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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1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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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Aug 31. 2023

11. 달리는 말에 올라타다

I.P.O 웹소설

오전 8시 잠실지점회의 시간에 예전과 같은 반복된 회의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영업을 준비한다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전날 여의도 본사 동기들에게 들은 말을 회의 시간에 말하지 않았다 

이전에 중화태양광 관련해 지점장이 간부들하고 만 정보를 공유해 엿 먹인 것에 열받아 있기도 하고 작전주에 마바라들이 끼어들면 엉망이 될 수 있기에 일부러 말해 주지 않은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고객들에게 전화를 일일이 돌리며 "금산" 주식 매수를 권하고 있다

냉각캔 정보를 조금씩 흘리면서 고객들을 꼬시니 몇몇은 소량이지만 주식을 매수하라고 답을 주었다

 9시 개장과 동시에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금산"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이들의 매수에 금산 주가는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이내 매물이 나오면서 다시 시초가대로 돌아가곤 한다

매수와 매도의 공방전이 시초가 근처에서 벌어질 때가 가장 긴장되는 때로 팽팽한 기싸움에 양쪽다 신경이 가장 곤두설 때다

이번 마져 실패하면 김태산 대리는 고객들을 싹 물갈이 하게 생긴 상황이다

김태산 대리는 최대한 싸게 매수단가를 만들기 위해 고객들에게 허락받은 수량을 최대한 분할해 매수주문을 넣고 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추격매수하지 않고 밑에 호가에 깔아두는 수법인데 체결이 되면 알려주기 때문에 적정주가 밑으로 내려갔을 때 왕창 살 생각이다

개장 초에 거래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간인 9시부터 10시 사이에 주가가 올라버려 별로 매수하지 못한 상황이라 이러다 주가 가 더 올라버리면 고객들에게 한 소리 듣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추격매수를 할까 고민도 했지만 하루 중 두번째로 매매가 많은 점심시간 대를 노려 보기로 했다

점심시간 중에 작전세력들은 주식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주가관리를 하는데 이때 잘만 끼어들면 상당한 매물을 받아낼 수 있기도 하다

이래서 매매가 한참일 때는 증권맨들은 점심을 못 먹게 되는 이유가 된다

장재원 부지점장이 점심식사를 가자고 김태산 대리 방문 앞에 왔는데 김태산 대리는 고객 주문 때문에 점심식사를 못한다고 말한다. 한용수 대리도 못간다고 하니 장재원 부지점장과 박현주 차장이 여직원들을 데리고 식사를 갔다

박현주 차장은 뭔가 눈치를 챈 것인지 김태산 대리방을 힐끔 쳐다보고 간다

금산주가가 갑자기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한양증권 창구에서 대량매물이 출현한 것이다 주가가 오전 개장초 시초가를 깨고 내려가는데 갑작스럽게 쏟아진 물량이라 순시간에 밑에 받쳐둔 매수주문들이 채결되었다

김태산 대리는 내리는 주가에 따라가며 매수 주문을 내고 있고 옆방에 한용수 대리도 주가가 흘러내릴 때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사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어느 정도 대량매물이 소화되고 하락이 멈추자 이제는 저가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유입되어 주가를 밀어 올린다

김태산 대리는 반등하는 주가를 따라 아침 시초가까지 추격매수하여 오전에 고객과 이야기한 물량을 다 확보했다

금산의 시초가가 2000원이었지만 점심 때 대량매물이 터지면서 1850원까지 급락했고 이 사이 대부분 매수한 김태산 대리 고객들의 매수단가는 1900원 언저리를 기록하고 있다

점심시간 한 시간 사이에 금산 주가는 1850원까지 급락 했다 다시 2100원까지 급등하는 롤러코스트 주가를 보여주었다

거래량도 1천만주를 넘어서고 있어 기존에 거래량을 감안했을 때 유동물량이 거의 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후장 들어 금산의 주가는 계속 올랐고 거래량도 1500만주를 넘어서고 있다

지점객장 옆에 틀어 놓은 TV의 증권방송에서 특이종목이라고 금산을 보도하고 있는데 롤러코스트 주가를 보이고있어 뭔가 호재가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증권전문가의 멘트가 나오고 있다

이제 장 종료 30분을 남겨두고 2시 30분에 금산 주가는 2200원을 넘어서고 있고 이제 상한가까지는 단 5%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량은 이제 2천만주를 넘어서고 있고 주가는 조금씩 밀어올려지고 있는데 이런 추세면 장종료시에 상한가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주가가 이 정도 밀어올려지고 거래량도 장대양봉을 만들었으면 작전세력도 밀어붙일 수 밖에 없는데 주가를 끌어올리느라 사용된 돈이 어마어마 하기 때문이다

2시 50분 장 종료 동시호가 직전에 금산 주가는 상한가에 들어갔는데 장종료 동시호가에서 상한가 잔량이 쌓이고 있어 상한가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숨막히는 10분이 지나가고 드디어 동시호가 종가가 나오는데 "금산"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김태산 대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세를 하는 몸짓을 하고 있는데 옆방에 한용수 대리도 자리에 일어나 춤을 추고 있다

