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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Mar 14. 2022

다산의 공감 연습(35장)

35장 침묵하는 우주/천하언재天何言哉

언어에 대한 비판적 의식은 도가뿐 아니라 유가에서도 발견된다. 이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헌은 《주역》이다. 《역경》이라고도 부르지만, 엄밀히 말해 《주역》은 《역경》과 《역전易傳》의 합본이다. 《역경》은 64개의 괘사卦辭와 386개의 효사爻辭로 구성되어 있는 원전이고, 《역전》은 괘사와 효사에 대한 해설서다. 《역전》은 <단전彖傳> 상·하, <상전象傳> 상·하, <계사전繫辭傳> 상·하, <문언전文言傳>,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 등 열 개의 전傳으로 되어 있어 열 개의 날개, ‘공자의 십익十翼’이라고도 불렸다. 십익을 통해서 《주역》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연구하는 것이 유학자들의 전통이었고, 그들은 이중에서도 가장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계사전>이라고 보았다. <계사상전繫辭上傳> 12장에서는 언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로는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하지 못한다.

書不盡言。言不盡意。《주역》


언어는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언어를 통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의 절반만 전달되어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희로애락 등 정서를 언어만으로 백 퍼센트 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양한 감정들을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어서, 인간은 미술·음악·무용 같은 여러 가지 다른 수단을 동원해서 표현한다. 그렇게 예술[樂]은 문명과 함께 발전해 온 것이다. 


언어의 한계는 감정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진리[道]에 대해서도 언어의 한계도 분명하다. 진리를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진리를 설명하는 데 다른 예술의 방식을 차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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