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오전 9시 잠실지점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개장과 함께 중화태양광은 6%대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어제의 상한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장초에 차익실현 매물이 꽤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다 받아내고 거래량이 터지면서도 꿋꿋하게 중화태양광 주가는 조금씩 오르고 있다
어제 장 종료 후 공시한 중화태양광의 고비사막 태양광발전소 건설 계획이 신문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대한증권이 확실한 타이밍에 IPO를 잘 했다는 홍보성 기사도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홍보실에 홍성철 대리 작품같은데 동기이면서 조금은 건방진 구석이 있어 동기들 사이에 왕따지만 일만큼은 잘하는 친구로 증권사에 안 왔으면 광고회사나 언론사에서도 일을 잘 할 친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동기다
김태산 대리는 홍보실에 전화해 홍성철 대리와 통화한다
"안녕 친구야, 중화태양광 기사 봤다. 이거 니 작품이지?"김태산 대리가 물어봤다
전화기 너머로 약간은 건방떠는 목소리로 "응 내 작품이기는 한데 보도자료는 "중화로펌"에서 보내온거야. 공시대리인이 중화로펌이거든"홍성철 대리가 답한다
김태산 대리가 "정보 더 있어?" 하고 묻자 홍성철 대리는 "아니 보도자료가 다야. 아무래도 중국회사라 끈이 없다. 기업분석실에 철우한테 물어봐. 그 친구 기업탐방간다고 하던데"
김태산 대리 "중국으로?" 홍성철 대리가 답한다 "아니 중화로펌으로 거기가 공시대리인이라 거기 통해 정보가 흘러나오나 봐"
김태산 대리"응 고마워 여의도 가면 밥 한번 살께. 들어가" 전화를 끊고 기업분석실 강철우 대리에게 전화한다
"여보세요 강철우 대리? 나야 동기 태산이" 전화기 넘어 강철우 대리가 답한다 "여 오랜만이네. 어떻게 지내?"
김태산 대리가 답한다 "응 지점나와 뺑이 돌고 있지. 잘 지내지?" 강철우 대리"하하하 다 그렇지 어쩐일이야?"
김태산 대리가 "응 중화태양광 기업탐방 간다면서?"강철우 대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응 거기까지 소문이 흘러갔냐? 아침에 벌써 몇 통화 받았다. 공시대리인 중화로펌쪽하고 대화하는 것이라 별 기대는 안하고 있는데 이따가 오후에 미팅 약속 있지"
김태산 대리는 강철우 대리와 통화하면서 중화태양광 주가를 바라보고 있다. 개장초 6%로 시작한 주가가 개장 한시간 만에 10%에 육박해 있다
매수창구를 보니 대한증권이 매수 1위라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다 기업분석실이 탐방 보고서도 낼 것이라고 하니 회사가 밀어주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김태산 대리가 "그래 탐방 잘 다녀오고 좋은 보고서 내고 그리고 따로 정보 있으면 전화 좀 줘. 다음에 여의도 갈 때 술 한번 쏠께"
강철우 대리가 "알았어. 이따가 중화로펌 갔다 와서 쓰자마자 따끈따끈한 보고서 이메일로 보내주마"
김태산 대리가 전화를 끊고 한국태양광 주가를 확인한다. 중화태양광과 경쟁관계라 그런지 중화태양광의 주가가 오르자 한국태양광의 주가는 말 그대로 죽을 쑤고 있다
한국태양광에서 이탈한 자금들이 중화태양광을 매수하려고 혈안이 되면서 중화태양광 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한가를 향해 밀어올려지고 있다
김태산 대리의 전화기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잘 오르고 있는 중화태양광을 매도하고 하락하고 있는 한국태양광을 매수하라고 했으니 고객들의 신뢰를 잃게 된 꼴이라 아무도 김태산 대리에게 주문전화를 주지 않고 있다
이제는 투자자들도 HTS를 통해 집에서 주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증권사 영업직원이 실력이 있어 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잘 찍어주지 못하면 고객 입장에서 굳이 거래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오후 2시 50분 마감 동시호가에 들어 갔는데 바로 직전에 중화태양광이 또 상한가에 들어갔다
중화태양광의 거래량이 2천만주를 넘기면서 거래량도 장대양봉을 만드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제 내일 또 상한가를 기록할 걍우 중화태양광은 신고가 행진을 벌이게 되는데 지금 거래량을 싹쓸이 해 갔기 때문에 5일 연속 상한가에 주가 따블이 빈말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 김태산 대리는 고객들에게 전화해 중화태양광이 고비사막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설명하며 대한증권 기업분석실 애널이 동기인데 오늘 탐방을 갈 예정이라 내일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하며 재매수하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안면깔고 매수를 추천했던 한국태양광을 손절매 치고 지금 잘 오르고 있는 중화태양광으로 갈아타야 손해를 만회하고 수익을 볼수 있다고 고객들을 설득하는 수 밖에 없었다
몇몇 고객들은 한국태양광 손절매에 동의하고 몇몇은 실망한 목소리로 그냥 두라고 답하는데 김태산 대리의 제안을 거절하는 고객들은 앞으로 거래하기 어려운 상대가 되고 말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신뢰가 중요한 증권시장에서 지점영업직과 고객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 매매추천을 하지 못하고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권사 영업점에는 모두 녹음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고객과 회사 전화로 통화한 내용들은 다 녹음이 되게 된다. 그래서 껄끄러운 통화는 모두 개인 핸드폰으로 통화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데 가끔 작전세력과 함께 매매를 하는 영업직원들 중에 이런 식으로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3시 장종료 종가가 단말기 모니터에 뜨는데 중화태양광은 예상대로 또 상한가로 종가를 기록했다.
