 <팔일>편 17장에서 ‘예禮보다 양羊을 아낀’ 그야말로 무례無禮한 인물로 그려졌다. 사실 춘추 시대에 유학자들은 누구보다 예에 정통한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자공이 상인 집안 출신이라고 해도 공자를 따르기로 했으면 재화라는 물질보다는 예라는 정신적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데, 자공에게는 그런 면이 부족했던 것이다. 어쩌면 <공야장>편 3장에서 공자가 자공을 “호련瑚璉”이라고 평한 것은 예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제사에서 쓰이는 가장 귀한 그릇을 들어, 자공이 예에 더 힘쓰기를 바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또 자공의 강점이 나타난다. 자공은 바로 이어서 ‘절차탁마切磋琢磨’란 말로 잘 알려진 《시경》의 <기오淇奧>편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자공 : 옛 시에 “끊거니 다듬거니 쪼거니 갈거니” 하였는데 이를 두고 이른 말인가요?

子貢曰詩云如切如磋。如琢如磨。其斯之謂與。

공자 : 사賜야. 인제 너하고 시를 이야기하게 되었구나. 한마디를 일러 준즉 다음 것까지 아는구나.

子曰賜也。始可與言詩已矣。告諸往而知來者。<학이學而 15장>     


아마도 자공은 그냥 시를 읊은 것이 아니라 노래로 불렀을 것이다. 자공은 비록 ‘호례好禮’하지는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예를 ‘악樂’을 통해 보완한 것이다. 이런 재치 있는 자공의 대답에 공자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자공은 공자와 시를 나눌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 칭찬은 이전에 자공이 자신과 안연을 비교하면서 했던 말과 비슷하다. “한마디를 일러 준즉 다음 것까지 아는구나告諸往而知來者”의 원문을 직역하면 “지나간 것을 알려 주니 앞으로 올 것까지 아는구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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