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김태산 대리가 왠일로 술도 안 마시고 집에 온다고 해서 아내인 하민정은 서둘러 저녁 밥을 하고 있다
남편이 좋아라 하는 된장찌개를 하고 있는데 시골된장을 써서 그런지 구수한 냄새가 집안가득 퍼져간다
결혼한지 2년차라 아직 신혼이라 할 수 있고 애는 없지만 둘이 오손도손 살아가는 작은 신혼집이다
하민정은 은행에 다니며 가정에도 충실한 여성으로 이제 슬슬 애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저녁 7시 김태산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나 왔어."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맛있는 냄새에 부엌으로 곧장 직행해 된장찌개를 만들고 있는 부인 뒤에 어깨넘어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지개를 군침을 넘기며 보고 있다
하민정이 뒤돌아보며 김태산 대리에게 말한다
"뜨거운물 받아 놨어요. 먼저 씻어요. 밥 뜸 들일려면 좀 있어야 해요"
김태산 대리와 하민정 대리는 4살 차이가 나서 그런지 늘 남편에게 존댓말을 한다
김태산 대리는 하민정의 궁댕이를 두들기며 알았다는 표시를 하고 옷방으로 가 옷을 갈아 입고 샤워실로 간다
김태산 대리가 샤워를 하고 나오자 저녁식탁에 된장찌개와 스팸으로 된 저녁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그렇게 많은 반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 저녁에 일찍 들어와 집에서 먹는 집밥이 나쁘지는 않다
하민정이 말한다 "술 좀 적게 먹고 일찍 좀 들어와요. 건강검진 얼마 안 남은거 알죠"
김태산 대리가 묵묵히 밥을 먹으며 고객를 끄덕인다. 술 좀 그만 먹으라는 말은 오늘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사회생활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고 느끼기 때문에 결코 들어주기 어려운 말인줄 알면서도 부인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마지 못해 알아들었다는 시늉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러다 김태산 대리가 고개를 들어 부인을 보고 말한다
"오늘 바이오톡신이라는 벤처기업에 다녀왔는데 거 얼마전에 상장한 업체 있잖아. 항암제 만든다는"
하민정은 알고 있다는 듯 동그란 눈을 뜨고 김태산 대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항암제로 상장에 성공했는데 지금 탈모치료제인 발모제를 개발하고 있나봐. 누드마우스라고 털이 없는 쥐에 진짜 털이 나는 사진을 오늘 보고 왔거든. 이거 잘하면 우리 전세집을 자가로 바꿀 수 있을 지 몰라"
하민정이 대답한다 "사라구? 얼마나?"
김태산 대리는 부인의 적극적인 모습에 약간 당황해서 증권사 지점에서 고객 응대하듯이 톤다운으로 말을 이어간다
"응 꼭 사라는 건 아닌데 이게 아직 미공개정보라 시장에 알려지면 꽤 상당히 주가가 오를 것 같거든. 바이오톡신이 상장해서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주가가 고점인 15만원 대비해 1/3토막이 나서 다시 공모가로 돌아왔거든, 회사도 주가부양할 의지가 있어 보이던데 그래도 좀 사면 오르지 않겠어, 다만 신약이라는 것이 개발하는데 얼마나 걸릴 지 모르니 지금 단계인 전임상은 첫 시작이라 할 수 있기는 하지"
하민정은 사라는 말인지 사지 말라는 말인지 헷갈려하며 다그쳐 묻는다
"그래서 사라는 말이에요 말라는 말이에요?"
김태산 대리와 하민정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이 없다. 결국 답 없는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는 무슨 종목을 사라고 했다가 아내가 덥썩 사서 주가가 빠지면 매일 주가가 왜 안 오르냐고 들볶일 걸 생각하면 괜한 말을 꺼냈다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바이오톡신의 기술력이 시장에 알려지면 주가 급등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에 이도 저도 답을 못내고 서로를 쳐다만 보고 있는 꼴이다
증권맨의 부인으로 재테크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가끔 은행에서 공금을 횡령해 주식투자하다 은행에서 쫒겨나는 금융사고를 보아왔기에 주식투자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부인이 차를 끓이는 동안 식탁을 치우는 것은 김태산 대리의 몫이다
반찬들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넣고 식탁을 물티슈로 깨끗하게 닦아 놓으면 그 빈자리에 부인이 녹차를 끓여 내놓는다
하민정이 김태산대리의 눈치를 살피며 말한다 "우리도 슬슬 애를 가져야 하는 거 아닌가?"
김태산 대리가 그 말에 살짝 놀라며 "왜 누가 임신했데?"
하민정이 답한다 "아니 이제 신혼도 2년이나 되었고 어른들이 손주 보고 싶다고 그러시니 아까 어머님이 전화와서 친구분이 손주 자랑하셨다고 한참 통화했어 오빠한테 전화 없으셨어?"
김태산 대리는 어머니가 며늘이인 부인에게 슬쩍 손주를 보고 싶다고 강하게 푸시한 느낌을 받았다
부인의 물음에 김태산 대리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는데 민정을 바라보며 "넌 어때?"하고 되묻는다
민정이는 볼에 홍조를 띠며 부끄러워하면서 "아파트 단지에 애들 뛰어노는거 보면 우리 애를 보고싶지. 요즘은 애들이 왜 이리 예쁜지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김태산 대리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민정이를 바라보며 "그럼 오늘밤 애를 만들어 봐"
민정은 부끄러운 지 "아 몰라"하며 안방으로 뛰어간다
김태산 대리도 자리를 박차고 안방으로 뛰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