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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9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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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Dec 27. 2023

92. 새로운 시도

I.P.O 웹소설

오후 1시, 30분의 꿀같은 낮잠을 자고 내려왔더니 김태산 대리는 다시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았다

지점같았으면 급하게 먹은 점심식사와 빠르게 돌아가는 증시 때문에 소화불량에 걸리기 일쑤였는데 연수원의 생활은 반나절 밖에 안 되었지만 꿀보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윗사람이라고는 연수원장 한 분 있지만 하루 종일 연수원장실에서 자기매매에 빠져 사는 것 같고 여직원은 서무 업무에 개인쇼핑이나 즐기는 것 같았다

진짜 일은 시설관리를 하는 김씨아저씨 이하 외부 계약직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다 하니 김태산 대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어 보였다

아직 연수가 들어오지 않아 연수가 진행될 때 얼마나 바쁠지 알 수 없지만 그때도 본사 인력관리팀이 직원들을 파견하고 연수프로그램을 갖고 온다고 하니 연수원에서 준비할 것은 숙식 밖에 없어 보였다

김태산 대리는 오전에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 처음으로 컴퓨터를 켜 봤다

새로 사서 설치만 해 놓은 컴퓨터라 새로 깔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회사 HTS도 깔아야 하고 여러 소프트웨어도 깔아야 해서 분주하게 오후를 보낼 것 같았다

한시간여 동안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깔고 일할 수 있는 정도로 컴퓨터를 완성해 가면서 마지막으로 사내메신저를 깔았다

사내메신저를 깔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동기들이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왔다

동기들 볼 때 지점에서 연수원으로 유배를 간 모양이라 다들 걱정들이 많은 것 같았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김태산 대리가 볼 때 꿀빠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안부를 물어 고맙다는 답장을 일일이 보내주었다

연수원의 시계는 지점시계와 달라서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자고 와도 여전히 업무시간에 머물고 있는 모습인데 증시에 들어가자 시간이 빠르게 지나기 시작했다

한국태양광은 적대적M&A가 계속되고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져 오늘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말 그대로 한달 내내 오르고 있는 주식이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한국태양광이 한달 후 임시주총을 열기로 했다는 공시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지분경쟁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고 한달여 사이에 100%가 넘는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주가가 싸보이는 것 같았다

물론 한국태양광의 주가 강세는 적대적M&A가 재료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2050탄소제로" 국제협약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늘려야 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는 시장내 투자금이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돈이 몰리기 때문인데 한국태양광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호황을 구가하고 국내 시장에서도 투자가 집중되고 있어 개별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수 밖에 없어 보였다

말 그대로 태양광발전 시장은 물이 들어오고 있는 시장으로 지금 열심히 노를 저으면 대부분의 종목들이 실적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풍력시장이 조선업종이 주로 하는 단조사업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어 조선관련주들이 투자수혜를 보고 있는데 대기업인 조선사와 여기에 관련된 조선기자재주들이 수혜를 입고 있었다

풍력발전 타워를 설치하는 곳이 바람이 많은 산등성이와 바다에 많아 자연스럽게 조선사들이 풍력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대형풍력타워를 설치하는데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부정책수혜주로 분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비해 태양광발전 시장은 이전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태양광셀과 패널을 개발하고 설치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으로 보였다

태양광발전의 쌀이라 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 생산만 대기업이 할 뿐 그 외 부분은 아직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고 있는데 아직 시장이 대기업이 뛰어들기에 작다고 평가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니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은 이 시장의 대장주로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김태산 대리는 다이어리의 주소록을 펼쳐보며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가 지점에서 생활한 4년여 동안 모은 상장사 IR탐당자 연락처인데 부장급 이상 임원들과 몇몇 코스닥기업은 대표의 연락처까지 갖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이들 연락처를 하나하나 이메일 주소록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수기로 갖고 있던 것을 포털이메일에 정리해 입력하기 위해서 였다

김태산 대리가 낮잠을 자면서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인데 비어 있는 연수시설들을 이용해 기업IR담당자들을 위한 연수프로그램을 구상해 인적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상장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새로운 수익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산 대리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찾아다니던 기업IR담당자들을 한데 모아서 증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받아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수익기회로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연락처와 핵심적인 인물들을 접촉할 필요가 있었다

