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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P.O vol 1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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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Sep 01. 2023

12. 바이오신약개발사 '바이오톡신'

I.P.O 웹소설

오후 4시 김태산 대리는 고객들에게 금산 매매보고 전화를 마치고 지점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신촌으로 향한다. 오늘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신약개발사 기업탐방을 하는 날이다

최근에 상장한 "바이오톡신"라는 회사인데 뱀독이나 독버섯에 들어 있는 독성분을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아직은 규모가 작은 회사라 코스닥시장의 기술성검증특례상장규정을 통해 보유특허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적자인데도 예외적으로 상장을 허용해 주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이다

택시를 타고 대학생들로 생기가 넘치는 신촌을 지나 연희동에 다다랐다

연희대 생화학과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벤처기업이라 연희대 근처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오후 5시 약속한 시간에 "바이오톡신" 회사 앞에 도착한 김태산 대리는 3층짜리 작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회사를 올려다 보고 입구로 들어간다

1층 입구에 안내 데스크에 젊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앉아 있는데 오늘 기업탐방을 온 대한증권의 김태산 대리라고 밝히고 명함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아 1층 한쪽에 있는 미팅룸으로 안내받았다

미팅룸 한쪽 벽면에 벤처기업인증서와 각종 특허증들이 붙어 있는데 연구개발 중심의 회사라 그런지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는 사이 박형탁 박사라는 분이 와 인사하고 IR을 진행하게 된다

박형탁 박사는 연희대 생화학과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하고 쭉 국내 유수의 제약사 연구실에서 근무하다 최근에 "바이오톡신"의 상장으로 합류하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태산 대리는 최근 시장 동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바이오분야 식약개발사들에 대해 투자자들이 관심이 많고 바이오 특성상 장기투자를 할 의향이 있는 투자자들이라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박형탁 박사는 "바이오톡신"의 설립부터 현재까지 회사의 대략적인 역사에 대해 말해주었는데 2000년 "닷컴버블" 시기를 인터넷의 시대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사실 김대중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책은 1997년 IMF구제금융 전후해 연쇄도산한 부실 재벌기업들의 빈자리를 중소벤처기업들을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었고 이는 밀레니엄시기 인터넷 통신의 등장으로 기술벤처기업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며 막대한 시중 자금이 몰려가 만들어낸 광풍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면에 드러난 인터넷관련 통신장비회사와 인터넷 기업들만 투자를 받은 것이 아니라 막대한 수의 바이오신약개발사들도 묻지마 투자를 받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교수와 박사들은 대학원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바이오벤처기업들을 다 창업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창업한 바이오신약개발사들은 창업 당일 수십억원의 자금이 바이오투자를 명목으로 벤처캐피탈사들에서 투자되었는데 가히 묻지마 투자라 할 수 있는 정도로 돈이 넘쳐흘러 주체할 수 없었던 벤처캐피탈사들은 투자처를 만들기 위해 유명 박사와 교수들을 찾아가 바이오벤처기업 창업을 권유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런 광풍이 불던 시기 "바이오톡신"도 창업을 한 회사로 창업과 함께 벤처캐피탈사에서 100억원을 투자받아 여유있게 출발한 운좋은 바이오신약개발사라 할 수 있다

바이오톡신은 보유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가지고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로 뱀독이나 독버섯에 들어 있는 독성분을 활용하여 인간의 암세포만 특정해 죽이는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심혈관질환을 개선하는 혈행개선제를 개발하는데 이는 성인병이자 노인들의 퇴행성 심장질환에 대해 유용한 바이오신약으로 선진국 시장도 크기 때문에 글로벌 블럭버스터급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신약이다

"바이오톡신"의 신약후보물질들은 대부분 전임상 단계에 머물고 있는데 임상 단계부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임상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이나 스위스 그리고 일본의 유명 신약개발사들은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 단계에 들어갈 때 다국적 제약사와 라이센스아웃 계약을 통해 임상단계의 자금소요와 임상에 필요한 실험약 제조 등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일부 수익화도 하는데 "바이오톡신"은 이런 과정 없이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독자적으로 임상3상까지 갈 것이라고 박형탁 박사는 자랑스럽게 힘주어 이야기 했다

최근 "바이오톡신"의 IPO를 통해 약 500억원대의 공모자금을 확보했으니 50여명 임직원들이 10년동안 일하지 않고 놀아도 월급을 줄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 큰소리칠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오톡신"은 상장할 때 공모가를 5만원으로 평가받았는데 다른 바이오벤처기업들이 2만원에서 3만원대 공모가로 상장하는 것에 비해 창업해서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연구개발만 하는 바이오벤처가 5만원대 공모가로 평가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만큼 "바이오톡신"의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연희대 생화학과 교수들이 창업자들이라 이 점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국내 최대병원으로 평가받는 연희대학병원과 연계된 R&D로 실력을 인정받고 상장한 것이다

