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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9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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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Dec 26. 2023

91. 연수원 첫날

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는 거울 앞에 서서 오랜만에 입은 정장의 옷 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다

오늘은 연수원으로 첫 출근 하는 날이다

대한증권에 취업해 본사 IPO팀과 심사관리팀을 거쳐 잠실지점에서 근무하면서 여러번의 업이 바뀌었지만 연수원에서 인사업무를 하는 건 처음이라 대리가 되어 새롭게 일을 배우는 것이라 걱정도 되었다

김태산 대리가 출근하려 할 때 와이프가 일어나 김태산 대리의 연수원 첫출근을 배웅해 주었다

예전보다 한결 가까워진 출근길에 금새 구로에 있는 연수원에 도착했는데 신입사원 연수와 대리 연수를 했던 곳이고 서울 구로에 있는 연수원이라 출근은 더 편해진 느낌이었다

연수원 입구에서 경비원 분과 인사를 나누고 발령을 받아 왔다고 하니 사무실을 안내해 주었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에 혼자 서 있으려니 어디 앉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서서 창 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분이 지나자 나이 지긋한 키작은 중년의 남성이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김태산 대리는 저 분이 조용한 지점장이 말한 동기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깍득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발령 받은 김태산 대리라고 합니다"김태산 대리가 인사를 했다

"오 자낸 가. 키가 훨칠하구만. 어서와요. 조용한 지점장에게 말 들었어요. 일 잘한다구, 난 강동훈 연수원장이라고 해요"키작은 중년 남성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악수를 청했다

김태산 대리는 두손으로 공손히 악수를 했다

"여기 빈 책상 쓰면 되고 조금 있다가 서무 여직원 오는데 필요한 문구류는 달라고 하면 사다 줄꺼에요. 이따가 여직원 오면 티 타임하면서 인사를 하죠"강동훈 연수원장이 빈 책상을 가리키며 앞으로 자리로 쓰라고 하고 연수원장실로 들어갔다

김태산 대리는 서류가방을 자리에 놓고 가방 안에서 기존 잠실지점에서 쓰던 문구용품들을 꺼내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여직원이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김태산 대리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여직원은 인삿말과 함께 김태산 대리 앞자리에 앉았다

여직원은 자리에 가방을 놓자마자 다용도실에 가서 커피를 타서 책상 옆에 있는 테이블로 가져왔다

김태산 대리도 자연스럽게 책상 옆 둥근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여직원이 연수원장실에 가서 강동훈 연수원장을 모시고 테이블로 왔다

원탁 테이블에 강동훈 연수원장과 김태산 대리 그리고여직원이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앉게 되었다

"인사해요. 여기는 김태산 대리 오늘부터 우리 연수원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여긴 오송미 사원 우리 연수원에 서무를 보고 있어요"강동훈 연수원장이 소개해 주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늘부로 발령받은 김태산 대리입니다"김태산 대리가 정식으로 인사했다

오송미 여직원이 박수를 치며 환영해 주었다. 어색했다

"보시다시피 연수원의 평상 근무인력은 이렇게 3명입니다. 직원 연수가 있을 때는 본사 인력관리팀에서 지원을 나오기 때문에 평시에는 연수원 관리가 주된 업무입니다"강동훈 연수원장이 업무에 대해 설명했다

10층짜리 빌딩을 관리하는 사람이 단 3명 밖에 안된다는 것이 좀 이상하기도 했다

"좀 있다가 오송미씨가 김태산 대리 데리고 연수원 시설 좀 안내해 줘요. 일하시는 분들 소개도 해 주구요"강동훈 연수원장이 오송미 사원에게 지시했다

"예 알겠습니다"오송미 사원이 답했다

김태산 대리는 AAA급 잠실지점에서 근무하다가 손바닥 만한 사무실에서 일하려니 갑자기 좀 기운이 빠지게 느껴졌다. 

