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가 지점으로 돌아와 각자의 방에서 컴퓨터를 끄고 짐을 챙긴다
오늘은 본부장이 내린 금일봉으로 지점회식이 있는 날이다
지점 전체가 모이다 보니 큰 방이 있는 고기집에서 1차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여직원들도 마감을 서두르고 있고 여직원들이 마감을 다 하면 백종한 과장이 마감확인 클릭을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귀찮은지 백종한 과장은 회식이 있는 날은 김태산 대리나 한용수 대리에게 일을 맡기고 회식자리에 가기 바쁘다
백종한 과장이 한용수 대리에게 마감을 부탁한 것 같았다
짐을 챙겨 방에서 나오는데 한용수 대리가 여직원들 서무 파트에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도 고객석에 앉아 업무마감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여직원들도 오늘 돌아가는 사정을 눈치채고 있어 김태산 대리 눈치를 살피고 있다
한 여직원이 김태산 대리에게 슬쩍 말한다 "괜찮아요?"
김태산 대리는 억지 미소를 보이며 "예 괜찮습니다"
한용수 대리가 마감확인 클릭을 하고 여직원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 가자, 어르신들 기다리다 짜증내겠다"
지점 회식을 하면 윗분들이 먼저 식당에 가서 자리를 잡고 시작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지점 마감을 하고 가야 하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늦을 수 밖에 없다
지점 문을 나서며 보안 장치를 가동하고 회식자리로 이동한다
김태산 대리는 회식장소로 이동하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조용한 지점장이 본부장에게 들은 정보를 간부들하고만 공유한 것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식장소인 육백집 근처에 당도하니 벌써부터 고기 냄새가 진동 한다
육백집에 들어서니 우리를 알아본 주인이 반갑게 맞이하며 방으로 안내한다
조용한 지점장과 장재원 부지점장, 박현주 차장과 정현수 차장, 백종한 과장이 벌써 고기를 구으며 소주잔을 돌리고 있었다
정현수 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을 맞이하며 자리배치를 한다. 아무래도 서무차장 짭밥을 이년이상 해서 그런지 회식할 때 정현수 차장이 제일 신난 것 같다
"자 어서들 앉고 고기들 시켜, 윗사람들 기다리게 하면 되냐. 배고파서 먼저 시작 했다"
정현수 차장이 먼저 고기를 굽고 있는 윗사람들을 대신해 미안한지 괜한 소릴 해 댄다.
항상 회식에 오면 고기가 오고 술이 들어오면 의례처럼 하는 지점장님 건배사가 있다
조용한 지점장이 자리에 일어나 소주잔을 들고 건배사를 한다
"우리 잠실지점 직원들의 노고로 오늘 본부장님이 금일봉을 하사하셨습니다. 마음껏 드시고 앞으로도 심기일전 더 발전하는 잠실지점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자 건배"
일동 술잔을 높이 들고 건배를 외치며 단숨에 마신다
고기를 굽는 건 막내인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의 몫인데 김태산 대리는 고기를 잘 굽는다는 칭찮을 듣곤 했다
정현수 차장이 "역시 고기를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김태산 대리가 굽는 고기는 타지도 않고 잘 구워져 맛이 더 있는 것 같아"
항산 빈말이라도 뭘 잘한다는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정현수 차장의 칭찬에 김태산 대리의 표정에 웃음기가 돌고 있다
한용수 대리는 김태산 대리의 표정이 조금 밝아지자 "고기 굽는 건 태산이를 따라갈 수가 없네요"
이렇게 사람을 띄우니 김태산 대리는 고기를 먹지도 못하고 계속 구워대며 윗분들 식탁에 고기가 끊이지 않게 계속 구워대고 있다
젊은 친구들이라 고기를 많이 먹기도 했지만 그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들이라 술도 많이 먹곤하는데 그래도 1차는 적당히 먹고 2차로 근처 호프집에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재미가 직장생활에 있다는 사실은 직장인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거다
이런 자리에서 오가는 취중 진담이 속내를 잠깐이지만 드러내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한참 고기를 먹고 이제 배가 좀 불러올 때 식사를 시키는데 후식 냉면과 된장찌개로 통일해 주문하게 된다
이때 지점장에게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는데 아마도 장미아파트가 집인 본부장이 어디서 1차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맥주 한잔하러 들린다는 전화인 것 같다
지점장이 전화를 끊고 주변에 앉은 간부들에게 본부장이 오고 있다고 알려준다
후식 냉면과 된장찌개가 나오고 본부장이 온다고 간부들은 대충 빨리 먹어치우고 식당 밖으로 나가 서 있는데 아무래도 인사권을 가진 가장 높은 분이 오시니 간부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식당 앞에 도열해 있으니 기사딸린 새단이 식당 앞에 선다. 본부장이 도착한 것이다
대한증권은 상무이사부터 기사 딸린 차를 내주는데 임원을 집까지 모셔다 주는 것이 일이라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야근하기 일쑤인데 오늘은 집앞 잠실지점의 회식이라 여기서 기사를 돌려보내신다
본부장은 기사에게 퇴근하라고 하고 차에서 내린다
기사는 차에서 내려 인사를 하고 차를 몰고 가고 본부장 앞에 지점장 이하 잠실지점 직원들이 도열해 있다
"내가 너무 늦은거 아닌다?" 본부장이 말하자 지점장이 "아이구 아주 딱 좋은 시간에 오셨습니다. 이제 막 2차 가려고 할 때입니다"
"여기 근처에 괜찮은 치맥집 있는데 여기어때?" 본부장이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현수 차장이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하며 앞장서 길을 안내하고 있다. 잠실지점에서 오래 근무하다보니 이 근처 술집은 다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일동 본부장과 지점장 뒤에서 함께 이동하기 시작한다
