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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9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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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Dec 30. 2023

94. 검은 그림자의 꼬리

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는 하마터면 문세상 기자와의 약속에 늦을 뻔 했다. 

연수원도 시간이 안가는 곳이라고 하지만 막상 일을 찾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이 되기도 했다

오송미 사원이 말해 주어 그래도 늦지 않게 나갈 수 있었다

김태산 대리가 연수원 1층 현관문을 나서는데 반가운 얼굴이 인사를 한다

"어이 얼굴 좋아졌네"문세상 기자가 인사했다

"오셨어요. 버스 한번에 오시니 힘들진 않으셨죠"김태산 대리가 인사했다. 여의도에서 구로까지 한방에 오는 버스가 있었다

"여기 건물 좋네. 대한증권 돈 많아 서울 한복판에 이런 연수원도 갖구있구"문세상 기자가 건물을 올려다보고 부려워했다. 그도 그럴게 여의도에 본사를 지으면서 구로에 10층짜리 빌딩을 함께 지어 옛날 사진 보면 구로동 전체가 훨히 내려다보이던 랜드마크 건물이기도 했다

"뭘요. 30년도 더 된 옛날 빌딩인데요. 가시죠. 저도 여기로 출근한지 이틀 밖에 안되서 밖에 어떤 식당들이 있는지 잘 몰라요"김태산 대리가 주변 식당을 찾아보자고 문세상 기자를 안내했다

연수원 건물 뒤로 돌아가면 골목 안에 해장국집들이 많이 있어 그 중 괜찮아 보이는데를 골라 들어갔다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그래도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 곧바로 앉을 수 있었다

"어쩐 일이세요. 이 먼데까지?"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아니 새로 영전했다니 얼굴보러 왔지"문세상기자가 말했다

"영전은 뭐, 그냥 유배온거죠"김태산 대리가 너스레를 떨었다

"여기 해장국 잘 할 것 같네. 냄새부터가 예사롭지 않아"문세상 기자가 메뉴판을 보고 말했다

"그럼 해장국 두개 시킵니다"김태산 대리가 해장국 두그릇을 시켰다

"여기 사람들은 괜찮구?"문세상 기자가 물었다

"예 연수원 관리가 주된 업무라 사람도 몇명 없고 진짜 가족같은 분위기입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이때 국밥 두그릇을 직원이 갖고 왔다. 테이블 위에 항아리에서 김치와 석박지를 꺼내 반찬 접시에 덜어놓고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준다. 항상 문세상 기자와 김태산 대리가 만나 식사할 때 이런 수고는 김태산 대리가 하게 된다. 사회나와 만난 사이지만 선후배로 서로돕고 믿는 의지하는 사이라 김태산 대리가 깍득하게 문세상 기자를 형님 대우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오신 이유가 뭐에요?"김태산 대리가 다시 물었다

"너 우리 증시에 상장했다 상폐된 중국기업들 알지?"문세상 기자가 첫 술을 뜨려다 말을 꺼냈다

"예 잘 알죠. 이번 정부에서 거래소 국제화한다고 상장특례를 만들어 외국기업 상장시켜 준건데 죄다 중국기업 아니면 홍콩기업들이고 상장한지 2년도 안되어 상폐되고 있잖아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응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해서 파 봤는데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문세상 기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상한 소문이요?"김태산 대리도 첫술을 내려놓고 문세상 기자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지금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제주도 지역 부동산을 사고 있는 중국자본이 있는데 이게 중국기업 상폐시킨 세력들 자금이라는 소문이야"문세상 기자가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조용히 말했다

"예 진짜요? 근거는 있는 소문인가요?"김태산 대리가 다시 물었다

"응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데 들어온 자금이 거쳐간 계좌가 상폐된 기업이 해외로 국내 공모자금을 빼돌린 계좌와 연결되어 있다고 은행에 계신 분이 말해 주더라구. 이상한 일이라구"문세상 기자가 말했다

"아 그렇죠. 공모자금은 바로 다음날 송금해 주니 중국쪽에서 받은 계좌가 있을테니요. 하지만 그런 금융거래 정보를 중국에서 공개할 리가 없잖아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그게 은행쪽에서 약속한 날 돈이 안 들어와 중국인 부동산 구매자에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중국인이 중국쪽 은행들 계좌를 공개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구"문세상 기자가 말했다

"중국 상장사들 갑자기 상폐하면서 먹튀논란이 있었는데 중국으로 빼돌린 자금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을 사는데 다시 들어온거군요. 이게 사실이면 아주 조직적인 사기같다는 생각이 드네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응 지금 좀 더 알아보라고 다른 기자들하고 움직이고 있는데 이쪽 구로가 중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지역이기도 해. 그래서 이따가 여기 대출이 많이 나간 은행지점도 취재차 가려고 겸사겸사 김대리하고 밥도 먹구"문세상 기자가 말했다

"잘하셨어요. 저야 문기자님 오시면 언제든 환영이죠. 이따가 은행지점들 취재하시고 시간 되시면 저녁도 함께 하시죠. 전 6시 칼퇴입니다'김태산 대리가 뒷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 저녁도 먹고 가라고 제안했다

