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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레터] 결혼을 하고 싶지만 결혼이 두렵기도 해요.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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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고민편지

|결혼을 하고 싶지만, 결혼이 두렵기도 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벌써 32살이 된 청년입니다.


근 1~2년간 제일 친한 친구부터 동창생까지 친구들이 대부분 다 결혼을 했습니다. 저는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결혼을 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는 않습니다.


결혼은 무엇일까요… 저도 가정을 꾸리고는 싶지만, 평생을 한 사람과 살아가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 제 자신이 의심될 때가 있어요. 갈팡질팡하게 되네요.


저는 결혼이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는 건지, 잘 살아가는 방법이 따로 있진 않겠지만 지혜를 얻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그리고 모아놓은 돈도 없어서 결혼이 두렵기도 하네요.





[온기] 답장편지 그림.jpg


오늘의 답장편지

|매 순간 벅찬 사랑은 아니더라도, 매 순간 소소하게 즐거울 수 있는 게 결혼인 것 같아요.



온기님께


안녕하세요 온기님, 정성스러운 온기님의 편지 잘 받아 보았습니다. 이런저런 고민들의 중심에는 ‘결혼’이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너무 오래는 아니어도 짧지 않은, 적당한 시간을 보낸 결혼 4년 차로서 온기님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답장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온기님의 나이 즈음 결혼해서 누군가의 아내로 살고 있거든요 : ) 제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온기님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저는 이십 대부터 비혼주의자였어요. 그전까진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는 현실에선 없을 것 같았죠. 남편 또한 인생에서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비혼주의자라고 해서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개인적인 이유로 남편과 동거를 하게 되면서 우리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나 봐요.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느낀 바, 결혼을 하게 되면 좋은 점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매일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던 지난날들에 비해 퇴근하면 보글보글 끓는 찌개와 갓 지은 밥이 있는 일상의 따스함을 알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 )


어떤 사람과 사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느냐’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트러블이 생겼을 때 연애 중이라면, 헤어질지, 아님 화해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잖아요. 근데 결혼을 하면 헤어짐을 생각하지 않고 지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더 잘 살까?’에 포커스를 두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나를 발견하면서 한층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 힘듦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댈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도 함께 산책하다가 슈퍼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내 취향에 맞춰 골라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언제나 내 편으로 그 자리에 있어 줄 사람이 있다는 것, 연봉협상에 성공했을 때 진심으로 나의 성장에 기뻐해 주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

저는 이런 것들이 참 좋더라고요. 매 순간 벅찬 기쁨과 행복, 사랑을 주체 못 할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즐거울 수 있는 게 바로 ‘결혼’이 아닐까 싶어요. 너무 바쁘거나 너무 특이하지 않은 이상 보통의 부부들은 이렇게 사는 것 같아요. 딱히 별거 없죠? : )


저도 결혼을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온기님과 같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제가 한 선택대로 기혼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죠. 이때 즈음 제 선택에 가장 영향을 줬던 책의 글귀가 있었는데 이 글귀를 온기님께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야.”

- 공지영 님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 中


결혼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치만 ‘잘’ 사는 건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온기님께선 이미 열심히 숙고하고 계시고 미래를 준비하고 염려하고 계시기에 좋은 결정을 하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어떤 선택을 하시든 항상 온기님의 삶을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온기우체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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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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