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오후 4시 김태산 대리는 가락시장역을 나와 거리를 걷고 있다. 간간히 핸드폰 시계를 꺼내 시간을 체크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한참을 걸었는데 드디어 "한국태양광" 사옥 앞에 도착했다
사옥이라고 하지만 3층짜리 작은 건물에 앞에 작은 주차장이 있는게 전부인 전형적인 벤처기업의 모습이다
김태산 대리는 1층 안내데스크에서 기업IR을 받으러 왔다고 하고 1층 접견실에 들어가 김요한 IR팀장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상장에 성공한 벤처기업들은 1층에 미팅룸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각종 시상과 벤처기업인증서와 특허증들을 전시해 두고 있어 기다리는 동안 둘러보며 회사의 이력과 기술력을 파악할 수 있다
김태산 대리는 한국태양광이 기술력 있는 태양광회사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특허증 숫자가 20여개에 달하기 때문에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가과제를 꽤 많이 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기실 문을 열고 김요한 IR팀장이 들어와 김태산 대리와 명함교환을 하며 인사한다
김요한 IR팀장은 3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약간 살이 통통하고 둥글둥글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연신 미소를 지으며 응대해 사람 좋다는 소릴 많이 들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먼 길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회사를 어떻게 알고 계신지 궁금하네요."김요한IR팀장이 궁금증이 한가득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김태산 대리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짧게 대단합니다 "예 우리 대한증권에서 중국회사인 중화태양광을 IPO하면서 먼저 상장해 있는 한국태양광에 대해서도 애널들의 레포트가 나왔고 아무래도 규모가 중화태양광보다 작지만 기술력은 앞서 있다는 평가라 회사에 대해 더 알아보려 찾아왔습니다"
김요한IR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1년여 전 IPO때 사용한 IR북을 펼쳐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1년정도 되었지만 IPO할 때 사용한 IR북에 회사 전반적인 내용이 들어 있어 이걸 가지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김태산 대리는 김요한 IR 팀장이 펼친 IR북을 유심히 살펴보며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요한 IR 팀장은 "우리 한국태양광은 태양광발전소를 기획하고 건설하는데 직접 태양광 셀과 패널을 제조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습니다. 산간이나 호수 같은 유휴지에 태양광 패널을 깔고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데 국내 사업을 주로 하고 있고 해외영업도 IPO후 공모자금으로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요한 IR팀장은 "아무래도 태양광셀과 패널을 직접 제조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원가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 중국산 저가 태양광셀과 패널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김태산 대리는 설명을 듣다가 이상한 점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다 질문을 던진다
"팀장님 우리가 상장시킨 중화태양광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태양광패널에 문제가 있을 때는 패널 자체를 교체해 준다고 하는데 한국태양광은 어떤가요?"
김태산 대리의 질문에 김요한 IR팀장은 미소를 지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을 한다
"예 그 점이 우리 한국태양광과 중국기업 중화태양광의 기술력 차이로 중국은 태양광패널이 저가인 대신에 태양광을 받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비율이 낮고 그런 싸구리 패널을 사용하다 보니 셀 하나에 문제가 발생하면 패널 전체를 갈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한국태양광에서 내놓는 태양광패널은 셀들이 독립적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높은 전기전환율을 보이고 있어 만약 패널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된 셀만 떼어내 교체할 수 있게 제작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태양광발전소 설치와 이후 AS에서 한국태양광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것으로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중화태양광보다 비싸더라도 발전소를 10년이상 운영하는 내구재라는 측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태양광의 효율이 손익면에서 앞서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김태산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다시 질문을 이어간다
"그런데 한국태양광의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수익율)가 5 밖에 안되는데 코스닥시장 평균PER도 15가 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너무 낮아 보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요?"
김요한 IR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예 1년 전 상장 시 공모자금 300억원으로 신규사업으로 진출한 해외사업에 투자가 많이 되었고 아직 투자회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태양광발전소 보급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어 PER이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2050탄소제로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재벌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소에 정부 정책이 집중되고 중소벤처기업 위주의 태영광발전사업에는 정부의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입니다. 솔직히 국내에서 중화태양광이 IPO에 성공하면서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정부 보조금이 중국업체에도 동일하게 지급되는 것은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세금으로 외국업체 경쟁력을 키워주는 꼴인데 자본력에서 뒤쳐지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전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야 신재생에너지 보급율을 높이면 그만이지만 국내 산업경쟁력을 키워준다는 측면에서 중국정부처럼 국내업체와 해외업체에 대한 차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김요한 IR팀장의 목소리가 힘이 들어갔는데 우리 국민들 혈세로 중국 기업까지 지원해 주면서 우리 내수 시장 마져 중국산 저가 태양광 패널에 넘겨주는 것은 억울하게 생각될만 했다
한국태양광도 중국시장에 진출하려 시장조사를 했지만 중국정부의 보조금이 해외업체에 차별적으로 지급되고 돈이 되는 지역은 중국업체에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불리한 여건으로 중국 태양광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중국시장은 전형적인 정부주도 시장이라 중국정부의 보조금이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같은 민간주도 시장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시장이지요" 김요한 IR팀장의 다소 감정이 실린 듯한 장황한 설명을 들고 김태산 대리가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중국시장에서 중화태양광과 경쟁에서 한국태양광이 정부 보조금 지원을 못 받아 밀리고 있는건가요?"
