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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9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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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Dec 29. 2023

93. 김태산 대리의 열정

I.P.O 웹소설

오전 8시 지점에서였으면 지각이란 소릴 듣겠지만 연수원에선 너무 이른 시간이란 걸 김태산 대리는 연수원 출근 두번째날 깨달았다

1층 입구에 철망이 내려져 있고 유리문 너머로 관리인 아저씨가 세면을 하러 수건을 목에 두르고 복도를 지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철망 넘어 유리문을 손으로 두들겼다

관리인 아저씨가 현관문 앞에 서 있는 김태산 대리를 보고 문 앞으로 와 건물 뒤에 문으로 들어오라고 말해 주었다

김태산 대리는 아침 일찍 출근할 때 뒷문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걸 관리인 아저씨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연수원장도 오송미씨도 김태산 대리가 이렇게 일찍 출근할 줄 몰랐기 때문에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은 것이다

건물 뒤로 돌아 뒷문으로 들어온 김태산 대리에게 관리인 아저씨는 9시 다 되어야 직원들이 출근한다고 너무 일찍 왔다는 말을 해 주었다

김태산 대리는 어제 발령 받아 왔다고 사원증과 이름을 밝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관리인 아저씨는 주야 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어제 못 본 분이라 오늘 처음 인사한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어제 기획했던 기업IR담당자 모임에 대한 기획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점에 있었으면 한참 회의하고 고객들에게 전화하기 바빴을 시간인데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조용히 생각을 가다듬어 기획안을 작성하니 한결 글이 잘 써지는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그 동안 생각만 하던 일을 기획안에 한자 한자 적어내려가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고 수익사업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각나 신이나서 기획안을 작성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획안을 작성하고 있을 때 연수원장이 출근했다

"좋은 아침, 일찍 출근했네. 여기는 지점하고 달라서 9시 전에만 출근하면 돼요"연수원장이 출근하며 김태산 대리에게 출근시간을 알려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예 아직 지점물이 덜 빠졌나 봅니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네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좀 있다가 오송미씨 오면 차 한잔 같이하며 업무얘기 좀 하지"연수원장이 이렇게 말하고 원장실로 들어갔다

김태산 대리는 오전 회의 시간에 기획안에 대해 발표할 걸 생각하니 더 손이 빠르게 움직여 졌다.

오전 9시가 다 되어서야 오송미 사원이 출근했다.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오송미 사원이 인사하며 가방을 자리에 놓고 탕비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김태산 대리가 기획안을 작성하다가 인사를 했지만 오송미 사원이 너무 빨리 탕비실로 들어가 좀 머쓱해 졌다

아마도 오송미 사원이 출근시간 다 되어 왔기에 오전 회의를 위해 커피를 타러 간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가 기획안을 서둘러 마무리할 때즘 오송미 사원이 커피를 쟁반에 올려 탕비실을 나와 원탁에 커피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오송미 사원은 매일 하던 데로 원장실로 가 원장에게 회의 준비가 다 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오송미 사원이 원탁으로 왔고 김태산 대리는 기획안 3부를 출력해 원탁 위에 올려 놓았다

"이게 뭐에요?"오송미 사원이 기획안을 읽어보다 김태산 대리를 보고 물어본다

"지점에 있을 때부터 생각하던 것인데 이번에 연수원 와서 기획해 본 거에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연수원장이 원탁에 와서 앉고 기획안을 읽어본다

"이건뭔가?"연수원장도 오송미 사원과 똑같은 질문을 했다

"예 제가 지점에 있을 때 생각만 하던 것인데 이번에 연수원 와서 기획해 본 것입니다. 기업IR담당자 연수프로그램을 한번 해 보는 것이 어떤가 해서요"김태산 대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직 구체적인 건 부족해 보이지만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네, 그런데 아직 여기에 적응도 못했을 텐데 새로운 일을 벌리는 건 무리가 아닐까?"연수원장이 넌지시 거절의 뜻을 내놓았다

