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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Feb 05. 2022

다산의 공감 연습(24장)

24장 공감과 혐오/군자역유오호君子亦有惡乎

이안 감독의 영화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던 “음식남녀飮食男女”라는 말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예기》에서는 “인간의 중대한 욕망人之大欲”이라고 했다. 식색食色을 본성[性]이라고 주장했던 고자告子의 주장도 여기서 착안했을 것이다. 식과 색, 이 두 가지 “대욕大欲”과 상반되는 것이 “대오大惡”인데 바로 사망과 빈고다. 


“빈고貧苦”라는 말은 빈곤으로 인한 고통으로, 질병으로 인한 고통[病苦]과 함께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대표적인 고통이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죽음’과 빈곤으로 인한 ‘고통’, 이 두 가지가 바로 사람이라면 가장 싫어하는 “대오大惡”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는 바로 이 두 가지 대오에서 기인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세계가 질병과 죽음의 공포에 처하게 되었고, 빈곤에 처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시아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욕망欲과 염오惡는 인정의 기본心之大端”, 즉 이 두 가지가 마음의 큰 단서[端緖]라 했다. 맹자는 식색食色을 본성이라고 파악한 고자와는 다르게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사람의 본성이고, ‘측은惻隱’, ‘수오羞惡’, ‘사양辭讓’, ‘시비是非’가 이러한 본성의 네 가지 단서[四端]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본성[性]에 대해 깊이 연구한 맹자와 고자 모두 《예기》 <예운>편을 근거로 주장을 펼친 것이다.     


선善을 좋아하기를 마치 호색好色을 좋아하는 것처럼 하고, 악惡을 미워하기를 마치 악취惡臭를 싫어하는 것처럼 한 뒤에라야 능히 그 인을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남의 선악에 대해서도 또한 반드시 이를 심히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樂善如好好色。惡惡如惡惡臭。然後能成其仁。故於他人之善惡。亦必深好而深惡之。《논어고금주》


정약용이 선善을 즐기는 것을 호색好色에 비유한 것은 《예기》의 해설 전통을 이어온 것이다. 악惡을 미워하는 것을 악취惡臭에 비유한 것도 ‘호색’과 마찬가지로 본능적 감각과 관계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호오의 감정은 본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 교육에 의한 사실상 후천적 감정이다. 호오의 감각적 능력을 어떤 대상에 발휘해야 하는지, 도덕적 감정에 대한 교육이 잘 이루어져야 혐오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도덕적 감정의 근본은 ‘함께 감각하는 것’, 바로 공감[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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