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레터, 스물아홉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요즘 저의 고민은 큰 부담감과 번아웃입니다. 저는 모든 일을 100%, 더 나아가 1000%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남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마음이 스스로에겐 그렇지 않네요.
요샌 뭐든 재미가 없어 쉬고 싶다가도, 지금 쉬면 정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순간적인 에너지로 일들을 해결해 가고 있어요.
주변의 말들이 압박과 부담으로 다가와 버거운 걸 알면서도 뒤처지기 싫어서 계속 무언가 하려 하는 제 스스로가 힘이 드네요. 네... 그렇습니다.
✉️ 오늘의 답장편지
온기님께
안녕하세요 온기님,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의 인사에 혹시 감기가 드신 건 아닐지 걱정이 되면서도,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온기님의 편지를 곱씹어 읽어보다 마지막 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네... 그렇습니다."라는 짧은 한마디에 온기님의 지친 마음이 제게 오롯이 다가왔거든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제 마음과도 너무 닮아있어, 온기님을 꼭 안아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온기님, 큰 부담감과 번아웃이 고민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런 감정들을 느끼시면서 그동안 홀로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요. 주변의 말들은 압박과 부담으로 다가오니 가까운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큰 용기를 내어 온기우편함에 소중한 고민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속 힘든 감정들을 직면하고, 글로 꺼내는 과정만으로도 온기님께서는 이미 큰 한 걸음을 내딛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저 또한 항상 제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증명해 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해도, 아무리 좋은 성적을 받아도 늘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세운 기준에 매 순간 저를 몰아세우면서요. 그렇게 어느 순간, 매일 밤 침대에 누워 덮는 이불이 자책감이라는 거대한 솜덩어리가 되어 제 숨을 막아버리더라구요.
온기님께서 "모든 일을 1000%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라고 적어주셨는데, 정말 공감이 가요. 저 역시 제가 생각하는 저는 늘 부족하고, 또 부족한 사람이었거든요. 그 마음이 자신을 얼마나 한없이 작게 만드는지 잘 알기에, 온기님께 어떤 다른 말보다도 '너무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온기님, 무기력과 번아웃이 찾아왔다는 건 다른 의미로 온기님께서 지금까지 분명 많은 일을 해내 왔고, 그만큼 온기님의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려왔다는 뜻이 아닐까요? 어쩌면 온기님의 마음속 아이가 '잠깐 멈추고 날 좀 봐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부담감이 턱 끝까지 쫓아와 견딜 수 없었던 순간, 잠깐의 쉼을 택했어요. 일상을 다 놓아버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스스로의 기대에 맞추느라 버거웠던 마음을 한 번 두드려보는 시간을요. 지금 느끼고 있는 모든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가며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느껴줬어요.
열등감, 죄책감, 부담감으로 가득 찬 말들을 마지막으로 펜을 내려놓은 순간 저도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렸어요. '나도 사랑받고 싶어. 나도 인정받고 싶어.'... 그제야 깊은 곳에서 두려움에 가득 찬 마음속 아이가 소리치는 말이 들렸거든요. 그렇게 제 감정들을 하나하나 느껴주고 나니 유독 스스로에게 가혹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안쓰러웠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저는 처음으로 온전한 쉼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온기님, 모든 가치는 양면의 동전과 같아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치의 정도가 달라진대요. 늘 완벽히 해내려,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려 애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대단하고 멋진 삶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그런 삶의 태도를 이미 가지고 계신 온기님은 너무나도 큰 장점을 가지셨는걸요 :)
그러니 온기님께서 느끼는 부담감을 나쁜 마음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과 온기님만의 강점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물론 부담감을 한순간에 온전히 강점으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거예요. 하지만 부담감 뒤에 가려진, 더 나은 나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함께 바라봐준다면, 온기님의 모든 모습을 품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최근 본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의 대사 중, 제 마음을 크게 움직인 한 마디가 있는데요. 온기님과 함께 나누고 싶어 적어봅니다.
"네가 그토록 힘들어하고 다 포기하고 싶어 했던 건, 네가 나약하고 우울해서가 아니었어. 그건 네가 그만큼 세상에 건 기대와 희망이 많기 때문이었어. 널 많이 오해해서 미안해."
온기님, 온기님의 편지를 읽을 때면 누구보다 세상을 향한 큰 기대와 희망을 품고 계신 온기님의 마음이 얼마나 소중히 빛나고 있는지 잘 느껴져요. 이젠 그 빛나는 마음을 온기님 스스로를 돌아보고 아껴주는데 조금 나누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들어주는 시간을 가져보면서요. '나를 살아있게 하는 순간은 언제지?', '나는 무엇을 하고,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지?'와 같은 질문들에 답해보며 그 순간들을 온기님 스스로에게 자주 선물해 주신다면, 어느새 세상은 가장 '온기님 다운' 순간들로 채워져 있을 거라 믿어요.
지금 편지를 읽고 계실 온기님, 소중한 고민을 제게 나누어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함께 편지를 마칩니다. 어떤 모습이든 그 자체로 소중한 온기님, 늘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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