김태산 대리는 예상하던 바라 다시 한번 기획의도를 설명하며 설득하려 해 보았다

"연수원 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있을 때 퇴근 시간 이후 강의실만 1시간 정도 이용해 상장사 IR담당자들이 궁금해 하거나 필요한 사항들을 저희 직원들을 통해 교육하게 하는 것이라 달리 예산이 들어가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이번 기회에 연수원 업무도 확장해 본사에 존재감도 보여주는 것도 괜찮아 보이구요"김태산 대리가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런데 말야. 연수프로그램은 우리가 아니라 본사 인력관리팀의 업무라서 우리가 연수프로그램을 따로 만들면 그 쪽에서 싫어할텐데 말야"연수원장이 말했다

"우리 회사 인력에 대한 연수프로그램이 아니라 상장사 IR담당자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라 본사 인력관리팀에서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이는데요"김태산 대리가 연수원장이 걱정하는 바를 해명해 주었다

"그런데 이거 퇴근 시간에 하게 되면 연장수당도 신청해야 하고 야간 전기료도 사용해야 하고 신경쓸게 좀 더 많을 것 같은데 말야"연수원장이 말했다

"연장수당은 받지 않고 처음에는 친목 모임에 장소만 1시간 정도 내주는 정도로 해 볼 생각입니다. 강사로는 제 동기들이 각 부문에 있어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을 것 같구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내가 생각 좀 해 보구. 자네는 열정이 넘치는 것 같아. 조용한 지점장이 꽤 고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하하하"연수원장이 기획안을 읽어보다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이거 하면 저도 저녁에 남아 야 하나요?"오송미 사원이 물었다

"아니요 처음에는 소규모로 저 혼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뒷정리도 제가 다 할거구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오송미 사원의 안도하는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연장근로수당도 못 받는데 퇴근 시간 이후까지 남을 필요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오송미씨 문서 파쇄 건은 어떻게 되고 있어요?"연수원장이 물었다

"예 이번에 서울 강동지역본부 차례라 이번주 토요일날 16개 지점에서 인원들이 나와서 확인하고 파쇄하기로 했습니다"오송미 사원이 답했다

"그래요 문제 안생기게 잘 챙겨주고 김태산 대리는 이번 토요일날 특별한 스케줄 있나?"연수원장이 물었다

"아니요. 아직 없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그럼 이번 문서 파쇄는 김대리가 오송미씨하고 같이 한번 해 봐요"연수원장이 이번 토요일 출근하란 요청을 한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답했다

"자 오늘도 각자 일 잘하고 이따가 점심시간에 보자구"연수원장이 인사하고 원장실로 돌아갔다

김태산 대리는 아침에 급히 만든 기획안이지만 그래도 생각은 오랫동안 해 온 것이라 연수원장이 처음 듣고 생각 좀 해 보자고 한 것이 좀 아쉽기는 한 것 같았다

"원장님이 생각 좀 해 보자는 건 반쯤 하시겠다는 겁니다"오송미 사원이 김태산 대리를 보고 말했다

"아 그래요?"김태산 대리가 반색을 하며 오송미 사원을 돌아보았다

"예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시면 저렇게 말씀하세요. 문제가 있다고 하면 알겠다고만 말씀하시구요"오송미 사원이 연수원장으 성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아 그렇군요."김태산 대리가 대답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기획안을 좀 더 구체화시켜서 다시 한번 말씀드려 봐야겠다 생각했다

김태산 대리와 오송미 사원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가 HTS를 켜고 주식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역시나 한국태양광과 중화태양광은 여전히 강세 출발하고 있고 금산도 한국태양광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바이오톡신은 그 동안 강세를 나타냈다고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약보합으로 출발하고 있었다

시장 전체적으론 미국시장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었지만 김태산 대리의 주력종목들은 그래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라 걱정할 건 별로 없어 보였다

