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레터, 스물여덟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20대 중반인데, 아직도 사람들을 대하는 게 불편하고 에너지 소모가 커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는 극도로 피하게 되고, 몇 번 본 사람들한테도 낯을 심하게 가려요.
단순히 말이 없는 걸 넘어서 행동에서 긴장한 게 티가 나는 스스로가 너무 창피해요. 특히 '너 왜 이렇게 긴장해?'라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구요.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네요.
✉️ 오늘의 답장편지
온기님께
안녕하세요 온기님, 온기님의 소중한 고민을 온기우편함에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편지로 만나 뵐 수 있어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이에요.
낯을 많이 가려서 사람들을 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조심스럽지만, 온기님의 편지를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진심을 가득 담아 사람을 대하시는 분이구나.'였어요. 누군가를 만날 때 긴장을 한다는 것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을 아주 크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무언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더 긴장하게 되는 것처럼요.
온기님께서는 스스로 창피하다는 표현을 써주셨지만, 전 오히려 긴장을 많이 할 정도로 사람을 대함에 있어 항상 온 마음을 다하고 계신 온기님과 관계를 맺는 것이 감사할 것 같은걸요? 온기님 같은 분과 친해질 수 있다면 그분이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언제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잠시 저와 제 친구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저에게는 낯을 정말 많이 가리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도 사람을 만날 때 극도로 긴장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기본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지고, 에너지 소모도 크다고 하더라구요.
그 친구가 저에게 마음을 여는 데까지 2년이 넘게 걸렸어요. 하루는, 학생 때부터 거의 7년을 알고 지낸 친구인 저와 만날 때도 긴장의 정도가 낮을 뿐 여전히 편안한 상태는 아니라고 말해주더라구요. 그렇게 서로가 가진 관계의 속도를 맞추며 시간이 흘러, 지금은 어느덧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가까워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더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온기님께서도 상대에게 관계를 중요하게, 무겁게 여기는 만큼 사람을 대함에 있어 긴장을 많이 한다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해 주신다면, 다른 분들은 분명 온기님의 속도에 맞춰 다가올 거예요. 그리고 그분들이 온기님의 소중한 인연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치 저와 제 친구처럼요 :)
저는 함께하는 자리에서 누군가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혹시 나의 행동이 그분께 어딘가 불편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곤 해요.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저와 보내는 시간만큼은 편안했다, 즐거웠다, 느끼길 바라거든요.
누군가 온기님께 '왜 이렇게 긴장해?'라는 질문을 건네올 때면, 저의 바람처럼 그 안에는 온기님이 편안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차갑게 다가오는 질문일지라도, 그 안에 온기님을 향한 걱정과 관심이 묻어있다고 생각해 보면, 온기님의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제안드려보아요.
사람마다 관계에 마음을 여는 속도는 전부 다른 것 같아요. 누군가는 첫 만남에도 상대를 친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몇 년의 시간이 흘러야 진짜 친구로 인정할 수도 있죠. 친하다의 정의, 기준 또한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그러니 온기님께서 사람들과의 관계 하나하나를 무겁고, 소중하게 여김으로 인해 나타나는 긴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온기님의 소중한 마음이 가득 담긴 행동인걸요? 그렇게 서로가 가진 속도의 차이를 떠올리며, 온기님의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신다면 새로운 사람들과의 자리에서도 점차 긴장의 정도가 낮아질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온기님의 행복 가득할 2025년을, 그리고 온기님께 다가올 수 많은 소중한 인연들을 온 마음 다해 응원하며 편지를 마쳐보아요.
온기우체부 드림.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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