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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1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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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Aug 24. 2023

4. 여의도의 밤

I.P.O 웹소설

오후 6시 김태산 대리는 한국태양광과의 IR을 마치고 큰 길로 나서며 여의도 대한증권 IPO팀 동기인 허영균 대리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전화기 넘어로 허영균 대리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 김프로 요즘 수익이 장난 아니라는 소문이 여의도에 자자해 한턱 쏴야지?"

김태산 대리가 숨이 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응 잘 지내지 오늘 내가 쏠테니 좀 볼 수 있을까 지금?"

허영균 대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지금? 무슨 일 있냐?"

김태산 대리가 택시를 손짓으로 잡으며 대답한다 "지금 택시 잡았다.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이야기하자"

김태산 대리가 택시를 서둘러잡아 타고 여의도를 외친다

택시는 올림픽로를 따라 여의도로 향하고 택시 뒷좌석에 앉은 김태산 대리는 생각에 잠긴다

한강에 드리우는 낙조가 붉게 물들고 있고 택시는 여의도에 들어가고 있다

퇴근시간이라 여의도 다 와서 차가 막히기 시작하는데 여의도를 빠져나가려는 차와 들어가려는 차들이 늘어나는 시간대라 출퇴근시간에 택시는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선배의 말을 김태산 대리는 뒤늦게 떠올렸다

여의도 대한증권 본사 앞에 택시가 정차하고 길가에 서 있는 허영균대리와 송주희 대리와 방갑게 인사한다

셋은 입사 초기 4년여간 본사 기업금융본부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는 입사동기들이다

"무슨 일인데 갑자기 여의도까지 행차신가?"허영균 대리가 물어본다. 김태산 대리는 "배고프다 식당 자리 없어지기 전에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송주희 대리도 인사한다 "김태산씨 오랜만이에요?" 

김태산 대리도 송주희 대리와 악수하며 인사한다 "진짜 간만이네요. 잘 지냈죠?"

셋은 간단한 인사를 하고 이내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허영균 대리가 안내하는 곳은 여의도의 3대 돼지고기집으로 유명한 음식점으로 소고기집이 더 많은 여의도에 꽤 서민적인 식당이라고 할 수 있는 유서깊은 한돈고기집이다

셋은 벌써 자리가 차가는 식당 구석으로 안내받아 자리를 잡고 삼겹살과 항정살 셋트를 주문하고 소주를 주문했다

허영균 대리가 먼저 말을 꺼낸다 "야 이게 얼마만이냐? 너 지점으로 발령받고 근 일년여 만에 얼굴 비추고 너무 한거 아냐? 간간히 들리는 풍문으로 강남에 날리는 선수가 되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인센티브 많이 받으면 소고기라도 쏴야 하는 거 아냐?"

김태산 대리는 웃으며 "어디서 그런 정확한 정보를 얻은겨? 아무래도 지점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네"

허영균 대리가 답한다 "응 용수도 불렀다. 너 온다니까 지도 한잔하고 싶다고 여의도로 온다더라"

김태산 대리가 "아차 용수를 잊고 있었네. 잘 불렀다"

동기이기는 하지만 100명 입사동기 중에 유일한 여성동기인 송주희 대리는 본사 안형수 상무의 비서로 근무하고 있어 좀처럼 만나기 힘든 동기였다

김태산 대리가 송주희 대리에게 말한다 "잘 지냈어요? 안 상무가 까탈스럽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송주희 대리는 미소를 지으며 " 안상무 소문처럼 까탈스럽지 않아요.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에겐 살갑게도 잘 해 주세요. 잘 지내셨죠? 작년 송년회 때 못 가서 미안했어요. 오늘은 마침 시간이 되어서 얼굴보러 나왔죠"

안형수 상무는 성격이 까탈스럽기는 해도 업무능력을 회장에게 인정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는 실세로 차기 대한증권 사장감으로 회자되는 인물이다

한돈 고기와 함께 한용수 대리가 도착했다

"야 나 빼고 니들끼리 한잔하기야? 갑자기 벙개를 하더라도 귀뜸이라도 해줘야지"