김요한 IR팀장이 질문을 듣고 조금 머뭇거리다 답변을 한다
"중화태양광과 한국태양광이 중국시장에서 직접 경쟁하지는 않고 현재 한국태양광은 중국 태양광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보다는 고부가가지 도심형 소규모 태양광발전소에 들어가는 태양광패널을 수출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진출해 태양광발전소를 짓는데 여러가지로 어려운 점이 있어 중국 대리점을 통해 중국 태양광업체들에 태양광패널을 수출하는 전략을 쓰고있는데 중국 태양광업체들도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전기전환율도 떨어지고 잦은 고장으로 AS에 많은 비용이든다는 점을 잘 알기에 뻬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1선급 대도시의 고급아파트에 설치하는 태양광발전소에는 우리 한국태양광의 태양광패널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김요한 IR팀장의 목소리에는 자긍심이 묻어나고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질문을 이어간다
"그럼 한국태양광은 중국태양광시장에 태양광패널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거군요?"
김요한 IR팀장이 답한다 "예 태양광패널을 수출하는 것은 현금 거래이기 때문에 중국업체와 거래할 때 신용리스크가 훨씬 덜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중국기업들의 부실한 재무구조에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안하기 때문에 중국바이어가 현금을 TT로 송금하면 물건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고 이렇게 한국태양광 패널이 많이 보급되면 그때가서 현지합작법인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할까 고민중 입니다"라고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마지막 질문을 중화태양광에 대해 물어보았다
"최근에 중화태양광이 국내 증시 IPO 공모자금으로 고비사막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관련 소식을 듣고 계신가요?"
김요한 IR팀장은 미소를 띄우며 답변을 한다 "예 관련 소식을 듣고 중국쪽 안테나를 돌려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고비사막은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진 땅이고 사막이라 일조량이 좋은 지역으로 태양광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무인 태양광발전소를 대규모로 건설해 전력을 생산해 중국의 고질적인 전력부족을 보충하는 역할로 중국정부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 손마사요시 회장도 관심이 많은 프로젝트로 손회장은 고비사막에서 생산된 대규모 전력을 고압전선으로 끌고와 바다 건너 일본 서부에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에서 원자력발전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후쿠시마원전사고에서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에 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중국 고비사막에서 태양광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서일본으로 끌고 오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 같습니다."
한참 설명하던 김요한 IR팀장이 잠시 머뭇거리는데 김태산 대리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김요한 IR팀장을 처다보자 이내 말을 이어간다
"솔직히 중화태양광은 태양광발전소 건설사로 태양광셀이나 패널에 대한 기술력이 없이 외부에서 값싼 중국산 저가 태양광패널을 구매해 설치하는 사업을 하는 회사라 부가가치도 낮고 기술력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업체인데 솔직히 우리 증시에 상장하며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회사의 10배가 넘는 3000억원대 공모자금을 끌고 가는 것은 좀 의아했다"고 김요한 팀장이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김요한 IR팀장의 발언에 약간 놀란 눈빛을 하고 다시 물어본다
"중화태양광이 태양광셀과 패널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외부에서 구매해서 쓴다는 말인가요?"
김요한 IR팀장은 놀란 눈을 해서 답한다 "아니 모르셨어요? 중화태양광은 업력도 얼마 안되고 작년부터 덩치를 키우고 고비사막 프로젝트를 한다고 소문내면서 단기간에 성장한 업체이지 몇년전까지만 해도 중국시장에서 명함도 못보던 회사 였습니다. 당연히 태양광 셀과 패널을 제조하는 자회사를 갖고는 있다고 하지만 수율도 엉망이고 규모도 작아서 주로 외부에서 구매해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태산 대리는 김요한 IR팀장의 답변을 듣고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김태산 대리도 그렇고 다른 증권사 동기들도 중화태양광이 중국 대기업이라고만 생각했지 단기간에 급성장한 회사라는 인식을 전혀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화태양광의 소규모 IR에서도 중국 태양광시장에 대해 청사진과 장미빛 미래에 대해서 듣기만 했지 현재의 중화태양광의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들은 바 없었던 것이다
대륙이라는 중국의 덩치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탐욕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눈과 귀를 막은 꼴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정신을 차리고 마지막 인삿말을 건낸다 "오랜시간 IR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태양광이라는 좋은 업체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신뢰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소통하고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산 대리와 김요한 IR팀장은 미팅룸을 나서 회사 현관에서 악수를 하고 인사하며 헤어졌다
김태산 대리는 한국태양광에 IR받으러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했는데 최소한 남들보다 객관적으로 중화태양광을 볼 수 있는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는 지하철로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면서 어딘가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