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레터] 나이 들며 약해져도 품은 넓어졌을 거예요.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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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고민편지

|나이가 들며 약해진 몸과 마음에 슬퍼져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편지글을 쓸 기회를 갖게 되니 가슴이 사춘기 소녀처럼 두근두근 뛰네요.


저는 내년 환갑을 앞둔, 아주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꿈이 많은 소녀입니다. 지금도 거울을 보며 상상을 하기도, 허황된 꿈을 꾸기도 해요.


그런데 최근 갱년기가 오면서 불편한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좋았던 눈이 나빠지고, 글을 보려 눈을 작게 뜨다 보니 어느새 큰 눈이 작아졌어요. 그리고 최근 강아지의 힘든 모습이나 주위 다른 가족의 불행을 보면 마음이 슬퍼지고 우울해집니다. 아주 심신이 약해진 것 같아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데 이 약한 마음을 강하게, 상처받지 않고 즐겁고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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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답장편지

|몸은 약해지셨어도, 품은 넓어지셨기에 세상의 작은 것들까지 담아내게 된 것이라 생각해요.



소녀처럼 발랄하고 사랑스러우신 온기님께


온기우편함에 보내주신 소중한 편지 잘 받았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지만 눈 내리는 겨울밤의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기대하며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에 마음이 포근해지는 요즘입니다. 오랜만의 손편지에 소녀처럼 설렌다는 온기님의 편지에 저도 온기우편함에서 처음 답장을 보내며 느꼈던 감정이 떠올라 이렇게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답장을 적게 되었습니다.


온기님처럼 저도 마음은 아직 청춘 언저리를 지나고 있는데 갱년기를 맞아 몸이 예전 같지 않음에 속이 상하네요. 특히 눈이 많이 나빠졌어요. 흐릿하게 보이기도 하고 겹쳐 보이기도 해서 이렇게 글씨를 쓰려면 반드시 돋보기가 필요해요. 눈을 또렷하게 뜨고 싶어도 저절로 눈을 반쯤은 감게 되니 정말 눈동자마저 작아지는 것 같아요. 어디에 물어봐도 눈에 좋은 것을 먹고, 눈 운동을 하면서 눈에 피로를 주는 습관을 줄이라고 하는데 그거야 다 아는 얘기라고 콧방귀를 뀌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네요. : )


며칠 전 아침에는 몸의 구석구석이 조금씩 낡아가고 있구나 느껴졌어요. 평소라면 우울해하면서 늙고 싶지 않다고 고집을 부리며 아직은 아니라고 현실을 외면했을 텐데 그날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그날은 내가 잘 늙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리에 맞게 내가 잘 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차분해지고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몽글거리며 올라오더라고요.


나이 들며 조금씩 약해지면서, 약해진 다음에야 눈에 보이는 세상의 작은 것들에 마음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젊고 기운이 넘칠 때는 미처 눈에 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눈에 보이기 시작하네요. 손편지 한 장에도 종일 설레고 길가의 돌 틈에 피어있는 얼굴 작은 꽃을 보면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아려요. 아침 산책 중에 지저귀는 새들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인사를 건네게 되고, 저녁 하늘에 일찍 뜬 투명한 달을 바라보는 마음은 괜스레 스산해집니다.

요즘처럼 작고 하찮은 것들이 소중하게 보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연약한 존재가 자기의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는 마음은 예전처럼 무디지 못하고 온갖 응원과 공감과 축복을 담게 되네요.


나이가 들면서 살아있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고되고, 힘겨운지 절감하는 동시에 또한 그런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그 자체로 행복인지 깨닫는 것 같아요. 나의 삶뿐 아니라 다른 이의 삶 역시 그러하다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강아지의 힘든 모습에 마음이 아파오고,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함께 슬퍼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이런 마음을 약한 마음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은데 온기님은 어떠신가요? : ) 몸은 늙고 약해졌어도 품은 넓어지셨기에 세상의 작은 것들, 주변의 어려움까지 담아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일에 쉽게 마음을 품는 만큼 작은 일에 숨어있는 반짝이는 행복을 발견하는 일도 자주 있으시리라 짐작이 되어요. 저는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순간순간의 사소한 행복을 발견하면서 살아가는 지금이 참 좋아요. 온기님께서도 지금의 온기님의 넓고, 다정함 가득한 마음을 기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시면 참 좋겠습니다.


여전히 꿈꾸는 소녀의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서신다고 하신 온기님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오늘 하루도 넓은 품으로 작고 사소한 것들, 그렇기에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보듬어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 주시면서 마음껏 행복하시기를 바라면서요.


이제 추워질 날만 남았는데 감기는 조심하시되 움츠러들기보다는 활기차게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겨울이 온기님께는 더 특별히 아름다운 겨울이 되기를 바라요. : )


온기우체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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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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