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레터] 가족에게 오는 섭섭함에 혼자이고 싶어져요.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온기] 고민편지 그림.jpg


오늘의 고민편지

|가족에게 오는 섭섭함과 받지 못한 사랑에, 혼자가 되고 싶어져요.



가족들에게 온 마음을 쏟아붓다가 지쳐서 가족들과 잠시 연락을 안 하고 지내기로 했어요.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하고, 불효녀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가족들에게서 오는 섭섭함과 받지 못한 사랑에 혼자가 되고 싶어집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매일이 고민이네요. 모두에게 바라지 않으면 편할 텐데 말이죠… ‘가족이 무엇일까’, 그게 요즘 제가 찾아가고 있는 질문이에요.





[온기] 답장편지 그림.jpg


오늘의 답장편지

|온기님께서 현재 느끼는 감정에 그 어떠한 부채감도 갖지 않으시길 바라요.



온기님께


안녕하세요, 온기님. 온기우편함에 온기님의 소중한 고민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며 왠지 마음 한편이 먹먹해졌어요. 물론 편지만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다 알 수 없고, 온기님의 경험을 제가 섣불리 공감한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렵지만 ‘모두에게 바라지 않으면 편할 텐데 말이죠’라는 말씀을 읽으며 어느덧 제 마음속은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되었습니다.


잠시 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을 미워하며 하루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습니다. 독립 후에는 가족들에게서 오는 연락을 바쁘다며 잘 받지 않았지요. 갈등을 외면하니 마음은 편했지만, 솔직히 완전히 편한 건 아니었어요. 연락에 대한 원망을 들을 때마다, 자꾸 과거의 상처가 저를 더 아프게 했습니다.


현재 저는 다시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어요. 독립하고 혼자 사는 동안 얻은 것들이 있거든요. 바로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법’입니다. 저는 저 스스로가 무엇을 하면 행복해지는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우비를 쓰는 것, 화병 물을 갈아주는 것, 필름 카메라로 눈앞의 반짝임을 기록하는 것 등등. 예전에는 제 안에 ‘미움’만이 가득해서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자기다움’을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어요. 제 안의 결핍을 행복으로 채우다 보니 가족들에게 ‘사랑’이란 걸 건네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어요.


하지만 아직 가족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고 종종 서운함이 다시 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요즘 저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미워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저는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미워하고, 그런 제 자신도 미워했습니다. 솔직히 잘할 수 있다 다짐하고 살아도 문득 힘든 감정이 많이 올라옵니다. 남들과 비교도 많이 되고, 내 책임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까, 슬플 때도 많아요.


그럴 때 저는 마음껏 슬퍼하고, 울고 싶을 때는 펑펑 울어버렸어요. 마음껏 힘들어하며 보내버립니다. 대신 슬픔이 지나간 후엔, 저에게 집중해 주는 시간을 가져요. 메모장에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법’을 적으면서요.


언제나 비가 내리고 흐린 날이 계속되지는 않으니 온기님이 그 모든 날씨와 계절 속에서 현재 느끼는 감정에 어떠한 부채감도 갖지 않으시길, 행복과 사랑을 좇으며 매일을 향기롭게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 )


마지막으로 제가 정말 애정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속의 문장을 공유하며 편지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어딘가에서 온기님을 항상 응원하며 사랑하겠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같이 어깨를 기대며 걸어봐요.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


‘진동은 어차피 언젠가는 사라진다. 왜냐하면 이 세계에서 영구운동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구운동은 영구히 존재하지 않는다.’


온기우체부 드림.



[온기] 레터 구독 그림.jpg


[온기레터 소개]


더 많은 편지를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온기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 )


온기레터를 구독하시면

2주에 한 번, 뜻밖의 순간에

익명의 고민편지손편지 답장

메일로 받아볼 수 있어요.


위로가 필요한 어느 순간이면 언제든,

온기레터가 작은 따뜻함으로 닿기를 바라보아요.


-

✉ 온기레터 받아보기 : https://ongibox.co.kr/letterbr



[온기우편함 소개]


온기는 '누구나 위로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온기우편함은 이렇게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온기를 지켜가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은,

언제나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고자 해요


-

✉ 온기우편함 공식 홈페이지 : https://ongibox.co.kr/

✉ 온기우편함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ongi_box/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온기레터] 끝이라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