기업IR 담당자들끼리 모임이 있다는 말은 김요한 한국태양광IR팀장에게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들에게 모일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해 주고 친분을 쌓아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태산 대리는 그 동안 지점에 있어 매일매일 주식매매에 쫓겨 엄두를 못내던 일을 연수원에 와서 비로서 시도해 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예전 김태산 대리가 본사 IPO팀에 근무할 때 상장사가 되기 전에 발행사 실무담당자들과 일을 하면서 발행사들이 IPO가 끝나고도 해야 할 일들과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많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상장을 하게 되면 우리사주를 직원들이 갖게 되는데 지금까지는 관례적으로 상장주간증권사에 우리사주를 몰아주었지만 상장사들이 많아지고 기업IR담당자들이 많아지면서 굳이 그럴 필요없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증권사를 선택해 우리사주조합원들의 개인증권계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사주는 경쟁입찰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증권사 계좌를 단체로 만드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우리사주를 상장주간사에 몰아줄 때는 증권금융의 대출주선도 쉽고 하기 때문이었지만 굳이 우리사주 업무는 상장주간증권사가 먹을 게 없어 신경 쓰지 않다보니 발행사 근처 증권사 지점 중에 영업력 있는 곳이 먹곤 했다. 특히 발행사 오너와의 친분이 있으면 더 쉽기도 했다

이런 우리사주 거래 증권사 선택도 따지고 보면 실무자인 기업IR담당자의 발언권이 있는 부분이라 미리부터 이런 기업IR담당자들을 친해두면 먹을게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기업IR담당을 CFO가 함께 주관하는 경우가 많아 상장사 자금운용에 있어 금융상품 투자나 회사채 발행 그리고 유상증자와 같을 이벤트가 있을 때 친분으로 일을 따올 수도 있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최소 100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을 시장에서 조달해 법인계좌에 갖고 있는데 이들 상장사에 좋은 채권상품이나 수익증권상품을 제공하면 자금운용에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수익기회가 많은 편이었다

평소 연수원의 놀고 있는 시설들을 이런 기업IR담당자들의 오프라인 모임공간과 각종 교육기회를 제공해 자기개발의 기회를 주면서 친목을 도모해 두면 여기서 받아 올 수 있는 일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동기들이 회사 내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어 퇴근 후 도움을 달라고 하면 크게 어렵지 않게 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연수원으로 출근한 첫날 새로운 시도를 구상하고 실제로 해 보려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증권사에서 본사 기업금융업무를 배우고 지점에서 브로커리지 업무도 해 봤기에 알 수 있었던 것으로 이를 새로운 기회로 시도해 볼 사람은 김태산 대리 밖에 없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이어리의 기업IR 담당자들의 연락처를 포털이메일 주소록에 기록하고 있었다

4년의 지점생활 속에 상장사 기업IR담당자 연락처가 200여명에 이를 정도니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왠만한 상장사 기업IR담당자들은 한번쯤 김태산 대리와 통화해 봤다고 할 정도인 것도 같았다.  

김태산 대리가 주소록 정리가 끝나갈 때쯤 마감동시호가가 시작되었다

중화태양광이 한국태양광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공시를 내놓으면서 상한가로 급등했다

지난 주 금요일날 한국태양광이 공시한 내용에 대해 중화태양광이 시차를 두고 공시를 한 것으로 공시대리를 하는 한중로펌이 중화태양광으로부터 늦게 공시서류를 받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한국태양광은 200억원대 자본유치를 통해 중화태양광을 우호주주로 확보하게 된 것이고 고비사막 프로젝트를 위한 계약금 외에 생산설비 확충을 위한 자금을 확보한 의미가 있었다

이는 고비사막 프로젝트가 10년에 걸치 장기프로젝트라는 측면에서 사업의 진실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한국태양광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솔직히 상장사 중에 장기프로젝트를 해외기업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주가급등에 비싼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있었는데 당한 투자자들이 바보가 되는 경우로 비싸게 주식을 팔아먹고 이후 흐지부지된 사업으로 주가가 흘러내려도 정정공시로 벌점 좀 먹을 뿐 상장사가 피해를 입기보단 이익을 얻기 때문에 종종 이런 파렴치한 짓을 벌이곤 했다

투자자들은 상장사의 공시내용이 얼마만큼의 진실성을 담고 있는지 항상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했다

바이오톡신도 스미스앤클라인의 기술침해 소송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일라이릴리의 파트너사로 주가회복세가 완연해 보였다

기본적 분석을 통해 좋은 종목을 찾아내고 여기에 투자한다는 것이 시장 약세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 하루였다

장이 약세로 끝나도 김태산 대리가 고객들에게 사준 종목들은 대부분 급등을 하거나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어 나중에 라도 잠실지점 고객들에게 먹튀했다는 소린 듣지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새롭게 시도할 상장사 기업IR담당자들에 대한 서비스 기획을 하며 한국태양광의 임시주총을 기다리면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김태산 대리에게 연수원 발령은 유배지가 아니라 그동안 바쁘다고 못하고 지나쳐 왔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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