"김 대리도 빨리 여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래요. 우리 업무는 그 동안 지점에서 해 오던 업무와는 많은 차이가 있을겁니다"강동훈 연수원장이 말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강 연수원장이 말하고 연수원장실로 가 버렸다

"예" 김태산 대리와 오송미 사원이 자리에 일어나 강 연수원장에게 인사했다

"자 이제 뭘해 야 하나요?"김태산 대리가 새롭게 일을 배운다는 자세로 오송미사원에게 물었다

"조금 있으면 일하시는 분들 출근하실거에요. 우리 셋 빼고 나머지 분들은 인력파견업체에서 보내주시는 계약직 직원분들입니다"오송미 사원이 설명해 주었다

"아 그렇군요. 10층 빌딩인데 3명이 관리하는게 어려워 보였는데 따로 일하시는 분들이 있군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예 우리가 어떻게 이 건물을 다 하겠어요. 실제 일하시는 분들은 다로 있고 저희는 그냥 관리업무만 하면 됩니다"오송미 사원이 설명했다

이때 50대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인사하세요. 이번에 새로 오신 김태산 대리세요. 여기는 시설관리팀장이신 김씨아저씨에요"오송미 사원이 중년 아저씨를 소개해 주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김태산 대리가 깍득하게 인사했다

"아이구 새로 오신 실장님이 젊은 분이시구나. 키도 크고 잘 생기셨네. 앞으로 잘 부탁해요"김씨아저씨가 친근하게 인사를 전했다

"아저씨 이제 겨울인데 보일러 손 보셨어요? 추워요"오송미씨가 친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응 손 봐야지. 돈 나왔나? 이번에 보일러도 오래되서 아예 바꿨으면 좋겠는데 그건 큰 공사고 파이프만 좀 바꿔도 괜찮을텐데 뭐가 있어야 하지"김씨 아저씨가 퉁명하게 말했다

"이제 새로 실장님 오셨으니 곧 마련해 주실거에요"오송미 사원은 매일 그런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

"김태산 대리는 둘의 대화를 들으며 자꾸 실장님이라고 말하는게 신경 쓰였다. 분명 3명이 정직원 다라고 했는데 갑자기 실장님이라니 누굴 말하는지 분위기 파악이 안되었다

"난 한바퀴 돌고 올께"김씨아저씨가 캐비넷에서 후레시와 공구상자를 갖고 사무실을 나갔다

"그런데 실장님은 누구에요?"김태산 대리가 오송미 사원에게 물었다

"아 실장님 김대리님이잖아요"오송미 사원이 웃으며 말했다

"예에~내가 실장님이에요?"김태산 대리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일하시는 분들이 김대리님을 실장님이라고 불러주시는 거에요. 원장님은 사무실에서 거으  안 나오세요. 점심 먹으러 갈 때만 좀 나오시고 대부분 사무실에서 보내세요. 그래서 일하시는 분들이 다 김대리님하고 일을 하니 실장님이라고 높여 불러 주는거에요"오송미 사원이 설명해 주었다

"제가 연수원 설명해 드릴께요. 이미 대리연수 때 와 보셨으니 잘 아시겠지만"오송미 사원이 앞장서 사무실을 나갔고 김태산 대리가 오송미 사원으  뒤를 따라다니며 연수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연수원에 식당과 강의실 그리고 숙소로 사용되는 곳만 알았지 창고가 있고 지하 기계실 등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특히 창고에는 서울 지역 지점들의 거래전표를 모두 모아 놓고 있는데 서류 보관 기간이 5년이라 매년 초가 되면 5년이 지난 서류를 각 지점 인력들이 입회한 가운데 파쇄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달 보관서류를 지점에서 보내온다고 하는데 후선 분야 여직원들이 하던 일이라 김태산 대리는 그런 업무가 있는지도 몰랐다

창고안에는 잠실지점 박스도 있었다. 5년동안 한달 별로 거래전표가 다 모아져 있었다

이래서 감사실에서 지점별로 저류관리 미비라고 할 때 알지도 못한 과거 서류에 대해 말이 나오는구나 하고 김태산 대리는 생각했다

10층 짜리 건물을 돌아보는데 오전 일과시간을 다 쓰고서야 사무실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점심은 아까 식당으로 가시면 주방 아주머니가 배식해 주십니다. 오전에 출근하셨을 때 점심 약속이 있으면 미리 말씀해 주셔야 주방 아주머니가 준비를 하지 않아요. 자꾸 외부에 점심약속 잡으시면 아주머니가 싫어하세요"오송미 사원이 식당 이용 팁을 주었다

