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한국태양광 주주총회장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장한국 대표와 최강희 대표의 설전이 오가고 나서 1호 안건에 대한 표결집계가 이뤄지고 있었다
최강희 대표측 인사가 표집계에 참여해 회사측의 검표 작업을 감시하고 있었다
장한국 대표와 최강희 대표측 우호지분을 모두 포함하면 전체 70%가 표결에 참여한 것이라 이번 주총의 의결정족수 과반을 넘어가기 때문에 표결 결과는 효력을 가질 수 있었다
장한국 대표측과 최강희 대표측이 분주히 사람들을 오가며 개표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표결을 마친 주총 참석자들도 잠시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를 피우려 밖으로 나가면서 주총장은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였지만 표대결 결과에 대해서는 양측이 모두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장한국 대표에 대한 이사해임안이 통과될 경우 2호 안건인 이사선임의 표결이 다시 있게 되는데 1호 안건이 부결될 경우 2호안건도 자동부결되게 되어 있었다
이미 한국태양광은 이사수가 정관에 규정된 인원을 다 채우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이사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관개정을 해야 할 일이었다
수기로 검표를 하고 주주별로 보유 투표권이 달라 집계에 시간이 좀 걸렸다.
아직 전자투표가 도입되지 않아 이런 번거로움이 있는데 전자투표가 정관 개정을 통해 도입한 상장사들은 주총장에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예전엔 최대주주 지분만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고 모든 안건을 의결할 수 있어 일부러 지방의 두메산골에 주총장을 공시하곤 했는데 총회꾼들의 참석을 못하게 하려는 꼼수가 많았다
특히 12월 결산법인들이 3월 마지막 주에 몰려 정기주총을 하는 것은 총회꾼들의 참석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꼼수이기도 했다
단 1주를 갖고 있어도 주주이기 때문에 주총에 참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주총장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데 총회꾼들은 이런 권리를 이용해 주총을 마라톤 주총으로 끌어버린다던가 고배당이나 주식소각 같은 요구를 하며 주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곤 했다
주총장에서 소란이 있었다는 보도는 회사 이미지에 나쁘게 작용하고 대출금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은행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총회꾼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 주곤 했다
그래서 매년 정기주총 시즌에 자신의 회사에 총회꾼들이 오지 않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주총 의결에 전자투표가 도입되면 총회꾼들이 물리적으로 주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수 없기에 주총을 진행하는 회사측도 편리한 측면이 있는데 특히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경우 주총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총회꾼들의 무리한 요구를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물론 소액주주들에게 신임를 얻고 있는 상장사들이 그렇다는 것이고 주가가 나쁘거나 경영진에 대한 나쁜 소문이 있는 회사들은 소액주주들의 반감에 이사가 바뀌고 경영권에 총회꾼측 인사가 들어가곤 해 이전처럼 경영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의결권 집계가 끝나고 양측의 참관자들이 집계표에 싸인을 하면서 이제 1호 안건에 대한 결과가 사회를 보고 있는 김요한 IR팀장 손에 넘어갔다
연단 위에 후선에 앉아 있던 김태산 대리는 김요한 IR 팀장과 눈을 맞춰보려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김요한 IR팀장이 집계표를 받아들고 입가에 미소가 나오는 걸 보고 1호 안건에서 장한국 대표가 승리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장내 정리를 부탁드립니다. 1호 안건에 대한 집계가 나왔습니다. 장내가 정리되는데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김요한 IR팀장이 주총장 정리를 부탁하는 멘트를 했는데 차분한 목소리를 들어 보니 영락없이 이긴 것 같다는 생각이 확실해 보였다
"자 이제 1호 안건에 대한 집계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총 1,200만주의 의결정족수에 총 1,000만주가 표결에 참여하여 이중 50%인 500만주가 반대를 400만주가 찬성을 표시해 1호 안건은 부결된 것을 알려드립니다. 이에 따라 2호 안건도 자동 폐기 되어 이제 3호 안건 감사의 선임의 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감사 선임에 있어 3% 룰에 따라 최대주주인 장한국 대표는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는 제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 증권대행부가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새도우보팅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새도우보팅은 주총 결의를 위해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키려 당사의 요청에 따라 명의개서 대리인인 하나은행 증권대행부가 감사 선임의 건 집계 결과에 따라 불행사 의결권을 중립적으로 행사하는 제도입니다. 3호 안건의 감사 후보들은 연단에 올라와 주주님들께 개인 소개와 포부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김요한 IR팀장이 1호 안건의 결과를 발표하고 곧바로 3호 안건 감사 선임의 건으로 곧바로 넘어간다고 발표했다.