"바이오톡신"은 공모가 5만원에 상장을 하고 이후 시장에서 15만원까지 주가가 급등했지만 상장한지 6개월여 만에 다시 공모가 근처로 주가가 밀려 있는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IR을 강화하겠다고 투자자들을 만나는 것 같았다

박형탁 박사와 IR을 하며 대화하고 있는 동안 여러번 전화가 와서 박형탁 박사가 전화응대를 하느라 IR이 끈기곤 했는데 아무래도 주가가 고점 대비 1/3토막이 난 것이라 애널리스트들 전화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상장 초기 주가가 급등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목표가를 상향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공모가 5만원에서 15만원으로 급등하는 동안은 좋았지만 이후 주가가 5만원 공모가로 다시 흘러내리는 모습에 애널리스트들의 애간장이 녹아내리고 있을 것이다

박형탁 박사는 전화를 끊고 미안했는지 다른 투자자들에게 아직 해 주지 않은 말이라며 현재 연구진들이 비밀리에 "탈모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전임상에서 누드 마우스에서 효과를 확인했다고 이야기하며 연구노트를 펼치고 누드마우스의 사진 두장을 보여주는데 한쪽은 새하얀 털 없는 쥐의 사진이고 다른 한쪽은 듬성듬성이지만 쥐의 등에 털이 수북히 자란 모습의 사진이었다

박형탁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뭔가 자신만 아는 비밀을 자랑한다는 듯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탈모치료제는 천연물 유래라 부작용없이 작용하는 것으로 더 안전하고 지속성이 있다"고 자랑했다. 아직까지 탈모치료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대로된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라 다국적 제약사들도 뛰어들고 있는 분야로 이런 블럭버스터급 신약 후보 물질을 갖고 있다는 것은 "바이오톡신"에게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박형탁 박사가 연구노트를 펼치다 탈모치료제 누드마우스 전에 언뜻 등에 혹이난 쥐의 사진이 보였는데 이에 대해 질문하자 박형탁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그 페이지를 펼처 보여주었다

역시 사진 두장이 있는데 한쪽은 등에 큰 혹이 나 있는 쥐이고 다른 한장은 그 혹이 사라진 쥐의 사진이었다

박형탁 박사는 이게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항암제로 실험용 쥐의 등에 암을 유발해 암세포를 키우고 이후 "박이오톡신"이 개발하고 있는 항암바이오신약을 주사해 암세포를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6개월전에 상장할 때 항암제 전임상 데이타만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김태산 대리는 "바이오톡신"의 항암제에 대해 말은 들어 봤지만 이렇게 직접 실험 사진을 보기는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 눈이 휘둥그래졌다

김태산 대리가 박형탁 박사를 보고 말한다 "이 사진 외부에 공개한 적이 있나요?"

박형탁 박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면 "아니요. 김태산 대리님께 처음 보여드립니다. 전임상 단계에서 실험한 것으로 지금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어 조만간 관련 보고서를 논문으로 낼 예정입니다"

김태산 대리는 미소를 지으며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갖게 되었다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시간은 흘러 퇴근 시간인 6시가 다 되었다

박형탁 박사는 벽에 걸린 시계에 시간을 보더니 저녁식사를 하고 가시라고 권했지만 초면에 밥까지 먹는 것은 부담인지 김태산 대리는 저녁 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IR을 끝내고 나왔다

"바이오톡신" 회사 밖으로 나온 김태산 대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좀처럼 안정시킬 수 없었다.

바이오신약 개발사들은 신약후보물질을 찾는데만 몇년이 걸리고 이후 전임상과 임상을 거치는데 또 십여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제대로된 신약을 개발하는데 최소 20년은 걸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바이오톡신은 전임상이지만 탈모치료제 후보물질과 함암치료제 후보물질을 모두 갖고 있어 이제 곧 임상 단계에 진입하면 중간에 라이센스 아웃을 통해 수익화도 가능할 것 같고 그러면 주가도 다시 전 고점으로 향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탈모치료제는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바이오톡신'은 할암치료제로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라 탈모치료제는 상장 후에 개발하고 있는 아이템으로 보였다

탈모치료제는 대기업 제약사들도 제대로된 치료제를 개발 못 해 기능성 샴프나 건강기능식품으로 밖에 상품을 못 내놓는 것인데 만약에 "바이오톡신"이 제대로된 치료제를 내놓는다면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블럭버스터급신약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제 전임상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맞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의 대학등록금이다 생각하고 묻어두면 될일이라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 같았다. 투자라는 것이 상상력이 필요한데 상상 자체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속으로 "이거 대박나겠는데"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바이오톡신" 주식을 살 생각에 신이 나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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