김태산 대리는 본부장과 지점장 바로 뒤에서 걷고 있는데 둘의 대화를 듣게 된다
본부장이 "지점장 아침에 내가 말해 준 거 잘 대응했어?" 지점장이 웃으며"본부장님 덕분에 영업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고객들도 기뻐하시구요"
본부장이 "그래, 우리가 IPO한 종목이라 정보가 좀 들어오네. 정확하기도 하구"
지점장이 "예 중화태양광으로 재미 좀 보면 따로 모시겠습니다"
본부장과 지점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길을 간다
본부장과 지점장의 뒤에서 이 말을 들은 김태산 대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얼굴이 일그러진다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준 고급정보를 조용한 지점장은 간부급 사원들 한테만 전달한 것이다. 아니 간부들이 듣고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에게 전파했어야 하는데 이를 잊어먹은 듯하다
덕분에 김태산 대리는 하루 종일 마바라짓을 했고 고객들 손실 뿐 아니라 김태산 대리의 신용도 땅에 떨어져 버렸다
김태산 대리는 내심 분하고 화가 났지만 참고 앞으로 중요한 정보는 결코 간부들과 공유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증권시장은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도 없는 총성없는 전쟁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식당 근처 큰 테이블이 있는 호프집에 들어가 노가리와 맥주를 주문했다
호프집 주인은 단체손님이 오니 매상이 오를 걸 생각하며 신이 났는지 싱긍벙글하며 서빙을 보고 있다
맥주잔이 다 돌고 본부장이 건배사를 한다
"대한증권 잠실지점의 건승을 바라며 건배" 본부장의 건배사에 일동 맥주잔을 치켜들고 건배하고 마신다
이런 자리에 오면 밑에 직원들은 말하기 보다는 듣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데 본부장같은 간부들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분 앞에서 입을 잘못 놀렸다가 분위기를 망칠 수 있어 그저 윗분들 말을 경청하는 태도로 일관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윗분들은 본부장과 지점장의 "나때는 말야" 배틀을 가만히 듣고 있어야 하는데 왕년에 어땠다는 걸 자랑하는 걸 낙으로 삼고 있는 분들이라 꼼짝없이 들어줘야 하는 일이다
그러다 본부장과 지점장이 중화태양광 관련 대화를 하게 된다
"류한경 IPO팀장이 그러는데 중화태양광 고비사막 프로젝트에 일본 소프트뱅크 손마사요시 회장이 관심이 많다더군, 조만간 투자도 직접 할 꺼라는 소문이라고 귀뜸해줬어" 본부장의 말에 조용한 지점장은 미소를 띄우며 연신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말 그대로 본부장이 조용한 지점장에게만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정보를 갖고 있는 쪽과 못 갖고 있는 쪽의 수익률 차이는 극명한데 TV드라마 "재벌집 막내아ㅣ들"처럼 미래를 다 알고 있다면 그에 맞게 포지션만 취해도 수익율이 장난아니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도 본부장과 조용한 지점장 근처에 앉아 있어 관련 대화를 들을 수 있었는데 오늘 오전에만 알았어도 고객들에게 중화태양광 주식을 팔라는 마바라 같은 짓을 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후회에 화도 나는 것 같아 실수를 할까봐 담배 피운다는 핑계를 대고 식당 밖으로 나와버렸다
한용수 대리도 낌새를 알아차리고 함께 담배를 피운다는 핑계로 자리를 빠져 나와 식당 밖으로 나간다
한용수 대리는 식당 주인아저씨께 부탁해 담배 2대와 라이타를 빌려 나왔다
한용수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김태산 대리에게도 한대를 권한다. 김태산 대리는 말 없이 담배를 받아들었지만 결혼과 함께 담배도 끓었기 때문에 피우지는 않았다
한용수가 대리가 김태산 대리를 위로하듯 말한다 "잘 참았어. 이런 일 어디 하루 이틀이냐."
김태산 대리는 한용수 대리의 위로의 말이 이해는 되지만 용서는 안되었다 "응 오늘 오전에만 알았어도 마바라짓은 안 했을텐데 고객들 손해도 그렇고 내 신용도 말이 아니다"
한용수 대리가 말한다 "그럼 어쩌겠어. 참아야지.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고 말하고 다시 중화태양광 사서 먹여주면 되잖아"
김태산 대리는 한용수 대리의 말에 진심 담배 한대가 땡기긴 했다. 말이 쉽지 오늘 팔자고 한 주식을 내일 다시 사자고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입장에선 영업당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때 백종한 과장이 나와 김태산 대리 손에 있는 담배를 보더니 안피우냐 묻고 그럼 자신을 달라는 손짓을 한다
김태산 대리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백종한 과장에게 내준다.
백종한 과장이 담배를 입에 물자 한용수 대리가 라이터를 켜 불을 붙여 주는데 화력을 키워놔서 하마터면 백종한 과장의 앞 머리를 태워 먹을 뻔 했다.
"아이쿠 너 뭐야?" 백종한 과장이 화를 내려하자 한용수 대리가 쨉싸게 사과한다 "아 이게 제 것이 아니라 식당 사장님께 빌린 거라" 한용수 대리가 그렇게 변명했지만 아까 얌전하던 라이터가 백종한 과장에게 담뱃불을 붙여줄때 커진걸 봐서 한용수 대리가 일부러 그런 것 같았다. 그도 그럴께 백종한 과장과 1년 차이 기수 선후배인데 사사건건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에게 시어머니 노릇을 하니 평소에도 감정이 좋지는 않았다
이런 작은 보복이지만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백종한 과장을 골려먹는 재미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고 술자리는 막판으로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