장한국 대표측은 이번에 임기를 다한 감사를 교체하기로 했는데 주총 소집장에 진동훈 회계사라고 비상장으로 있을 때 외부감사인을 했던 분을 감사후보로 내세웠고 최강희 대표측은 임주훈 한중명일자산운용 고문을 감사 후보로 내세웠다
장한국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10%의 의결권 중 3% 밖에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최강희 대표측이 소액주주들을 움직이면 감사교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진동훈 회계사와 임주훈 한중명일자산운용 고문이 연단 위에 올라와 주주들엑 인사하고 진동훈 회계사가 먼저 개인 소개와 감사로써의 포부를 밝히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태양광 주주여러분. 지금 이 자리에 비상장으로 있을 때부터 한국태양광의 주주로 계신 분들은 저를 아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한국태양광이 비상장사로 있을 때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진동훈 회계사입니다. 오랫동안 한국태양광의 외부감사인으로 장한국 대표와 임직원들의 노력을 지켜 봐 왔고 상장 후에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에서 외부 감사인이 아닌 내부 감사인으로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제 미력한 힘이 한국태양광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조금의 보탬이 되고 주주분들이 신뢰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감사인으로 경영진의 경영에 견재와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주님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경영결과가 나오도록 사력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한국태양광이 글로벌 태양광발전 회사로 성장하는데 있어 적대적M&A의 먹잇감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미력하지만 힘을 보태드리고 한국태양광의 성장을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감사인 제안을 수락하였습니다. 주주님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진동훈 회계사가 한국태양광 감사인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 설명까지 마쳤다
임주훈 한중명일자산운용 고문이 연단에 서서 감사인 후보로써 인사를 시작했다
"존경하는 주주여러분 지난 1년여 동안 한국태양광은 많은 실망스런 모습을 주주여러분께 보여 왔습니다. 특히 중화태양광과 함께 고비사막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 우리나라 국정원과 검찰의 기술유출 수사를 당하는 등 주주 여러분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객관적인 인물이 감사를 맡아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전처럼 장한국 대표이사와 친분관계로 감사를 선임할 경우 효율적인 경영진 견제가 되지 않아 또 어떤 불미스런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한중명일자산운용의 고문으로써 감사인으로 추천되어 이 자리에 섰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주주들의 편에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것입니다. 아울러 주주이익을 고려해 고배당과 주주이익환원에 앞장서는 감사인이 되어 주주님들 편에서 늘 함께 하겠습니다" 임주훈 한중명일자산운용 고문의 인사가 끝나자 객석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태양광이 창립하고 지금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단 한번도 배당을 하지 못했는데 감사인 후보자가 고배당과 주주환원을 이야기 하자 개인투자자들이 혹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당과 주주환원도 배당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처럼 한국태양광이 적자를 지속할 경우 배당 재원이 없어 실제 배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회계적으로 주식발행초과금이 잡혀 있어 무상증자와 같은 현금 유출이 없는 주주가치환원은 가능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주당 가치 희석으로 길게 보면 주가 하락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었다
"자 이제 1호 안건 때와 같이 오른쪽 앞열부터 앞으로 나와서 주주권을 확인하시고 표결에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김요한 IR팀장의 안내에 따라 주주들이 한 줄씩 일어서 표결에 들어갔다
한국태양광의 주식예탁을 대행하는 하나은행 증권대행부 직원들은 표결 결과에 따라 중립적으로 새도우보팅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표결집계 장소로 이동해 의결권 행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호 안건 때 자신의 의결권을 한번 확인했기 때문에 3호 안건은 훨씬 수월하게 표결이 진행되고 있었다
상장사의 감사선임에 있어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의 주주가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출석주식수의 과반수 찬성이 이뤄져야 감사선임이 적법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하나은행 증권대행부의 참석으로 새도우보팅이 이뤄지기 때문에 참석 주주수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문제는 장한국 대표의 보유 지분 중 3%만 의결권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소액주주들이 장한국 대표가 미는 진동훈 감사를 선택해 줘야 했다.
