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오전 9시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고 또 다시 전쟁이 시작되었다
잠실지점은 온통 전화벨 소리로 시장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김태산 대리도 밀려오는 주문에 전화받고 단말기에 주문을 쳐내느라 정신 없이 바쁜 모습이다
하지만 그 사이 틈틈히 중화태양광의 주가를 확인하는데 개장과 함께 시장조성의무가 사라졌다고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김태산 대리는 어제 들은 소리도 있고 불안한 마음에 고객들에게 중화태양광에서 한국태양광으로 갈아타자고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몇몇 고객은 어제 사자마자 주가가 흘러내리니 손해를 봤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어떤 고객은 알아서 잘 해 달라고 읍소를 하는 고객도 있고 그렇게 전화를 하면서 고객들의 동의를 받아 중화태양광을 팔고 한국태양광으로 갈아타고 있다
김태산 대리의 손동작이 빠르게 단말기를 타이핑하면서 중화태양광은 팔아버리고 한국태양광은 매수하는 주문을 넣고 있다
박현주 차장이 김태산 대리방에 찾아와 문을 닫고 이야기 한다.
"자네 중화태양광 정보 확실한거야?" 박 차장의 눈에는 진실이 무엇인지 갈망하는 간절함이 엿보이는 걸 보면 자신의 모찌계좌로 중화태양광을 몰빵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김태산 대리가 답하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린다. 한국태양광의 김요한 IR팀장의 전화다
김태산 대리는 휴대폰을 들어 박차장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보여주고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받는다
"안녕하십니까 김요한 팀장님"
전화기 넘어로 김요한 팀장의 목소릭 들린다 "어제 오셨을 때 알아봐 달라고 요청한 건이요. 중국 법인에 알아보니 중화태양광이 진행하는 사업은 별로 없다는 답이 왔습니다. 공모자금이 많이 들어왔다는 소문은 중국시장에도 돈다는데 아직 중화태양광이 뭘 한다는 정보는 없다네요"
김태산 대리가 "감사합니다. 일부러 알아봐주시구. 제가 조만간 밥 한번 사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는다
조용히 옆에서 통화내용을 들은 박현주 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 밖으로 나간다
김태산 대리는 단말기 화면에 중화태양광 주가와 한국태양광 주가를 번갈아 보며 하락하고 있는 중화태양광 주가에 뭔가를 결심한 모습이다
전화기를 들고 고객들에게 전화해 중화태양광을 다 팔자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증권사 영업사원이 강하게 매수와 매도를 권하는 경우는 영업약정이 딸릴 때와 확실한 정보가 있을 때인데 지금은 나름 확실한 정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중화태양광을 한국태양광으로 갈아타자고 강하게 설득한 것이다
이럴 때 중화태양광의 주가는 더 떨어지고 한국태양광의 주가가 올라주면 쪽집게라는 칭잔을 들으며 고객들의 신뢰가 올라가고 가끔 수익이 많이난 고객은 직접 지점을 찾아 밥도 사주고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오전 내내 전화를 돌리고 설득된 고객의 계좌에서 중화태양광을 매도해 한국태양광으로 갈아타니 약정도 약정이지만 불안감이 사라져 허기짐을 느끼게 되었다
조용한 지점장이 김태산 대리 방을 열고 식사를 가자는 눈짓을 한다. 김태산 대리는 잿싸게 정리하고 조용한 지점장을 따라나선다. 점심시간에도 거래는 계속되기 때문에 지점장 팀과 부지점장팀으로 나눠 점심식사를 교대로 하게 된다
매번 지점장팀이 먼저 식사를 가고 이후 부지점장팀이 교대로 식사를 하는 시스템이다
점심식사는 30분 안에 금새 끝내는데 교대를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식사만 하고 곧바로 지점으로 들어가야 한다
조용한 지점장과 정현수 차장 그리고 김태산 대리와 여직원들이 함께 가는데 점심 밥 값은 지점장 법인카드로 지불되기에 직원들은 밥값도 아끼고 나쁘지 않은 시스템이다
다만 장이 나쁜 날은 지점장이 점심식사를 걸르는 경우가 있어 이럴 때는 각자 알아서 밥값을 내야 한다
오늘은 조용한 지점장이 오동추 상무에게 금일봉도 받고 칭찬도 받아 기분이 좋은 모습이다
지점근처 불고기집으로 직원들과 함께 가 불고기 정식을 사주었다.
식사 테이블에 앉아 조용한 지점장이 김태산 대리에게 물어 본다 "한국태양광 사볼만 한가?"