한용수 대리가 자리에 앉으며 한 소리 한다. 이내 김태산 대리를 보고 한영수 대리가 말한다

"백종한 과장이 너 땡땡이 아니냐고 매일 밖으로 싸돌아 댕기지 말고 사무실 좀 지키란다"

백종한 과장은 명문대를 나와 한량짓하며 클럽이나 다니고 젊은 여성들 꼬시며 지내는 전형적인 젊은 꼰대인데 요즘 주식이 물려서 그런지 신경이 곤두서 있어 언젠가 한소리 듣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허영균 대리가 삼겹살을 달궈진 불판에 올리자 돼지고기 익는 맛있는 소리가 나며 연기가 연실 올라온다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달려와 삼겹살을 다시 내리고 고기쟁반에 있는 기름덩어리로 불판위를 코팅하듯이 둘러주고 다시 고기를 올리자 소리는 나도 연기는 훨씬 줄어든 모습이다

"역시 프로가 아마추어보단 확실히 나은 것 같다"는 말을 김태산 대리가 한다

허영균 대리가 웃으며 "왜 이러셔 아직 팀에서 막내라 고기는 내가 여전히 굽고 있어 나도 프로야"

한용수 대리가 "놀고 있다. 너 아직도 막내냐?"

허영균 대리가 슬픈표정으로 "뭔 팔자라고 동기인 태산이 지점가고 밑에 신입을 안 넣어주내. 그래서 윗 사람들 가방 모찌는 내 몫이 되었고 회식에 불판 고기담당은 고정으로 내가 하고 있지. 불쌍하지. 확 지점 나가버린다고할까?"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손사래를 치며 이구동성으로 "노, 넌 절대 지점성격이 아녀"

"하하하" 서로를 바라보며 웃다가 소주로 잔을 채우고 건배를 한다

"간만에 함께 모여 술잔을 기울이니 좋네"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허영균 대리가 소주를 따라주며 묻는다 "그런데 갑자기 여의도는 왠일이냐?

김태산 대리가 잔을 채우고 소주를 건내받아 따라주며 답한다 "응 중화태양광 때문에 물어볼게 있어서"

허영균 대리가 작은 눈으로 김태산 대리를 쳐다보며 궁금하다듯이 묻는다 "뭐가?"

김태산 대리는 한국태양광을 방문해 IR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너 듀딜리전스(기업실사) 갔지? 중화태양광이 셀과 모듈을 외부에서 사오는 거 알았어?"

허영균 대리는 다소 당황한 낯빛으로 답한다

"응 중국 상하이로 실사를 가긴 갔지. 상해국제공항에 내려 중화태양광에서 마중나온 사람들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중화태양광 공장에 찾아갔는데 공장 규모도 크고 사람들도 많이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더라구

거기가 태양광 셀과 패널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소개받고 실사자료 요청해 받아와서 다 번역해서 심사청구서 만들었지. 중국태양광시장이 호황이라 중화태양광의 생산케파로는 부족해 외주 공장을 사용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제한적으로 이용한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받은 자료에도 그렇게 나오구"

김태산 대리가 또 물어본다 "이용호 부부장하고 권한율 과장하고 같이 간거야?"

허영균 대리가 대답한다 "응 1차 2차 모두 셋이 팀을 이뤄 중화태양광에 갔지"

김태산 대리가 고개를 절래절래 하며 "이용호 부부장이나 권한율 과장이나 술 먹고 놀기 좋아하는 양반들인데 실사가서 제대로 했겠나?"

허영균 대리가 "솔직히 중국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중국가서 뭘 하겠냐? 중화태양광에서 붙여주는 조선족 직원 통해 필요한 서류 받고 설명 좀 듣고 그게 다지. 난 중화태양광에서 서류받아서 분석조서 꾸미느라 하루 종일 중화태양광 회사에 붙어 있었고 이용호 부부장하고 권한율과장은 아침에 같이 공장에 왔다가 중화태양광 임원들하고 밖에 나가 퇴근시간 쯤 되어 와서 내가 만든 서류 체크하고 저녁먹으러 가는게 다였지"

김태산 대리가 다시 묻는다 "실사 가 있는 동안 뭐 이상한 것 없었어?"