"오 잘 되었네요. 연수원 밥 잘 나오던데"김태산 대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연수가 있을 때구요. 지금은 일하시는 분들하고 우리들만 먹기 때문에 연수할 때하고는 식단이 많이 차이가 나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잘 돌아봤어요? 이제 식사가죠"강 연수원장이 방을 나오면서 김태산 대리를 보며 말했다

"구내식당에서 하실거죠?"오송미 사원이 물었다

 "그러지 뭐 오늘 김대리 첫날이니까" 강 연수원장이 앞장서가고 김태산 대리가 뒤를 따라간다

오송미 사원은 구내식당에 강연수원장과 김태산 대리가 식사하러 간다고 전화로 알려주고 따라 나섰다

오전에 돌아볼 때는 아무도 없는 것 같더니 점심시간엔 구내식당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고 맛있는 음식냄새가 나고 있었다

구내식당 테이블이 3인 상이 식판에 담겨 준비되어 있었다

식당 아주머니들이 식탁 앞에 나와 서 있는데 김태산 대리에게 인사하려 나온 것 같았다

강 연수원장은 식탁에 앉고 오송미 사원이 김태산 대리를 식당 아주머니들께 인사시켜 주었다

"여기는 새로 오신 김태산 실장님이요. 여기는 우리 식당을 책임지시는 조리팀장님과 팀원들입니다"오송미 사원으 소개로 김태산 대리가 인사를 했다

"아이고 우리 새로 오신 실장님이 키도 크고 잘 생기셨네. 그냥 환하네"아주머니들이 김태산 대리의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을 보니 좋다고 웃으며 칭찮했다

"유부남이에요.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강 연수원장이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들이 아쉬운 표정을 하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간다

"부족한 거 있으면 말해요. 더 내줄께"조리팀장님이 말하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김태산 대리와 오송미 사원이 식탁에 와 앉았다

"김대리 인사성 밝아 좋네. 여기 일하시는 분들 김대리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니 말조심하구. 이분들 삐지면 연수원이 돌아가질 않아"강연수원장이 당부하듯 말했다

"예 잘알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확실히 연수들어올 때보다는 반찬이 좀 부실해 보였다. 예전 대리연수 들어왔을 때 집밥보다 잘 나와서 연수원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밥이 연수들어올 때보다 못할거에요. 이건 평소때 직원들 위해 주방아주머니들이 준비해 주는 것이라 밖에서 식사할 때는 미리 말해줘야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요"강 연수원장이 말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평소 일이 별로 없어서 자기 개발에 신경 좀 쓰는 것도 좋을거에요. 조용한 지점장이 신신당부하더라구. 김대리 잘 데리고 있어 달라구. 나중에 자기가 다시 불러줄거라구. 여기가 무슨 탁아소도 아니구"강 연수원장이 말했다

"아 그랬군요"김태산 대리가 웃으며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밥을 먹으며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시설관리는 일하시는 분들이 있어 김태산 대리가 달리 할 것은 없어 보였다

지점이라면 밥도 빨리 먹고 지점으로 뛰어가기 바빴지만 지금은 오랜만에 여유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 앉아 있으니 소록소록 낮잠의 유혹이 몰려왔다

오송미 사원은 춥다고 했지만 햇살도 잘 들고 배도 부르니 눈꺼풀이 천근만근해진 느낌이었다

김태산 대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오송미 사원이 김태산 대리의  어깰 살짝 터치해 잠을 깨웠다

"피곤하시면 잠깐 위에 올라가 주무시고 오세요. 점심시간엔 식사 후 각자 알아서 쉬어도 됩니다"오송미 사원은 위에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아까 오전에 돌아볼 때 숙소는 지금 당장 잘 수 있도록 침구들이 다 갖춰진 침대들이 있었다

"그럼 잠깐 낮잠 좀 자고 올께요"김태산 대리가 사무실을 나서 숙소로 올라갔다

김태산 대리가 숙소의 침대에 누워 앞으로 뭘할까 하는 생각에 잠기며 깜빡 낮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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