역시나 금리인상 소리가 나오니 이자비용에 민감한 건설주들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었는데 건설사들이 대규모 부동산PF를 일으키고 있었고 주택분양에 참여하는 내집마련의 실수요자들이 금리가 오르면 청약을 기피하기 때문에 시중금리에 건설주들은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저금리에 공격적으로 사업장을 늘린 건설사들이 제일 위험한데 자체 사업 뿐 아니라 부동산PF 사업장까지 시공사로 연대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시행사에 자금을 공급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에는 부채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개별기업의 경영실패에 정부가 나서서 우리 세금으로 건설사를 살려야 주택공급이 줄지 않아 주택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는데 솔직히 시장참여자들의 신뢰를 잃은 건설사를 조기에 걸러내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야지 "대마불사"니 하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시장 전체를 불신지옥으로 빠뜨릴 수 있어 더 많은 혈세를 쏟아부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관료들이야 장관이 될 것도 아니니 대기업 건설사들을 국민세금으로 적당히 살려주고 회전문 인사로 관가를 떠날 때 임원자리 보장 받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 뻔했다

다른 나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아예 회전문 인사라는 말과 전관예우라는 말이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 있어 부정부패 사례가 당연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김태산 대리는 항상 이런 부정부패를 때려잡아야 우리 증시가 선진국 증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때 문세상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시구"김태산 대리가 방갑게 전화를 받았다

"연수원은 어때요. 괜찮으면 오늘 점심이나 같이 할까 하는데 시간 괜찮아요?"문세상 기자가 물었다

"아이구 저야 좋지요. 구로까지 오시게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여의도에서 구로야 가까우니까. 점심시간에 연수원 앞으로 갈께요"문세상 기자가 이렇게 말하고 통화를 마쳤다

"나 오늘 손님이 와서 밖에 나가서 점심 먹어야겠는데"김태산 대리가 오송미사원에게 말했다

"예 오늘처럼 11시 전에만 말씀해 주시면 식당에 전달할 수 있어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땡큐"김태산 대리가 고맙다고 말하고 다시 HTS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금리인상 말이 나오니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으 주가가 약세를 나타냈고 있었다

기업들은 금리가 오르기 전에 회사채나 유상증자를 통해 여유자금을 마련하길 원하기 때문에 이제 실적이 부진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언제든지 유상증자를 부를 수 있는 폭탄이 되어 버린 꼴이었다

그런데 이런 부실기업들은 주가도 싸지만 꼭 유상증자를 앞두고는 호재성 재료를 내놓고 주가를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해 의외로 단타치기 좋은 종목들이 되곤한다

왜나면 주가가 약세를 나타내는 때 유상증자를 부르는 종목들은 진짜로 한계에 내몰린 기업들이라 유상증자가 실패할 수도 있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할 때 투자자가 납입일에 자금을 납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부실기업들도 시장이 더 어려워지기전에 어떤 식으로든 호재성 재료를 만들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오른 주가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일단 유상증자와 주식연계 채권 발행이 성공해 자금을 마련해야 금리인상기를 버틸 수 있기 때문인데 이미 자체 사업으로는 적자를 지속하는 한계기업들이라 이리 하나 저리 하나 시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어 있어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되지도 않는 시장 인기 테마를 신규사업으로 공시하거나 M&A로 회사를 팔아먹고 먹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거래소 기업이나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들은 은행에 손이라도 벌릴 수 있는데 특히나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부동산을 갖고 있을 때는 손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지점에 있으나 연수원에 있으나 증권사 HTS로 증시를 지켜보는 워치독 신세는 매 한가지 인 것 같았다

그래도 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기니 매매를 하지 않고 시장을 전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어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대리님 점심약속 있다고 안 했어요. 원장님한테 말씀드리고 먼저 나가세요"오송미 사원이 벽시계를 보고 김태산 대리에게 말해 주었다

"어 벌써 이렇게 시간이 되었나? 고마워요. 하마터면 늦게 나갈뻔 했네"김태산 대리가 오송미 사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연수원장실로 갔다 

김태산 대리는 외부 손님이 와서 식사 다녀오겠다고 연수원장에게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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