허영균 대리가 생각에 잠겼다 답을 한다 "그러고 보니 공장이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점심 때 직원 식당이라는데 갔는데 큰 공장 치고는 직원수도 많지 않았고 중국공장이 무슨 스마트팩토리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이 적나 좀 이상하기는 했어. 조선족 직원말로는 외주를 줄 때는 출근하는 직원이 적고 다 외주공장으로 가서 그렇다는데 그래도 큰 공장 치고는 일하는 사람들이 적어 보이더라구"

허영균 과장은 또 뭔가 생각 난 것처럼 말한다. "그러고 보니 중화태양광측이 제출한 서류에서 인건비나 생산케파가 매출하고 좀 안 맞는 것 같아 조선족 관리에게 말하니 회계사라고 중국인 회계사를 불러다 줬는데 뭘 고쳐줄까요 라고 하더라. 솔직히 황당했지. 결산서류를 발행사가 요구하는대로 고쳐주겠다는 회계사 말에 우리나라 옛날 회계관행이 생각나더라구. 우리나라도 IMF구제금융 전까지만 해도 회계사들이 회사가 원하면 숫자를 고쳐주곤 했잖아. 그러다 망했지만 말야"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깜짝 놀란 눈을 해서 허영균 대리를 쳐다본다

"야 그럼 중화태양광 회계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거냐?"

허영균 대리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아니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이 아니고 중국의 회계 관행이 그렇다는 거지. 실사중에 호텔에서 이용호 부부장하고 권한율과장에게 보고했는데 중국에는 중국법을 따라야 한다고 그냥 넘기더라구"

김태산 대리는 다소 화난 목소리로" 야 그럼 중국법을 따를 거면 중국증시에 상장을 해야지 왜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을 시키냐?"

허영균대리도 지지않고 답한다 "이용호 부부장이 그러는데 우린 상장시킬 회사를 분석해 공모가격을 찾아 제시하면 되고 나머지는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투자자 스스로가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거지 투자상품을 소개만 해 주는 우리 책임이 아니라구"

다소 고지식하 한용수 대리가 한소리 한다 "야 오늘도 본사에서 중화태양광 주식을 사서 시장조성을 막으라고 해서 전국 지점이 다 나서 수천억을 샀는데 투자자 책임이라구? 그게 말이 되냐? 하여간 본사 놈들은 지점 현실을 몰라요"

다소 분위기가 험악해 지려 하자 송주희 대리가 나서서 소주를 따라주며 분위기를 돌리려 한다

"자 한잔씩 받으시고 오늘 모인게 이럴려고 모인게 아니잖아요." 3명의 남자 동기들에게 술잔을 따라주고 건배 제의를 한다

기분좋게 만난 동기모인이 서로의 입장 차이로 서먹해 져 버렸다

1차를 끝내고 나가는데 허영균 대리가 술값을 계산한다. 일행은 식당 앞 도로에 서서 2차를 어딜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송주희는 내일 새벽에 이사님 출근전에 출근해야 한다고 먼저 자리를 떠난다

오후 9시 30분 3명의 동기들은 눈 앞에 보이는 포장마차로 이동해 2차를 하려한다

포장마차에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 둘이 보이는데 동기인 영업부의 이한호 대리와 법인영업부의 조위찬 대리가 닭발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여 이게 누구야 태산이 아니야? 오랜만이다. 여의도 오면 미리 연락하지 그랬어"이한호 대리가 반갑게 맞아 준다

조위찬 대리도 함께 악수하고 동석하게 된다

동기 5명이 포장마차 비키니 테이블에 둘러 앉아 닭발에 오돌뼈에 꼼장어까지 여러안주를 시켜 소주잔을 돌리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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