"응 일단 취재 좀 해 보구. 둘러 볼 데가 많아서 상황을 봐야 해"문세상 기자가 말했다

"그런데 부동산 구매하는 중국자본이 중국기업 상폐 자금이면 이건 외화유치도 아니고 우리 투자자들이 사기당한 자금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마져 구매하는 거 아닌가요? 봉이김선달도 이런 봉이김선달이 따로 없네요"김태산 대리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응 나도 중국기업들 IPO를 취재해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대단한 중국기업을 우리 증시에 상장한다고 했지만 상장한지 두달도 안되어 상폐한 회사도 있었고 상장한지 일년만에 감사의견 거절을 당하는 기업도 많아서 애초에 상장시키면 안되는 기업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취재를 해 왔었지. 그러다 이번 건이 걸린거야. 아직 어디가서 이야기 하면 안되는거 알지. 나도 특종 좀 해봐야지"문세상 기자가 특종이란 말을 하며 기분이 좋아 보였다

"형님도 살아있네. 제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비록 유배지에 와 있지만 이제 시간도 많아서 도울 시간도 많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의욕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 이따가 구로지역 은행 지점들 돌면서 취재하고 저녁 때 스케줄 보자구"문세상 기자가 이렇게 말하고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도 국밥을 먹는데 이야기에 빠져 국밥이 식어 버리고 말았다

김태산 대리는 국밥 한술을 뜨며 속으로 생각에 잠기는데 어쩌면 김태산 대리를 구로의 연수원으로 보낸 건 단순 유배가 아니라 처음 의문을 가지게 된 중국IPO기업의 이상한 상장폐지에 해답을 찾을 기회를 주려는 하늘의 도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문세상 기자와 식사를 마치고 둘은 연수원 1층 밖에 있는 자판기로 가서 커피를 뽑아 마셨다

"을지로에 모여 있는 은행본점에서는 중국 부동산 구매 자본에 대한 대출에 대해서 쉬쉬하는 분위기야.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부동산을 구매하는데 우리나라 은행들 돈으로 구매한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문세상 기자가 말했다

"그렇게 대출이 많은가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명동에 꼬마 빌딩들 중에 몇개는 이미 중국인 손에 넘어갔어, 100억짜리 빌딩에 중국인이 30억만 갖고오면 70억은 우리나라 은행에서 대출을 해 주니 손쉽게 빌딩쇼핑을 즐기고 있는거지. 이런 대출도 우리나라 사람이 하면 깐깐할텐데 중국인도 외국인이라고 외국인 투자로 둔갑해 대출도 쉽게 나가지"문세상 기자가 설명해 주었다

"와 이러면 중국인들은 진짜 자기돈 한푼 안 들이고 우리나라 증시에서 우리나라 투자자들 등쳐 먹어 목돈 마련해 우리나라 부동산을 우리나라 은행통해 대출로 사들이니 진짜 봉이 김선달을 넘어서네요"김태산 대리가 감탄을 쏟아냈다

"분명 크게 잘못된 거지. 나도 중국기업 IPO를 취재하면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중국인 부동산 구매까지 연결되는 케이스가 많더라구"문세상 기자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그동안 궁금해 하던 중국기업 상장폐지의 미스테리를 의외로 중국인 부동산 구매에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반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조심하세요. 혹시 검은 돈일 경우 문기자님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걱정해 말했다

"응 걱정 말어. 기자 생활만 10년이야. 내가 분위기는 귀산같이 알아요."문세상 기자가 자랑삼아 말했다

"예 이따가 일 끝나실 때 연락주세요. 저녁시간 비워두고 있을께요"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그래요. 이따가 스케줄 보고 연락줄께. 오늘도 밥 잘 먹었어요"문세상 기자가 인사하고 취재하러 나섰다

김태산 대리는 취재를 떠나는 문세상 기자의 뒷모습을 실루엣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무사히 취재를 마치고 저녁 때 술한잔하며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문세상 기자를 배웅했다 

김태산 대리가 연수원 사무실로 돌아오니 오송미 기자가 뭔가 할 말이 있는지 탕비실로 따라오라 눈짓을 주었다

"왜 무슨 일 있어요?"김태산 대리가 탕비실로 오송미 사원을 따라 들어가며 물었다

"아침에 말한 기획안이요. 아까 점심먹을 때 그거 원장님이 물어보시더라구요. 대리님이 오전에 그거 작업했냐구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그래. 관심이 있으시다는거네"김태산 대리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사실 원장님 하루 종일 단타치잖아요. 운용규모가 꽤 되세요. 그래서 김대리님 기업IR담당자 연수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아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아 그래, 원장님이 주식을 그리 많이 투자하시나?"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지난 번에 커피 갖다 드리는데 어깨넘어로보니 몇 십억은 되는 것 같더라구요"오송미 사원이 말했다

"그정도야?"김태산 대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증권사 직원은 증권저축을 통해 자기 연봉만큼 주식투자를 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금지하고 있는 데 몇십억이면 불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강동훈 연수원장은 차명계좌를 이용해 매매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기업IR담당자 연수기획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내부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마워"김태산 대리가 오송미 사원에게 말하고 탕비실을 나왔다

김태산 대리는 식사 갔다 왔다고 인사하러 연수원장실에 들어가 강동훈 연수원장에게 식사복귀를 알리며 어깨넘어로 연수원장의 PC를 보았다 

꽤 많은 종목을 관심종목에 넣고 보고 있는 모습이다

"아 그래요. 가서 일 봐요" 강동훈 연수원장이 건성으로 인사를 받았다

김태산 대리는 연수원장실을 나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아 건너편 오송미 사원을 보며 말한다

"연수원장님이 방에서 안 나오는 이유를 알겠네"김태산 대리의 말에 오송미 사원이 미소로 답했다

김태산 대리는 PC를 켜고 기업IR담당자 연수에 대한 기획안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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