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레터, 서른한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친구와 함께 서울에 놀러 왔다가 온기우편함을 보고 덕수궁 거리에 앉아 쓰고 있네요 ㅎㅎ
저는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마지막 학기를 두고 휴학을 선택했어요. 그동안 놀지 못했던 서러움에 선택한 휴학 길이지만, 막상 생각해 보니 취업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이 저를 크게 덮친 것 같아요.
이젠 휴학을 끝내고 다시 돌아가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무 현실적인 조언을 들으니 마냥 무섭기만 하고, 점점 용기와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두려움에 잠긴 저에게 쉬어갈 수 있는, 조금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응원 한마디 부탁드려요.
✉️ 오늘의 답장편지
덕수궁 길에 앉아 소중한 고민을 꾹꾹 눌러 적어 내려갔을 온기님을 떠올려 보며, 쉼 없이 달려온 학업으로부터 잠시 떠나 찾은 서울 나들이는 어떠셨는지, 온기우편함에 고민을 내려놓은 그 마음으로부터 여러 날이 지난 지금의 마음은 괜찮으신지 궁금합니다.
먼저 온기님께서 고민이라 표현해 주신 두려움에 대한 저의 소소한 경험을 함께 공유해보고 싶어요. 저에게는 높은 곳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높은 장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해요. 그런 저에게 해외에서 몇 년간 살아야 하는 때가 있었어요. 문제는 한국을 오갈 때마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어마어마한 두려움이었어요. 출발 전 무사히 이륙하고 안전하게 착륙하는 장면을 수없이 상상해 보는 것으로 두려움과 마주하며, 그렇게 무탈하게 한국을 오고 가며, 점점 경험치가 늘어났던 것 같아요.
지금도 빠른 이동을 위해 가끔 비행기를 타야 할 때면 이전의 경험들을 떠올려 보며 두려움으로부터 용기를 내곤 합니다. 제가 느끼는 이 두려움이야 온기님께서 느끼시는 두려움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이겠지만, 두려움을 대하는 마음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죠. 그중에서도 특히 정체가 보이지 않는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자주 마주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두려움을 부정적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우리를 보호해 주는 긍정적인 두려움도 있다고 해요. 긍정적인 두려움과 부정적인 두려움 외에도 ‘아름다운 두려움’이란 것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졸업 후 첫 사회에 발을 디딜 때, 더 큰 세계로 나아갈 때, 가치 있거나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도전할 때... 이 아름다운 두려움에는 우리 마음속에 두려움만을 느끼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과,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도전과 열정으로 인한 설렘, 그리고 가슴 떨림과 살아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해요. 이 아름다운 두려움을 다른 말로 ‘용기’라고 합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두려움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내가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 이름을 붙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 공간이 생겨난다고 해요. 취업에 대한 부담이 덮쳐와 선택한 휴학길, 그리고 이어지는 주변의 현실적 조언들에 용기와 희망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해 주신 온기님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두려움은 막연하게 느껴지는 두려움이 아닌, 잘 해내고 싶다는 바람. 새로운 세계에 대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도전과 열정의 의미로서의 희망을 뜻하는 아름다운 두려움이라 이름 붙여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건축학도로서 길고 힘든 학업 과정을 이어오며, 그동안 쉬지 못했던 나를 위해 휴학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선택하신 온기님은 이미 아름다운 두려움을 뜻하는 ‘용기’라는 길을 걸어가고 계신 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휴학을 끝내고 돌아간 학교에서 지금, 여기에 충실한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토닥임의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옷이 참 근사하다.’ ‘날씨가 참 근사하다.’ 저는 ‘근사하다’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환해지고 빛나는 느낌이 전해지는 듯하거든요. 이 근사하다는 따뜻한 말을 온기님 자신에게 자주 선물해 보면 어떨까 조심스레 추천드려 봅니다. '온기야! 너는 참 근사한 사람이야!’ 라고요 :)
온기님, 지치지 않으려면 밥이 보약이에요. 이 추운 계절, 나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좋은 잠으로 쓰담쓰담 에너지도 보충해 주시면서 그렇게 멋진 건축학도로서의 미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시길 늘 응원할게요.
온기님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근사한 분이에요!
온기님의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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