김태산 대리가 답한다 "예 오전에 한국태양광 김요한 IR 팀장에게 전화왔다는데 한국태양광 중국법인에 알아보니 중화태양광이 별다른 실적이 없다고 하네요. 공모자금 3000억원이 넘어간지 한달이 다 되었는데 아직 아무런 투자를 하지않고 있답니다"
조용한 지점장이 김태산 대리 말을 다 듣고 답한다 "항상 경쟁사의 말을 들을 때는 반을 접고 들어야 해. 경쟁상대를 깍아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는거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크로스 체크가 가능하면 찾아보구"
김태산 대리가 "예"락 짧게 답하고 이내 불고기 정식이 나온다. 식사를 할 때는 정현수 차장이 분위기를 띄우려 주저리 주저리 말을 많이 하는데 아무도 그 말을 귀에 담지 않고 밥 먹는데 주력한다
식사가 끝나고 김태산 대리는 곧바로 지점으로 교대를 위해 들어간다
김태산 대리는 장재원 부지점장께 교대하러 왔다고 인사하고 곧장 방으로 가 시세창을 보는데 중화태양광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했다. 공시가 나온 것도 뉴스가 나온 것도 없는데 주가는 갑자기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반등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전 장에 고객들을 설득해 중화태양광을 다 팔아버렸는데 갈아탄 한국태양광의 주가는 하락반전되고 중화태양광의 주가가 급등해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김태산 대리는 보조 단말기로 인터넷 서핑을 통해 뉴스가 있나 찾아보았지만 별다른 뉴스가 없는데 중화태양광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들 중 집에서 HTS로 시세를 보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은 주가변동이 확인되면 득달같이 전화와 따지곤 한다
김태산 대리의 전화기에 벨이 울리고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는데 전화기 넘어서 앙칼진 여성의 목소리로 중화태양광 주식 팔았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이미 매도한 상태라 답하기 궁색한 상황인데 여성고객은 이제 어쩔꺼냐고 책임지라는듯이 추긍하고 나선다. 이럴 경우 고객의 동의 하에 매매가 이뤄진 것이라고 차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지금 눈앞에 빨간불로 장대양봉을 그리며 오르는 종목을 보고 나면 고객 입장에도 열받을 만 하기 때문에 꼼작없이 욕받이가 될 수 밖에 없고 죄송하다고 밖에 할 말은 없게 되었다
오후 장들어 중화태양광은 계속 올라 15% 급등해 상한가로 끝났고 한국태양광은 오전의 상승폭을 지켜내지 못하고 겨우 보합권에 끝나고 말았다
오후 내내 고객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린 김태산 대리는 의자에 축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는게 병이라고 한국태양광 김요한 IR팀장을 너무 믿은 것이 잘못이라고 자책하고 있으면서 새삼 조용한 지점장의 선견지명에 역시 짬밥은 무시 못한다고 느끼게 된다
장 종료 후 지점 객장에 있는 증권방송을 통해 중화태양광이 소문만 돌고 있던 고비사막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결국 저 건이 장중에 찌라시를 통해 돌았고 중화태양광 주가가 급등할 때 대한증권 지점들은 어제 시장조성을 피하기 위해 사들였던 물량을 거의 고가에 다 차익실현하게 된 것이다
김태산 대리만 너무 일찍 움직여 손해를 본 경우로 아는게 병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김태산 대리는 오후 내내 고객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리다가 장이 끝나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뭔가는 해 봐야 할 것 같아 본사 IPO팀에 동기 허영균대리에게 전화한다
"영균이냐? 중화태양광 어떻게 된거야?"
허영균 대리는 자리를 옮기는 것 같은 데 작은 목소리로 "안 그래도 전화할려고 했는데 중화태양광 공시대리 "한중로펌"에서 돌린 보도자료야. 지난 번 실사에서 고비사막 태양광발전소를 일본 소프트뱅크 손마사요시 회장이 투자해 주면 시작하기로 했는데 우리 공모자금이 3000억원이 들어가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지"
김태산 대리는 중화태양광이 3000억원의 공모자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마도 중국인 전직원들이 10년동안 아무일 안해도 월급을 줄 수 있는 돈을 중화태양광이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허영균대리가 계속 말한다 "그런데 말야 고비사막 태양광발전소가 건설에만 1조원이 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라 공모자금만으로는 어려울 텐데 파트너도 없이 시작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해?"
김태산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고맙고 추가 정보 있으면 연락 줘"
통화를 끝내고 김태산 대리는 주가창에 중화태양광 종가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다
오늘 매도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들은 오늘 상한가 종가를 보고 내일 오전장에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문의하는 전화를 할 것이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증권사 지점영업은 고객을 대신해 먼저 고민하고 답을 제시해 줘야 하는 자리라 항상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다.
오늘 거래는 완전히 "마바라"라 짓을 한 것인데 고객들에게 손해가 되는 투자권유로 시장과 꺼꾸로 가는 짓을 해 버린 꼴이니 고객들에게 허풍쟁이가 되고 만 것 같았다
김태산 대리가 증권사에 입사한 지 5년여 만에 최대 오점이 될 것 같다는 불안한 맘이 생겼다.
증권영업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고객과 연도 끊기고 밥줄도 끊기게 되기 때문에 항상 너무 확정적으로 답해도 너무 유약하게 답해도 안되는 자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점심시간에 조용한 지점장이 말한 듯이 너무 한국태양광 김요한 IR팀장 말을 신뢰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