앞으로 몇일동안 중화태양광 기사가 도배가 될 것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처음엔 정보를 아는 사람들만 매수했지만 이게 실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호재성 재료이고 규모도 큰 프로젝트라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모든 투자자들이 다 알게되어 막판엔 어중이 떠중이 다 몰려들어 중화태양광을 사달라고 아우성을 치게된다
지금은 주가가 그 초입에 와 있다고 김태산 대리는 생각해 지금이라도 손해를 따라잡아야겠다 판단한 것이다
장이 끝나고 김태산 대리 방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기에 떠 있는 번호가 못 보던 전화번호인데 혹시 한국태양광 주식을 매수추천한 고객이 욕하려 전화한 것인가 생각되어 금새 얼굴이 찡그려 진다. 내키지 않지만 전화를 받는다
김태산 대리 "대한증권 잠실지점 김태산 대리입니다"
김요한 IR팀장 "안녕하세요. 한국태양광 김요한 IR팀장입니다. 잘 지내셨죠?"
김태산 대리가 김요한 IR팀장의 전화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김요한 IR팀장 "요즘 우리 주가가 계속 내려서 그런데 뭔가 시장에 나쁜 소문이라도 났나요?"
김태산 대리 "나쁜 소문이 도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인 중화태양광이 고비사막 프로젝트를 내놓아서 태양광쪽 투자금들이 중화태양광으로 쏠려서 그렇습니다."
김요한 IR팀장 "아 그렇군요. 이건 아직 제안만 받은 건데 중국지사에서 중화태양광이 우리쪽 태양광패널 생산능력을 문의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고비사막에 태양광발전소를 짓는데 중국산 싸구리를 깔게될 경우 태양광발전효율이 떨어지니 우리가 생산한 태양광패널과 섞어서 깔려고 하나 봐요. 아무래도 내구성이나 발전효율이 중국산 싸구리 패널보다 우리게 훨씬 좋으니까요"
김태산 대리 눈이 커지며 "아 그래요. 중화태양광에 태양광패널을 납품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이내 김태산 대리는 아차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조금전까지 고객들에게 한국태양광을 손절매 치고 중화태양광으로 갈아타자고 했는데 이제 다시 한국태양광을 재매수 하자고 말해야 하는 꼴이라 난감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팀장님 혹시라도 좋은 소식 있으면 연락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이렇게 전화를 끊고 한국태양광의 종가를 확인한다
한국태양광은 오늘만 또 5%가 하락한 상태로 종가를 기록했다
김태산 대리는 완전 "마바라"가 된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되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고객들에게 샀다 팔았다를 조석으로 권하는 아마추어로 보이기 딱인 진퇴양난에 빠져 버린 것이다
닷컴버블 시기에 조석으로 종목을 사고 파는 선배증권맨들을 "마바라"라고 놀리던 기억이 문뜩 떠 올라 자신의 처지가 더 한심해 보였다.
김태산 대리는 결혼과 함께 끊었던 담배가 절실히 땡기고 있어 옆방에 한용수 대리에게 가서 한강을 가자는 눈짓을 한다.
한용수 대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김태산 대리와 지점 밖으로 나간다
한강을 향해 걸어가며 둘은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고 걷기만 했다
한강 가는 도중에 있는 편의점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캔맥주와 과자 한 봉지를 들고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캔 맥주를 깐다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봉다리에 넣고 걸어오다 보니 흔들렸는지 캔맥주를 오픈하자 마자 하얀 거품이 올라온다
김태산 대리가 급하게 흰거품을 마시며"아 아깝게"
한용수 대리가 "야 천천히 따 갖고 오는 동안 흔들렸잖아" 한용수 대리도 캔맥주를 따는데 역시나 거품이 터져나와 급하게 마셔 본다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너 마바라 기억나냐? 우리가 입사 초기에 아무 이유나 대면서 샀다 팔았다 하던 선배들"
한용수가 미소지으며 "갑자기 마바라는 왜?"
김태산 대리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한다 "내가 완전 마바라 다."
한용수가 답한다 "야 솔직히 마바라가 아닌 증권맨이 어디있냐? 주가는 그 똑똑하다는 강남며느리도 모른다는데"
김태산 대리가 맥주캔을 들고 말한다"이거 편의점에서 금새 사왔는데도 미지근하네"
한용수가 맥주캔을 들이밀며 건배하자고 하며"시원하게 마실려면 호프집에 가야지. 퇴근 후에 치맥 한잔 할까?"
김태산 대리가 "그래 일찍 정리하고 시원한 맥주나 한잔하러 가자"
둘은 오늘 시장 상황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며 맥주캔을 다 비웠다
둘은 빈 캔과 과자봉지를 봉다리에 넣고 자리를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