최강희 대표측은 감사인 자리를 얻는 것도 크게 성공하는 것으로 앞으로 장한국 대표의 이사회가 하는 모든 경영행위에 딴지를 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강희 대표측이 감사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장한국 대표의 경영에 제동이 걸리고 여러가지 소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한국태양광이 정상적으로 경영될 수 없었다
따라서 장한국 대표측은 진동훈 회계사가 감사인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주주들을 설득할 수 밖에 없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그리고 군인공제회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 주식을 매도하여 소액주주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장한국 대표측이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나마 최강희 대표측이 적대적M&A에 나서면서 주가가 많이 올라줘 개인투자자들이 장한국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고 있었다
최강희 대표측 임주훈 한중명일자산운용 고문이 인삿말 중에 고배당과 주주환원에 대해 언급한 것이 개인투자자들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이 녹녹치 않아 보였다
표결이 끝나고 표 집계에 들어갔는데 아까와 같이 최강희 대표측이 개표와 검표에 사람을 보내 결과를 집계하고 있었다. 하나은행 증권대행부 사람들도 표 집계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치열한 안건이 되는 감사 선임의 건 결과가 나오기만을 객석에 앉아 있는 주주들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집계가 마무리 되어 가면서 최강희 대표측 인사가 객석에 앉아 있는 최강희 대표측과 활발하게 의사를 주고 받는 것이 보였다
집계결과표를 하나은행 증권대행부 직원들이 확인하고 무의사 주주들의 의결권을 새도우 보팅해 전달했다
최종 집계표가 김요한 IR팀장에게 전달되고 김요한 IR팀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이 보였다
"이겼다"김태산 대리는 김요한 IR팀장의 미소에서 숫자를 확인하지 않고도 이긴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리를 정리하시고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3호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총 참석주주 1000만주 중에 장한국 대표의 3%를 넘는 지분이 권리행사 제한으로 빠지게 되어 약 900만주가 총 의결권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의결권 행사 결과를 확인하고 하나은행 증권대행부에서 무의사 표시주 200만주에 대해 새도우 보팅을 행사하여 주었습니다. 총 1,100만주의 참석 주주 중 진동훈 감사후보에게 표를 준 주주수가 551만주 임주훈 감사후보에게 표를 준 주주수가 549만주 진동훈 감사후보가 최종 감사로 선임되었음을 보고드립니다"김요한 IR팀장의 감사선임 결과 발표가 있자 최강희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요원의 마이크를 빼앗아 큰 소리로 재검표를 요구하는 소리외쳤다
"재검표를 해 주십시요. 장한국 대표에 대해 3%룰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다시 검표해 주세요" 최강희 대표의 목소리는 객석의 박수소리와 환호소리에 묻히는 것 같았지만 여기저기서 최강희 대표의 요구를 따라 소리치는 주주들이 생기면서 주총장은 일순 아수라장이 되었다
마이크를 빼앗긴 진행요원은 최강희 대표에게 마이크를 빼앗으려 달려들면서 마이크의 삐하는 소리가 주총장에 울려 퍼 졌고 사람들은 귀청을 찟는 소리에 귀를 막기 바쁜 모습이었다
최강희 대표 주변에 보디가드로 보이는 사람들이 진행요원들을 막아서면서 주총장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젊은 주주들은 이런 광경을 스마트폰으로 연신 찍어대기 바쁜 모습이었다
일반적인 주총장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면서 기자들도 연신 후레쉬를 터뜨리며 최강희 대표측과 진행요원들의 물리적 충돌 장면을 사진에 담게 되었다
장한국 대표가 김요한 IR팀장에게 빨리 폐회 선언을 하라는 눈치를 주었고 김요한 IR팀장은 객석의 소란을 무시하고 폐회선언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장한국 대표측이 이번 임시주총에 일방적인 승리를 했지만 막판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최강희 대표측은 주총 안건의 효력 정지를 요구할 수 있는 소송으로 갈 명분을 갖게 된 모습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이 모든 과정을 연단 뒤에 앉아 지켜보면서 장한국 대표가 막판에 재검표를 하지 않고 폐회를 선언하도록 김요한 IR팀장에게 신호를 보낸 것이 못내 아쉬웠다
주총등기를 곧바로 추진하겠지만 최강희 대표측이 주총 효력 무효소송을 낼 경우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감사인의 효력이 정지될 수 있었다
최강희 대표측은 임시주총 막판에 총회꾼의 모습을 드러내며 임시주총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고 곧 있을 정기주총에서도 난장판을 만들 수 있는 껀덕지를 잡게 되었다
새도우 보팅을 행사해 준 하나은행 증권대행부도 임시주총 막판에 불거진 소란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인데 주주간에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지난 한달여간 준비해온 임시주총이 원하던 바 대로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최강희 대표측이 다음 정기주총 때에 더 단단히 준비하고 나설 것 같다는 우려가 생겨났다
기업사냥꾼에 전도유망한 벤처기업을 먹잇감으로 내주지 말아야겠다고 시작한 한국태양광 주식대리인 역할이 국정원과 검찰까지 끼어든 사건으로 발전하고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점점 더 오리무중이 되어 가는 것 아닌가 우려하게 되었다
김요한 IR팀장이 연단에 올라 장한국 대표와 장영국 변호사 리철산 중화태양광 총경리 그리고 감사인으로 선임된 진동훈 회계사를 모시고 연단 뒤 대기실로 이동했다
김태산 대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