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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Feb 09. 2022

다산의 공감 연습(25장)

25장 공감대/향인개호지鄕人皆好之

공자는 군자에게 네 가지 미워함이 있다면서 자공에게는 어떤 미워함이 있는지 물었다. 이것은 곧 군자의 미워함과 자공의 미워함을 비교하여, 자공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시험해 본 것이다. 자공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남의 말을 받아서 제 것인 체하는 자를 미워하고, 

惡徼以爲知者。

함부로 하는 것을 용기인 양 여기는 자를 미워하고, 

惡不孫以爲勇者。

남의 잘못을 들추되 곧은 일을 하는 양하는 자를 미워합니다.

惡訐以爲直者。     


원문을 비교했을 때, 공자의 대답보다 간명하게 정리된 것으로 보아 자공이 직접 기록한 부분이거나 자공 계열의 제자가 기록한 듯하다. 또한 내용상 공자가 언급한 군자의 미워함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번역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대답에 대한 공자의 코멘트를 넣지 않았다. 다만 ‘요徼’에 대한 정약용의 해석만 따로 소개하고자 한다.     


‘요이위지徼以爲知’는 요행히 남의 의중을 헤아린 것이 우연히 들어맞기를 바라서 이를 지혜로 여기는 것이라고 말하니, 이는 또한 잘못된 해석이다. ‘요徼’란 (남의 말을) 맞이하고 가로막는 것이다. 남의 말을 들으면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역으로 남의 말을 가로막아 자기가 본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徼以爲知。謂徼幸懸度。冀其偶中以爲知。亦非也。徼者。邀也障也。聞言未卒。逆遮人言。以爲己素知。《논어고금주》     


정약용은 ‘요徼’에 대해 상당히 길게 설명했는데, 《한글 논어》에서 이러한 주장을 잘 살려 “오요이위지자惡徼以爲知者”를 “남의 말을 받아서 제 것인 체하는 자를 미워하다”라고 번역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표절에 대한 의식 구조가 변하지 않은 것이 발견된다. 사실 책이나 논문을 많이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모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근래에는 표절 검사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연구자나 저자들의 저작에 대한 철저한 자기검열도 요구되는 분위기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지적재산을 인정하고 보호해 주는 것은 공감[恕]의 중요한 실천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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