김태산 대리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객들에게 전화해 오늘 매매에서 "금산"이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자랑스럽게 통화한다

전화기 넘어 고객들의 기뻐하는 목소리와 김태산 대리의 실력을 칭찬하는 입에 발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김태산 대리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전화를 돌리고 있다

아침에 매매를 거절한 고객들에게도 전화를 해 배아픈 소식을 전하며 앞으로 김태산 대리의 추천종목을 무시해선 안될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목소리에 힘을 주고 통화한다

주식시장은 일희일비하는 세상으로 중화태양광과 한국태양광 매매로 하루 아침에 "마바라" 소릴 듣던 선무당이 이제는 쪽집게 소릴 듣는 실력있는 "증권맨"이 되는 곳이다

한바탕 전쟁이 휩쓸고 지난 자리에 고요만이 흐르고 의자에 몸을 파 묻고 쉬고 있는 김태산 대리의 전화기에 벨이 울린다

조위찬 대리가 전화한 것인데 내일 금산에서 냉각캔 관련 기자회견을 한다는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오늘 상한가를 친 이유가 기자회견 정보가 어딘가로 샌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단말기에 중화태양광과 한국태양광 주가를 조회해 보는데 중화태양광은 또 상한가를 기록했고 한국태양광은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중화태양광은 고비사막 태양광발전소 건설로 3일 연속 상한가로 이런 식으로 이틀 더 상한가를 기록하면 100% 이상 수익이 나 주가 따블이 되는 것이다

시장조성을 막기 위해 고객들에게 매수권고를 한 대한증권이 고객들에게 큰 수익을 갖다 준 꼴로 이런 웃지못할 상황이 증권시장에서는 종종 벌어지곤 한다

삼송그룹만 해도 계열 삼송생명과 삼송화재 등 금융사를 통해 고객돈으로 주력계열사인 삼송전자 주식을 10% 이상 매수해 최대주주의 경영지배력을 높여주고 있는데 액면가에 유상증자로 취득한 주식이라 현 주가 150만원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 가격으로 투자를 잘 했다는 소릴 듣고 있는데 솔직히 고객돈으로 샀으면 팔아서 수익을 고객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줘야 하는데 주식을 취득하고 20년동안 단 한주도 팔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객수익을 위해 샀다기 보다는 최대주주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산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데 우리나라 언론은 그 어디에도 이런 사실을 말해 주지 않고 그저 투자를 잘 했고 이런 우량 투자처에 더 투자 못하는 현행 법이 잘못되었다고 보도해 삼송그룹이 주는 광고에 더 관심이 있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게 다 투자자들을 기망하고 속이는 건데 투자자들 스스로가 똑똑하지 못하니 속고 있는 거다

김태산 대리는 의자에 몸을 묻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주식투자에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은 드라마"재벌집 막내아들"에서처럼 수익율의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작전주라는 것이 서로 합을 맞추고 주가의 방향과 가격을 정해 매매하는 것이라 결국 왜 오르는지도 왜 하락하는 지도 일반투자자들만 모를 뿐 작전에 뛰어든 이들이 만들어 놓은 판에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은 판돈을 내고 있는 꼴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오전장에 주가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것은 매수량을 능려 유통주식수 씨를 말리기 위한 것으로 주가가 요동을 쳐야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놓기 때문이다. 

인내심이 있는 투자자들은 이런 잔물결을 걸르고 큰 흐름을 탈 수 있지만 하루 종일 HTS 앞에 앉아 있ㄴ은 개인투자자들은 잔물결을 큰 흐름으로 느끼고 쉽게 매물을 내놓게 된다

오늘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는 발품을 팔아 정보를 먼저 가져왔고 이 정보 덕에 고객들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1년만기 정기예금 이자가 겨우 5%대인데 하루 매매로 15%를 벌어다 주었으니 1년 365일 중 364일을 아껴준 뿐 아니라 고객돈이 364일동안 다른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상장사에 투자한다는 것은 밤에도 돈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으로 투자를 받은 기업의 임직원들이 밤에도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편하게 자고 있을 시간에 고개의 돈은 투자사의 임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라 채근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산대리에게는 이제 금산 주식을 언제 팔아야 하는 고민이 생겼는데 주식수익이란 것이 팔아서 현금화해야 진짜 수익이지 컴퓨터 모니터에 써 있는 수익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양의 주가랠리는 이제 시작이라 적당한 타이밍에 잘 팔아야 고객들에게 한소릴 안 듣게 된다

인간의 탐욕이 끝이 없어 주식을 너무 일찍 팔면 더 먹을 수 있는 것을 너무 쉽게 팔았다고 한소릴 듣게 마련이다. 또 너무 늦게 팔아 세력들이 차익실현하고 빠져 나간 이후에 팔면 더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시간 끌다 놓쳤다고 한소릴 듣게 된다

이래저래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욕받이가 되는 것이 지점영업직의 숙명인 것이다

지점에 울리던 전화벨 소리들이 잦아들고 지점은 고요속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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