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레터, 서른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안녕하세요, 나미야 잡화점이 생각나는 우편함이네요. 편지를 쓰니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 같아요 :)
저희 소개가 늦었네요. 저희는 결혼 2년 차 신혼부부입니다. 요즘 저희의 최대 고민은 아이를 갖느냐, 마느냐예요.
아이를 사랑하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노후의 안정성, 경력 단절이 올 것 같은 두려움, 과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같은 현실적인 상황들에 쉽게 결정하기 어렵네요.
어떤 결정이 저희 부부에게 좋은 결정일까요? 저희의 고민을 들어주심에 감사드리며, 행복한 날 되시길 바랄게요.
✉️ 오늘의 답장편지
온기님께
안녕하세요, 이번 고민편지는 한 분이 아닌 두 분의 고민을 함께 들어드리는 것 같아 무척 특별하네요.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왠지 알콩달콩 귀여운 부부일 것만 같은 온기 부부님. 결혼 2년 차에 접어들어 자녀 계획으로 고민이 된다고 적어주셨어요. 아이를 사랑하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노후의 안정성이나 경력 단절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마음에 고민이 되시는 것 같아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저도 온기 부부님과 같은 고민을 하던 때가 있었어요. 저는 그때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을 해 왕복 3시간 셔틀버스를 타고 통근 중이었고,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친정과 시댁으로부터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신혼집을 마련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양가 부모님들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계셔서 육아에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임신을 하게 된다면 양가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부모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당장 임신기간 동안 이렇게 먼 거리를 출퇴근할 수 있을까? 나중에 복직은 할 수 있을까? 아직 전셋집에 살고 있는데 주거는 안정될 수 있을까?… 다가올 현실에 걱정부터 앞서더라고요.
그러나 온기 부부님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걱정만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나를 닮은 아이를 낳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신혼생활도 재미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삶, 부모의 삶도 살아보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도 함께 일고 있었거든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때론 세세한 것들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오히려 결정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미래는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 그래서 저희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답니다. ‘우리가 평생 단둘이 살 수 있을 것인가? 그 결정에 후회가 없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 YES와 NO 중 무엇인지 오로지 그것만 생각해 보기로요.
질문에 대한 저희의 답은 NO였고, 그렇게 노력 끝에 무더운 여름날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첫째를 품에 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아이가 자라 7살이 되었고, 2년 뒤 태어난 둘째도 5살이네요 :)
그 당시 걱정하던 일들 중, 현실이 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저는 지금 일을 그만둬, 경력은 단절되었으나 온기우체부 활동과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어릴 적 품었던 미대 진학의 꿈을 취미로 바꾸어 미술을 배우며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 지내고 있어요. ‘100세 시대. 인생 삼모작도 하는 시대에 오히려 지금 이 시간이야말로 내가 정말 오랫동안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탐색하는 기회다!’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몇 년 뒤 은퇴를 하시고, 친정 가까이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양가의 도움을 조금씩 받고 있어요. 여러 번의 이사 끝에 주거도 안정을 찾았고요. 여전히 서툴고 부족하지만, 매 순간 진심을 다했기에 ‘그래, 완벽한 부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꽤 괜찮은 부모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잘 짜인 7년 치의 계획을 미리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 안에서 다시 열심히 고민하고 헤쳐가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것 같아요. 잃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의 선택에 대해 조금도 후회가 없다는 것이에요. 지금의 저에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행복이거든요.
편지를 적다 보니 문득 어쩌면 온기 부부님의 고민 속에 답이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온기 부부님께서 적어주신 ‘저희는 아이를 사랑하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라는 말씀이, 사실은 고민인 동시에 답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책임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이를 가지기 전에 우리에게 닥칠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인지,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 보고 계신 온기 부부님은 이미 그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지 모를 온기우체부에게 미리 감사 인사를 전하며, 행복한 날이 되기를 기원해 주시는 따뜻한 마음 역시 아이에게 온화한 사랑을 베푸는 데에 아주 중요한 자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두 분께서는 정말 많은 것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잖아요. 아이를 통해 부모가 되어가는 것이고, 아이가 성장할 때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때론 부족하다 느껴지는 날이 오더라도 주어진 상황 안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며, 그렇게 아이와 함께 배우며 나아가면 되는 것 아닐까요?
온기 부부님께서 앞으로 하는 그 어떤 선택 모두 존중하고 지지하지만, 부모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이와 함께일 때 누릴 수 있는, 이 멋지고 충만한 세상을 온기 부부님도 누리실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알콩달콩 예쁜 온기 부부님, 올 한 해 고민이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시기를, 온기 부부님의 가정에 늘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 :)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
✉ 온기레터 받아보기 : https://ongibox.co.kr/letterbr
✉ 온기우편함 홈페이지 : https://ongibox.co.kr/
✉ 온기우편함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ongi_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